• '부자놈'들 쓰러트리기 대소동
        2010년 12월 18일 09: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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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

    G20을 앞두고 입국을 거부당한 일본의 가난뱅이 청년 마쓰모토 하지메의 신간이 나왔다. 제목 그대로 『가난뱅이 난장쇼』(김경원 옮김, 이순, 12,000원)다.

    2001년 가난뱅이 대반란 집단 결성, 2005년 재활용 가게 아마추어의 반란 개점, 2007년 스기나미구 구의회선거 입후보로 이어지는 반란의 상승 무드를 담은 것이 『가난뱅이의 역습』이라면, 이 책은 마쓰모토 하지메식 야단법석 난장쇼의 화려한 본무대를 보여준다는 게 출판사 설명이다.

    아니나 다를까 책이 정신없이 재밌다. 책을 읽고 있다 보면 마쓰모토 하지메가 옆에서 고래고래 신나게 떠들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신년 인간붓글씨 소동을 벌이질 않나, 노상금연법을 비웃으면서 흡연 미수 대작전을 세우질 않나, 인간붓글씨를 쓰려고 했다가 경찰에게 린치를 당하자 복수를 위해 신주쿠 경찰 반대를 외치며 로큰롤 데모를 벌이질 않나, 데모 신청 과정을 실황중계를 하질 않나 끝없이 작전을 세우고 실행하느라 바쁘다 바뻐.

    ‘부자놈’들을 쓰러뜨리기 위해 마쓰모토 하지메가 벌이는 소동과 그의 일갈을 듣고 있노라면, 연대니 조직이니 하는 게 생각보다 쉬울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불끈불끈 들게 마련이다. 실제로 이 책을 보고 있자면 ‘골 때리는 얼간이 패거리’들이 어떻게 연대를 이루어나가는지를 볼 수 있다. 카바레 언니들의 노조와 디너쇼 집회를 열기도 하고, 산속에서 가난뱅이들이 모여 ‘뭐시기 페스티벌’을 열기도 한다.

    마쓰모토 하지메는 “우리는 힘이 세”다고 외친다. “그런 엉뚱한 작자들이 와, 하고 모여들면 축제 기분이 고만이다. 나아가 그렇게 각지에서 정체 모를 지역 사람들이 토크쇼 같은 것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놈들이 손에 손을 잡고 결탁을 한다면, 배꼽 빠지게 재미난 세상이 안 되고는 못 배길걸!!”

    정신없이 신나고, 황당하게 유쾌한 가난뱅이의 자립과 연대를 구경하고 싶으신 분들, 기꺼이 이 책을 선택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참, 마쓰모토 하지메의 히트작인 『가난뱅이의 역습』을 번역했던 김경원 씨의 센스 있는 번역도 이 시끄럽고 ‘똘끼’ 충만한 가난뱅이의 신나는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 중요한 한몫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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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마쓰모토 하지메

    1974년 도쿄 세타가야(世田谷)에서 태어났다. 현재 재활용 가게 ‘아마추어의 반란’ 5호점 점장.
    1994년 호세(法政)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가장 어수룩해 보이는 ‘노숙 동호회’에 가입, 노숙의 기술을 갈고닦았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인생을 살고 있다.

    1996년 ‘호세 대학의 궁상스러움을 지키는 모임’ 결성. 학생식당의 밥값 20엔 인상에 반대해 백 수십 명의 학생을 모아 식당에 난입하여 대혼란을 일으켰다. 이 밖에도 ‘일미 군사동맹 강화 반대’ ‘이시하라 신타로 출근 저지’ ‘오픈 캠퍼스 분쇄’와 대학 측의 각종 규제에 반대해 찌개 집회, 맥주 파티 투쟁, 카레 데모, 냄새 테러, 페인트 투척 등을 감행해 대학 당국을 곤죽으로 만들었다.

    2001년, 거의 수업에 출석하지 않았음에도 학점을 대량으로 받아 반강제로 졸업. 그해 도쿄의 각 지하철 역 앞에서 가난뱅이 집회를 열고 ‘가난뱅이 대반란 집단’ 결성. “크리스마스를 분쇄하자!” “롯폰기 힐스를 불바다로!” “이젠 뭔가 보여줄 수밖에 없다!” “가난뱅이가 설칠 수 있게 하라!” 등의 무시무시한 슬로건을 내걸고 공공장소에서 찌개 끓이기, 경찰 바람맞히기, 펑크록과 엔카를 바꿔 틀어가며 경찰의 혼을 쏙 빼놓는 사이에 구호 외치기 등 실로 적들을 혼비백산하게 하는 기발하고도 배꼽 잡는 데모를 결행해왔다.

    옮긴이 – 김경원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일본 홋카이도대학 문학부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동서문학>평론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이후 여러 문예지에 문학평론가로 활동했으며, 교열, 편집, 기획 등 출판 관련 작업에도 줄곧 참여해 왔다. 2010년 현재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공저), 옮긴 책으로는『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 『우리 안의 과거』, 『불황의 메커니즘』 등이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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