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 한반도 진출 타진해볼 때?
MB정부 '흡수통일' 방침, 명분 제공해줘
    2010년 12월 15일 01: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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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유사시 한반도 거주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해 자위대 파견을 검토하고 있고 이를 위해 한국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발언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일본 민주당의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의 후쿠시마 미즈호 당수는 “이건 지나치다. 자위대를 파견하면 전쟁에 돌입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지금까지 그러한 협의는 없었다며, “현실성 없는 얘기”라는 입장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은 12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혀 모르겠다. 검토조차 한 적이 없고 협의도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일본 총리의 발언을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넘기기는 어렵다. 그의 발언 속에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개입력을 높이려는 미일동맹의 오랜 기류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특히 올해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한일간 군사협력 및 한-미-일 3각 동맹 추진 분위기가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작전계획 5055’에 이미 자위대 파견 담겨

실제로 1994년 한반도 전쟁위기 이후 미일동맹은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해 큰 폭의 변화를 보여왔다. 한국의 미군기지가 미국의 대규모 증원군을 수용할 정도의 규모가 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증원군 가운데 대부분은 일본, 특히 오키나와를 경유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일본 기지를 사용하는 것은 법적, 정치적 문제를 야기할 소지를 안고 있었다. 일본이 공격받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에게 기지를 제공하는 것은 전수방위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일본도 한반도 전쟁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 이후 미일안보선언과 신가이드라인, 그리고 주변사태법과 유사법제 등을 통해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 내 기지 사용은 물론, 병참 지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나가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할 경우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면 이를 일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일본의 참전까지도 가능한 방향으로 미일동맹을 재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미일 양국 내에서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한반도 유사시 미일간의 군사협력 계획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작전계획 5055’이다. 2004년 12월 4일자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미일 양국은 2002년 이 계획에 합의하고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임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여기에는 ▲조난당한 미군의 수색․구조 등 미군에 대한 직접 지원 ▲미군의 출격․보급의 거점이 되는 기지와 항만의 안전 확보 ▲주일미군 기지 및 원자력발전소 등 135개의 주요 시설 경비 ▲북한의 공작선 침투에 대비한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및 초계기 활동 ▲부유 기뢰를 제거해 일본 규슈 북부에서 한반도로 향하는 해상 수송로 확보 ▲조기경보 정보 수집 및 C-130 수송기를 이용한 한국 내 일본인 소개 작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출동 계획이 미일동맹 수준에서는 이미 상당히 깊숙이 논의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한반도 유사시의 개념에 북한 급변사태까지 포함해 한미동맹의 ‘작전계획(혹은 개념계획) 5029’와 같은 군사 계획을 미일동맹 차원에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B 정부에 대한 기대감 반영?

물론 미일동맹 차원에서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견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이뤘다고 해서, 이 계획이 그대로 실행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자위대 파견을 위해서는 한일간의 합의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간 나오토 총리가 한일간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아즈미 준 방위성 부대신이 “외교 루트를 통해 제대로 (한국에) 얘기를 하지 않으면 이쪽(일본)의 의사만으로는 좀처럼 일이 진전되지 않을 수 있다”며 한국과의 협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왜 이 시점에 일본 총리의 망언이 나온 것일까? 우선 천안함 침몰, 북한의 핵 능력 강화 및 연평도 포격 등을 거치면서 한반도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정세 판단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올해 들어 한미, 한일, 한미일 관계가 급속도로 밀착되면서 ‘이제 한국에게 자위대 파견 문제를 타진해 볼 때가 되었다’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들어 가랑비에 옷 젖듯 한-일, 혹은 한-미-일 간의 군사안보협력 강화 움직임은 계속되어 왔다. 지난 7월 하순 동해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훈련 ‘불굴의 의지’에 사상 최초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장교들이 조지워싱턴호에 승선해 이 훈련을 참관했다. 10월에 한국 주관으로 부산 앞바다에서 실시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훈련에도 일본은 호위함과 P3C 초계기 등을 투입했다. 일본 자위대 함정이 한국 수역으로 들어와 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은 해방 이후 처음이었다. 

또한 12월 3일부터 10일까지 실시된 미일 합동군사훈련 ‘예리한 칼’에도 사상 최초로 한국군 장교 4명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했다. 여기에 더해 한일 양국 정부는 군사비밀보호협정을 체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북한의 급변사태 대비’ 및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보 및 첩보 공유 차원에서 이러한 협정 체결을 양국 정부가 타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일 양국 정상이 말한 ‘미래지향적 관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간 나오토 총리는 지난 8월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이해 강제병합의 강제성과 불법성이 누락된 “사죄의 심정”을 밝히면서 군사 분야에서도 한일간의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지난 11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일 군사훈련에 한국군 참관 등 한일 군사협력에 대해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 올린다면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간 나오토 총리의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견 발언은 이렇듯 한일간의 군사안보 협력이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일본 총리의 머릿속에는 자위대 파견을 한국과 협의할 수 있을 정도로 한일관계가 밀착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본의 야심은 이명박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대북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일본의 외교적 협조를 요청해왔고, 최근 들어 양국간 협력 분야를 군사 분야로까지 확대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그 밑바탕에는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흡수통일을 추진하겠다는 위험천만한 ‘희망적 사고’가 깔려 있다. 

힘과 여건은 되는데 의지가 없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걱정된다. 이명박 정부는 연평도 피격을 거치면서 북한에 대한 기대를 접겠다며 흡수통일 방침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방침은 일본으로 하여금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 구출을 명분으로 자위대의 파견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갖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일본의 군국주의 야심을 꺾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명박 정부가 흡수통일 망상을 접고 남북관계 정상화와 함께 북미·북일 관계 개선을 중재·촉진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야말로 경술국치 100주년,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이한 분단국 남쪽 지도자가 선택해야 할 역사적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힘도 없었고 주변 여건도 여의치 않아 한반도가 강대국 정치의 희생양이 되었지만, 오늘날의 한국은 분명 이렇게 할 수 있는 힘과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에게는 ‘역사적 순간에 운명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가 한반도의 시계가 100년 전으로 뒷걸음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우려가 드는 까닭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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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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