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사용자 합의하면 기간제 연장?
    By 나난
        2010년 12월 15일 11: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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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노동부가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경우 계약 기간을 연장하거나 반복 갱신을 인정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는 “법의 취지를 무시한 채 기간제법의 2년 제한을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5일 <매일경제>에 따르면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소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경우엔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을 꼭 2년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근로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는데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정규직 전환 대신 기간 연장이나 반복 갱신을 강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직장 내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가 동의할 경우에만 인정하는 등 편법을 차단할 방안도 함께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관이 비정규직법 취지도 모르나"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기간제법)에 따르면 지난 2007년 7월 이후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2년 넘게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무기계약(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때문에 근무기간 2년이 채 되기 전에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과 관련해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박 장관은 비정규직이 왜 생겨난지를 모르는 것 같다”며 “현재도 근로계약서를 통해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기간제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표면적으로 볼 때 근로계약서상에서 노사 간 동의하에 맺어진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말이 동의지, 노사 간 대등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맺어진 것으로, 때문에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용자가 비정규직 사용기간 갱신을 반복하는 것은 물론 상시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이로 인해 근로조건이 낮아지는 등 비정규직이 남용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간제법을 만든 것”이라며 “단지 노사가 동의하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법이 만들어진 배경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결국 박 장관의 말은 기간제법의 사용기간 2년의 제한을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무제한으로 계약직을 쓰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계 "비정규 차별 대책이 먼저"

    양대 노총도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최삼태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동부는 오로지 고용률을 높이는 데만 관심이 있다”며 “기간제와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고용과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비정규직법은 사회법으로, 사용자와 동등하지 않은 위치의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며 “사회법의 취지를 무시한 채 애초부터 동등할 수 없는 노사에 대해 개별적 계약을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박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현재의 법을 피해가는 방식으로 편법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노사 간 힘의 원리가 극단적 불균형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를 개별적 자율 협의하는 것으로서 사용자 마음대로 기간을 연장하라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편법을 차단할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는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시정에 대한 적극적 대책 마련이 먼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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