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방학부터 굶는 애들 늘어난다"
    By mywank
        2010년 12월 17일 07: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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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 처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면서, 차기 선거를 염려한 일부 여당 의원들이 뒤늦게 자신들의 행동을 사죄하고 나섰지만, 성난 민심은 쉽게 가라않지 않고 있다. 특히 4대강 예산, 형님 예산, 부인 예산 등이 복지 예산을 잡아먹은 것에 대한 후폭풍은, 그 영향이 실질적이라는 측면에서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결식아동 급식비, 영유아 국가필수 예방접종, 대학 등록금·장학금 지원 예산 등의 민생복지 예산의 대폭 삭감으로 인해, 앞으로 서민들의 어려움은 한층 더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 분명하다.   

    복지 예산 삭감, 내년 서민들의 삶은?

    실제로 어떤 변화가 생길까? 앞으로 발생될 대표적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본다. 우선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2011년도 ‘결식아동 급식비’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당장 이번 겨울방학(오는 12월 말부터 내년 1월 말까지)부터 방학 중(주말·휴일 급식 포함)에 급식을 했던 상당수의 초등학생들이 밥을 굶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서울 구로구에서 ‘구로 파랑새 나눔터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성태숙 센터장은 “이미 구로구에서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주말·휴일 급식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강동구에는 ‘지역아동센터의 방학 중 급식을 한 끼만 하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지역아동센터, 복지관 등을 통해 방학 중에 결식아동 급식(점심·저녁 2끼)이 실시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재정 상태가 양호한 일부 지역에서는 방학 기간뿐만 아니라 주말과 휴일 결식아동 급식에 대한 예산 지원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부터 정부의 관련 예산 지원이 끊길 경우, 결식아동 급식의 실시 범위 및 대상자는 대폭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성태숙 센터장은 “정부의 예산이 끊기게 되면, 당장 이번 초등학교 겨울방학부터 결식 아동들에 대한 급식이 막막해진다. 대상자 선정 기준이 더욱 강화돼, 밥을 굶는 아이들이 올해에 비해 늘어날 것”이라며 “지금은 지자체에서 주말·휴일 급식예산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는 방학 중에 이뤄지는 급식에 대해서도 ‘돈이 없다’는 식의 태도를 취할 것 같다”며 걱정했다.

    이번 겨울방학부터 결식아동 급식 위기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상태로 인해 정부 지원예산 비중이 높은 지역일 경우,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전라북도 완주에서 모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오미숙 센터장은 “전북은 결식아동 급식과 관련해, 정부 지원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70~80% 이상 된다”며 지난해 전북의 지역아동센터에 지원되는 결식아동 급식 예산은 거의 100% 정부 예산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는 방학 중에 점심 한 끼에 대해서만 예산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앞으로 정부 예산 지원이 끊기게 되면 그것조차 하지 못하는 센터들이 나올 것 같다”며 “전북과 같이 정부 예산 의존도가 높은 지역은 지차체 예산 혹은 열악한 지역아동센터 등의 자체 부담금으로 결식아동 급식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가 돈을 주지 않는 것은 애들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2009년도에 542억 원, 2010년도에 285억 원을 편성한 정부는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2011년도 예산안을 제출했고, 이 안은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됐다. 강부자, 고소영 정권이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복지 같은데 돈 쓰면 남는 게 없다”며 “한도 내에서 즐겨야”라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이 실체를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현재 각 시도의 교육청과 지자체는 각각 학기와 방학(일부는 휴일·주말도 지원)으로 구분해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 교육청을 통해 학기 중 지원받는 아동은 지난 2009년 686,559명인데 반해, 지자체를 통해 방학 중 지원받는 아동은 2009년 268,751명으로 수치상으로만 보면 약 40만 명이 방학 중에 밥을 굶고 있는 셈이다.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 사업은 지난 2005년 지자체로 이양됐으며, 정부 측은 “지난 2009년과 2010년에는 국제 금융위기로 인해, 국회 상임위원회 결정에 따라 한시적으로 국비 지원을 했다”며 결식아동 급식과 관련해 더이상 국고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식아동 급식 지원을 받는 대상자는 소년소녀 가장, 저소득층 및 한 부모·조손가정 등의 초등학생 자녀들이다.

    수십만원 드는 예방접종비 부담 여전

    만 12세 이하 영·유아가 있는 가정의 예방접종비 부담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병원 접종비 15,000원을 5,000원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 간에 합의로 마련한 국가지원 예방접종비 추가(증액) 예산 339억 원(2011년도 정부 예산안 320억, 복지위 추가예산 포함하면 총 659억)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된 뒤, 본회의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현재 영·유아 국가필수 예방접종은 결핵·수두·홍역·소아마비·B형간염·일본뇌염 등 11개 전염병에 8개 백신을 맞도록 돼 있으며, 보건소에서는 무료 접종, 민간병원에서는 백신비 8,000원을 정부가 지원하고, 의사 접종비 15,000원은 별도로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결국 민간병원에서 영·유아에게 모든 필수 예방접종(백신 8종 22회 접종)을 하려면서 수십만 원의 비용이 들게 된다.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서는 복지위가 마련한 추가예산이 삭감된 것에 대한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 16일 민간병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 자녀에게 수두 예방접종을 시켰다고 밝힌 신정기 씨는 “요즘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데,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예방접종비는 적지 않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예방접종을 하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또 “국회에서 필수 예방접종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치인들은 믿을 사람들이 아니’라는 실망감이 들었다”며 “물론 아이들의 예방접종은 아내가 하지만, 그 돈은 제가 벌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당분간 우리 집 예방접종비 부담은 계속될 것 같다”며 말했다.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을 위해 개설된 ‘부산 맘 아기사랑’ 카페(회원 수 80,270명)에도 예산 삭감을 지적이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경아 씨(닉네임 율사랑맘)는 “이래서 애들을 낳겠습니까? 둘째 낳는 건 보류하고 있네염”이라고 카페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카페 회원인 김범정 씨는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 말고도, ‘산모 도우미 지원 서비스’ 등 출산정책 관련 예산이 삭감된 게 많다”고 지적했다.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에도 최근 ‘영유아 예방접종비 예산을 다시 주세요’라는 제목의 온라인 서명이 진행되고 있으며, 17일 오후 현재까지 네티즌 1,300여명이 서명한 상태이다.

    대학 등록금·장학금 지원 대폭 축소

    이 밖에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도 내년에는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회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학자금 대출금리 낮출 수 있는 한국장학재단의 출연금 1,300억 원이 전액 삭감돼 당장 내년 새 학기부터 대출금리 상승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매년 일정 금액을 한국장학재단 측에 ‘신용보증 기본재산 지원용’으로 출연해온 바 있다.

    이 밖에 취업 후에 대출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수 있을 때까지 정부가 이자를 대신 내주는 제도인 ‘취업후상환제(ICL) 이자 대납’ 예산 역시 2011년에는 1,117억 원(2010년도 예산 3,015억 원)으로 3분의 1가량 줄어들었고, 차상위계층 장학금 지원은 내년 2학기에 폐지하기로 하면서 2011년도 예산은 2010년(805억 원) 대비 64% 삭감된 287억원의 예산이 통과되기도 했다.

    서울여대 사학과 1학년 학생인 신성희 씨는 “올해 1~2학기에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집안 형편상 내년 1학기에도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할 것 같다”며 “정치하는 분들은 ‘반값 등록금’을 운운하면서 등록금 문제에 신경 쓰는 척하는 데, 실상은 그런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 이상 학자금 대출금리가 올라도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을 기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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