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상 가장 경이로웠던 시대
        2010년 12월 18일 01: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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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주요 종교와 철학이 탄생한 인간사 가장 ‘경이로운 시기’는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 사이로 평가받는다. 고대의 선인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연의 힘을 탐구했고 자아를 발견하고 내면의 신을 탐구했다. 그 시기를 『축의 시대-종교의 탄생과 철학의 시작』(카렌 암스트롱, 교양인, 32,000원)라고 한다.

       
      ▲책 표지 

    이 시기 중국에서는 공자, 묵자, 노자가 활동했고, 인도에서는 《우파니샤드》, 자이나교, 고타마 싯다르타가 등장했으며, 이스라엘에서는 엘리야, 예레미야, 이사야가 나타났고, 그리스에서는 소포클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이 차례로 태어났다.

    이들의 출현은 불을 다루는 기술을 발견한 것 다음으로 인류에게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동서양의 교류가 없던 그 시기 이들은 우연치 않게도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고 어떤 철학과 종교간에는 유사한 형태의 발전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왜 그럴까?

    저자인 카렌 암스트롱은 세계적인 종교학자이며 그는 이 놀라운 문화적 평행 현상을 중국, 인도, 근동, 그리스에 이르기까지 문명 벨트를 횡단하며 재조명한다. 그는 이를 ‘축의 시대’로 명명한다. “인류 정신사에 거대한 전환점이 된 축”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비교종교학적 지식과 영성적 통찰력이 결합된 책으로 저자는 단순히 이 시대를 관념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고통과 불안의 시대를 두 발로 걸어간 살아 있는 인간들의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이를 통해 근대 세계를 탄생시킨 과학주의와 진보주의가 치열한 반성과 질문의 대상이 된 오늘, 저자는 축의시대로 미래의 비전을 찾는다.

    원래 ‘축의 시대(Axial Age)’는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가 『역사의 기원과 목표』(1949년)라는 책에서 제시한 문명사적 개념이다. 야스퍼스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가 정신의 기원으로 인정할 수 있는 시대, 인류 공통의 기축(基軸)이 되는 시대를 설정하고 그 시기를 ‘축의 시대’라고 이름 붙였다.

    저자는 바로 이 시기를 대략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 사이의 시기로 설정한다. 이 시기에 이후 인류의 정신에 자양분이 될 위대한 철학적․종교적 전통이 태어났기 때문이며, 저자는 전 세계에서 축의 시대에 앞서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증가, 전쟁 등 정치적 격동과 폭력의 시대가 존재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축의 시대’에 이루어진 인간의 근본적 인식 전환과 사유의 깨달음에서 폭력과 증오, 불관용으로 점철된 우리 시대의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20세기 전례 없는 규모로 폭력이 분출하는 광경에서 저자는 어떤 정신적 혁명이 없으면 이 행성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을 ‘축의 시대’를 통해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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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카렌 암스트롱

    1944년 영국 출생. 세계적인 종교학자이자 종교비평가인 카렌 암스트롱은 열일곱 살 되던 해 수녀로서 로마가톨릭에 귀의하지만 수녀원의 엄격한 규율 등에 실망한 후 7년 후 환속한다. 이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지만 학자의 길을 걷지 못하고, 또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지만 지병인 간질로 인해 사직하게 되는 등 시련의 시간을 거친다.

    이때의 경험을 담아 펴낸 첫 번째 자서전인 ‘좁은 문 사이로’가 반향을 얻어 BBC의 종교 다큐멘터리를 맡으면서 이후 본격적으로 종교비평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그녀는 방송을 위해 들렀던 팔레스타인에서 이슬람을 접하게 되고, 이후 그동안 갖고 있던 종교적 관념들이 깨지면서 다시 태어나는 ‘돌파(breakthrough)’를 경험한다.

    세계종교들은 갖가지 신조와 경전을 갖고 있지만 그 속에는 공통적으로 ‘공감’이 흐르고 있음에 주목하게 된 그녀는 다양한 저술, 강연, 방송 등을 통해 세계종교의 조화와 평화를 위해 일하고 있다. 현재 미국 국회와 국무부 등의 정책 자문을 하고 있고, 유엔이 발의한 ‘문명의 화합’ 대사직을 맡기도 했다.

    2008년에는 그간 종교적 자유를 위해 활동한 업적을 인정받아 프랭클린 루즈벨트 자유메달과 TED상을 받았으며, 현재 TED의 국제프로젝트인 ‘공감의 헌장’을 이끌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신의 역사’, ‘신화의 역사’, ‘마호메트 평전’,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이슬람’, ‘마음의 진보’, ‘위대한 전환’, ‘신을 위한 전투’, ‘성서’ 등이 있으며 이 저서들은 전 세계 45개 언어로 번역되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역자 – 정영목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화여대 번역대학원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역서로는 《지젝이 만난 레닌》 《그레이트 게임》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마르크스 평전》 《호치민 평전》 《융》 《신의 가면 3 : 서양 신화》 《신의 가면 4 : 창작 신화》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불안》 《행복의 건축》 《극단의 형벌》 《권력의 법칙》 《로드》 《죽음의 중지》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 《책도둑》 등이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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