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장과 시의회의 갈등, 이렇게 풀자
        2010년 12월 15일 02: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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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서 한창인 여야 대결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지방정치도 지금 전쟁중이다. 당적(黨籍)이 서로 다른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대립이 단상 점거, 물리적 충돌, 재의(再議) 요구와 재의결, 본회의 출석 거부, 시정협의 중단, 대법원 제소로 이어지면서 지방행정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단체장과 다수 의회의 당적이 다른 서울, 경기, 강원, 충남 등 광역단체는 물론 분점정부 상황에 놓인 기초단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 전쟁의 최일선에 서울시가 있다. 민주당이 다수를 점유한 서울시의회가 친환경무상급식 조례를 제정하고 시장의 재의 요구에 맞서 재의결을 결정하자 오세훈 시장은 이를 ‘망국적 포퓰리즘’이라 규정하고 시정협의 중단과 의회 출석 거부, 대법원 제소 등 강경 조처로 일관하고 있다.

    난장판 국회, 지자체에서도 마찬가지

    입장에 따라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첨예한 갈등을 해결할 방안이다. 왜냐하면 이 사안은 서울시만의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 향후 4년 동안 전국에서 주기적으로 벌어질 구조적이고 일반적인 문제이며, 더욱이 그러한 파행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친환경무상급식 조례 제정에 대해 대법원 제소를 예고하고 있는 경기도, 구청이 제출한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 조례안’을 부결시킨 노원구의 보건복지위원회, 영등포구가 발의한 ‘영등포구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안’을 부결시킨 영등포구 행정위원회, 구청장의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해 발의한 ‘인사운용실태 조사특별위원회 구성안’을 부결시킨 동작구의회 등 갈등 사례는 차고 넘친다.

    우선 한국처럼 의회에 비해 시장(市長)의 힘이 압도적인 강시장제(强市長制) 하에서 갈등 해결의 일차적인 책임은 시장에게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박천오·서우선 교수의 조사(2003)에 따르면, 지방의원의 42.1%와 지방공무원의 77.9%가 갈등 해결의 일차적 주체로서 집행기관을 손꼽고 있다. 즉 원인이 무엇이든 파국상태에 놓인 현재의 갈등을 해결해야 할 일차적 책임은 오세훈 시장에게 있다.

    학계의 연구나 지방정치가 앞선 선진국의 경험은 이러한 충돌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몇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첫째 방안은 소수파 단체장의 설득 능력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방정부 수장의 권력은 곧 설득하는 권력이고 이것의 성공여부가 지사나 시장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만큼 의회 기술(legislative skill)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오세훈 시장의 시정협의 중단과 출석 거부선언은 지방정치 선진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자충수이다. 오히려 집행부의 최고 책임자들은 의회의 원만한 협조를 얻기 위해 시정연설 및 예산안 설명시에 빠짐없이 지방의회에 직접 출석해 보고하고, 단체장과 지방의회 지도부로 구성된 ‘최고협의회’를 정례화하며, 상임위원장과 간사의 정책협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화를 일상화하고 있다.

    합리적 예산 배분과 정치적 타협 따라야

    둘째,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치적 타결을 맺으려는 단체장의 의지와 지방의회의 실용주의적 인식이 필요하다. 오세훈 시장이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인 서울시의 무상급식 예산은 내년 예산 20조 6107억원 중 0.3%에 불과한 700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서울시가 이미 배정한 빈곤층 5% 선별급식 예산을 제외하면 무상급식에 추가로 들어가는 시예산은 585억원에 그친다. 대선 행보나 정략적 판단을 접고 예산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두 기관의 갈등은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 오시장이 폭넓은 주민 동의 없이 추진하고 있는 선심성 사업을 줄임으로써 친환경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서울시는 2009년 한해만 ‘디자인서울’ 사업에 1000여억원을 썼고, 앞으로 수년간 ‘한강르네쌍스’ 사업에 5400여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오시장의 공약인 ‘3無학교'(사교육·학습준비물·폭력 없는 학교) 준비에 총 1445억원을 반영했다. 보편적 복지와 교육의 철학에 부합하는 3無학교의 실현에 야당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적극 지원해야 한다. 다른 한편 서울시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3399억원의 홍보비를 사용했다. 내년도에 책정된 홍보예산의 절반이면 무상급식이 가능하다. 시장의 공약사항인 3無학교와 의회의 공약사항인 친환경무상급식의 동시 실현에 합의하되 한강르네쌍스, 디자인서울 등 전시성·홍보성 사업의 단계별 감축을 통해 예산을 조달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소통과 조정에 능한 정치인을 원한다

    셋째, 전면적 정책 대립에 앞서 시장과 의회 지도부의 정책 조율이나 주민참여를 통한 합의안 마련 같은 사전조정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광역단위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전담하기 위해 정무부지사나 정무부시장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지사와 부시장의 역할이 형식화·다양화되고 있다. 그 명칭 또한 역할에 따라 경제부지사(강원도와 전북), 환경부지사(제주)로 바뀌었고, 전통적인 정무 역할보다 신임 단체장의 역점사업에 대한 집중 관리(경남의 경우 육아·남북교류·저출산·4대강) 임무가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의회, 교육청, 언론, 시민사회단체, 정당, 직능사회단체와의 원활한 소통 기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집행부의 정무 기능을 분산, 다원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정무 권한을 강화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집행부와 의회의 사전 정책협의를 상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산이 수반되는 조례 제정이나 전체 예산의 일정 부분(일례로 1%)을 상회하는 자치단체 독자 사업의 경우 정책협의회의 명문화·제도화를 검토해볼 수 있다.

    다시 강조하건데 관건은 단체장의 설득 능력이다. 업적과 성과를 남길 유능한 행정가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의회 및 주민과 소통하는 데 능숙한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 김두관 경남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소속 정당을 떠나 동일한 과제 앞에 서 있다. 정당과 의회의 설득이라는 숙제는 노무현 대통령도, 이명박 대통령도 끝내 풀지 못했던 정치인으로서의 운명적 과제이다. 그래서 더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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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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