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60명 대량 징계 초강수 왜?
    "청와대 심기 살피며, 알아서 충성"
    By mywank
        2010년 12월 17일 01: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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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문제를 다룬 ‘추적 60분’이 2주째 불방되면서 KBS(사장 김인규)가 ‘정권안보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과거 총파업을 빌미로 비판적인 회사 내 구성원들을 대량 징계하는 초강수를 들고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S 사측은 16일 지난 7월 총파업을 벌인 언론노조 KBS 본부(새 노조, 본부장 엄경철)의 조합원 60명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징계 대상자로는 엄경철 본부장, 성재호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 등 기자 조합원 20여명, 이내규 부위원장, 권오훈 정책실장 등 PD 조합원이 20여명이며, 17명의 아나운서 조합원 중 정세진·김윤지·박노원·이광용·이재후·김태규·이형걸·최승돈 등 15명이 포함됐다.

       
      ▲지난 7월 열린 총파업 집회에 참석한 KBS 본부 조합원들 (사진=손기영 기자)

    KBS의 이 같은 무리한 강공책은 지난 8월 MBC ‘PD수첩’의 4대강 편이 불방된 이후 언론노조 MBC 본부(본부장 이근행)를 중심으로 각계의 반발 움직임이 광범위하게 조직된 것처럼, 이번 ‘추적 60분’ 불방 사태에 대한 KBS 안팎의 저항이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추적 60분’ 불방과 관련해, ‘청와대 외압설’을 제기한 KBS 본부에 대한 ‘보복’ 성격의 측면도 있으며, 회사 측에서 권력에 잘 보이기 위해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KBS의 현직 중견 간부는 "이번 회사의 조치는 우선적으로 청와대에 자신들의 충성심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우선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집권 세력은 정권재창출 성공을 위해서 KBS가 안정적인 우군으로 남아서 역할을 해줘야 됨에도 불구하고, 권력 입장에서 보면 아직 ‘진압’이 안된 세력들이 있다는 게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해 정치적 배후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반발 움직임 사전 차단, 보복 성격

    현재 KBS 본부는 지난 7월 29일 중단했던 총파업의 재개 등 다양한 대응 방법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징계가 이뤄질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는 오는 21일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고, 22일에도 ‘추적 60’분이 방송되지 않은 경우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매주 촛불문화제 개최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권오훈 KBS 본부 정책실장은 17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이번 회사측의 행태는 “‘추적 60분’ 불방과 외압 실체 논란이 불거지자, 사태가 확산되기 전에 회사 측이 KBS 본부의 입을 막으려고 나선 것”이라며 “KBS에서까지 4대강 문제가 방송되는 것에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했는지, 징계 카드를 들고 나온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7월 총파업은 ‘불법 파업’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징계가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만약 회사 측이 징계를 강행하면 법적 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또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총파업을 재개하자는 의견도 있다. KBS 본부는 ‘파업 재개’ 등 다양한 대응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지난 16일 ’60명 대량징계, 우린 더 가열차게 맞설 것’이란 성명에서 “‘추적 60분’ 불방 사태로 궁지에 몰리자 조합과 조합원을 상대로 한 치졸한 보복 행위이다. 불방의 외압 정황 문건을 공개한 다음날 곧바로 징계의 칼날을 빼들었다”며 “하지만 KBS 본부와 조합원은 징계를 결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징계에 맞서 더욱 가열찬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파업 재개 검토, 대규모 규탄집회

    이우환 언론노조 사무처장은 “KBS 측이 수신료 인상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KBS 본부 및 천안함 문제 등을 보도했던 ‘추적 60분’에 대한 탄압을 연기한 것이지, 이들의 대의와 명분에 공감했던 게 아니다. 결국 이번 징계를 통해 그들의 정체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PD수첩 4대강 편의 불방 사태 당시, 내부적인 싸움을 넘어 시민단체 등으로 반발 움직임이 확대된 적이 있다. 이번 징계는 사전에 KBS 내 비판세력의 저항을 막고, 불방 사태의 파문을 잠제우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며 “하지만 언론노조는 오는 21일 규탄집회를 열고, ‘추적 60분’ 방송일에도 불방될 경우 시민단체 등과 함께 매주 촛불문화제에 나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호 KBS 이사(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파업 중단 이후, 몇 개월 동안 회사 측이 이 문제를 거론한 적이 없었다. 갑자기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추적 60분’ 문제와 연관이 있다”며 “이번 징계 사태는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인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제기한 ‘추적 60분’의 불방 사태를 거론하고 외압의 실체를 공개한 KBS 본부에 대해, 회사 경영진이 부담을 느끼면서 정권의 눈치를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회사 측이 KBS 본부 조합원들을 징계하면 거기에서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추적 60분’ 불방에 대한 사회적 파문은 더욱 확산되게 될 것”이라며 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한편 KBS 측은 17일까지 징계 대상자들의 소명을 듣고, 오는 23일 특별인사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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