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사고 전화기 가져가더니 표변"
        2010년 12월 13일 04: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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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영(29)씨의 삶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이었다. 그가 쓰고 있던 삼성 핸드폰이 폭발을 했고, 그 사실을 삼성에 알렸다. 삼성은 처음에는 그와 합의를 하려했고, 그가 결국 합의를 거부하자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리고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 지난 5일 조용했던 그의 집은 압수수색까지 당했고 그는 자신이 곧 구속될 것이라 주장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5월, 이진영씨는 뒤척이던 잠에서 깨어 새벽에 바람을 쐬러 집 밖을 나섰다. “어려운 일도 있고 잠도 잘 안오고 해서, 운동도 하고 바람도 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주변을 걷다 다시 집에 와 보니 그의 휴대폰이 불이 붙어있었다. 이진영씨는 이것을 핸드폰이 폭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자친구 수사 협박도 이어져"

    이후 삼성에서는 그에게 500만원을 보상금으로 합의를 종용했다. 이 씨도 이정도 선에서 끝내고자 했다. 그런데 어느덧 그가 블랙 컨슈머(돈을 목적으로 부당한 환불, 보상 등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되었다. 이에 분노해 1인 시위를 했고 이건희 삼성 사장의 귀국을 기다리며 피켓 시위도 했다.

    그는 결국 명예훼손으로 고소되었다. 그 역시 맞고소했지만 그의 고소는 각하되고 삼성의 고소만 살아 그를 괴롭히고 있다. 삼성과 경찰은 그가 핸드폰을 전자렌지에 돌려 고의로 폭파시켰다고 주장하지만 이진영 씨가 국립과학수사 연구소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수사기록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도 거부되었다. 그리고 명예훼손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그의  집에 대해 압수수색이 펼쳐졌고, 경찰은 그의 집에서 MP3, 컴퓨터 등을 압수해 갔다. 그리고 이 씨는 7일 있은 4번째 조사에서 경찰은 “구속을 경고하면서 여자친구에 대한 수사협박도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진영 씨와의 인터뷰는 지난 11월 24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되었다. 이 씨는 미행과 도청 등을 지속적으로 의식했고, 자신이 언제 구속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고소장 등 그동안 쌓여온 자료들을 보여주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다음은 이 씨와의 인터뷰 전문

                                                      * * *

    – 핸드폰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날, 어떤 상황이었는지 말해 달라.

    = 지난 5월13일 목요일 새벽시간이었다. 그 때 우리 집에 어려운 일도 있고 잠도 잘 안 와 운동도 할 겸 바람을 쐬러 나갔다 오니까 휴대폰에 불이 붙어있었다. 그땐 ‘아, 이게 배터리가 터졌구나’라고 생각했고 경황 중에 사고를 수습했다. 당시 그냥 앉아서 글을 쓸 수 있는 책상 비슷한 것 위에 책을 올려두고 그 위에 또 충전기를 꽂은 핸드폰을 올려놨다.

       
      ▲이진영씨(사진=정상근 기자) 

    당시 책이 있었고 또 책상에 서류더미가 있어 만에 하나 불이 옮겨 붙었다면 화재가 될 위험성도 충분히 있었다. 불이 붙어서 수건으로도 꺼보려 해봤고 머그잔에 물도 받아 부었다. 경황없이 불을 껐다.

    그리고 그날 오전 소비자연맹에 전화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봤다. 이후 소비자연맹에서 삼성전자에 연락했고 서비스센터로 연결되었다. 그때 서비스센터에서 일단 대리점을 가 핸드폰을 개통하라 해서 일단 내 신용으로 핸드폰을 개통했다. 그리고 개통하는 와중에서도 대리점 직원이 삼성제품을 쓰라고 하기에 삼성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싶어 삼성 휴대폰을 썼다.

    그런데 이후 삼성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기다리다 토요일에 사고를 어떻게 처리할지 전화를 해봤더니 다들 퇴근하고 없다고 하더라. 연락을 준다 그래놓고 연락이 없길래 화도 나고 해서 우선 <뉴시스>에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일이 있다고 얘기했고, <뉴시스>에서는 그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삼성전자에서 3명이 찾아와

    기사 거리가 되는지도 모르겠고, 일단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 하길래 사진을 보냈더니, 그게 바로 기사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기사가 뜨자 삼성에서 난리가 났다. 조용하던 삼성이 그 이후 연락이 왔고, 그 다음주 월요일 경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김00 차장과 천00 서비스센터장, 엔지니어 등 3명이 파견나왔다고 해서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폭발한 기계를 소비자연맹 등 다른 곳이 아닌 우리에게 달라고 했고 나는 기계를 조사하고 싶다면 우리 집에서 하라고 했다. 그러니 그쪽에서는 다 필요 없고 합의를 보자고 했다. 그래서 무슨 합의를 하냐고 물으니, 김 차장이 그냥 내부 공식문서로 합의서를 만들어 500만원을 주겠다며 사인하자고 했다.

    나는 이번 폭발로 큰 피해를 보지 않았고 이번 사태 해결을 금전적으로 할 것은 아니라고 말했으나, 그쪽에서 오히려 계속 합의하자 종용했다. 그래서 그들이 프린트 해 온 문서 말고 내가 자필로 이번 핸드폰 폭발에 ‘소비자 과실여부를 따지지 않는다’와 ‘내가 먼저 돈을 요구한 적 없다’고 썼고 그 합의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그 기계를 건네주었다.

    그때 합의서를 2장 썼는데, 한 장에 사인하자 합의서를 빼앗아 갔다. 두 장 다 삼성이 가져간 셈인데 당시에는 그 정당함을 떠나 삼성에서 기계 결함을 숨겨야 하고 합의하러 나온 삼성 직원들이 사정사정해서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다. 삼성에 대한 신뢰도 있었다. 나도 일이 커지는게 싫었고, 딱히 돈을 요구하기 위해 썼던 합의서가 아니기에 그냥 놔두었다.

    그땐 내가 나이브했다. 일이 이렇게 커지게 될지 몰랐다.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기계를 가져간 이후 삼성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래서 이후부터 녹음도 하고 문서가 있으면 보관도 하고 그랬던 것이다.

    "블랙 컨슈머로 몰려"

    –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던 것인가?

    = 아까 언급했듯, 기계를 가져간 이후 삼성의 태도가 바뀌었다. 나에게 전화해서 이것이 기계 결함이 아니라고 얘기하기 시작했고 언론에 내가 ‘블랙 컨슈머’라고 말했다. 당시 <경향신문>에서 취재를 위해 전화가 왔었는데 일이 커지는 걸 원치 않아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자가 삼성 측이 내가 예전에 노트북을 한 번 환불 받은 적이 있다며 돈을 요구하는 ‘블랙 컨슈머’라고 말했다고 했다. 포문을 그 쪽에서 열었다. 도저히 이건 아닌데 싶었다.

    그래서 천 AS센터장 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차장은 ‘홍보실에서 노트북 환불 받은 얘기는 모를 것’이라고 얘기할 뿐이었다. 화가 나서 나는 ‘그냥 돈 주지 마라, 삼성에서 책임감을 느껴 합의를 하자 해놓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말했다. 그랬더니 김 차장이 그냥 지급 하겠다고 얘기했다.

    이후에도 삼성은 내 뒷조사를 하고 언론에 매도했다. 각종 경제지에 내가 블랙 컨슈머로 이름이 올라갔다. 화가 나면서도 삼성에서 사람 하나 죽이는 것 일도 아니겠다 싶더라. 내가 다시 김 차장에게 전화해 ‘돈 주지 마라, 난 유서까지 써놨다’고 말하자 꼭 지급하겠다며 만나자 했다. 그리고 광화문에서 천 센터장을 만나 맥주를 마셨고 그때 문제의 500만원을 받았다.

    –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500만원을 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 500만원이면 나한테는 정말 큰 돈이다. 그리고 기왕 합의가 되었으니 욕심이 날 수도 있다. 그런데 삼성이 하는 일이 너무 치사했다. 당시 언론에게 그런 전화를 받고 삼성 김00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들이 먼저 합의하자 해놓고 이게 무슨 짓이냐, 돈은 필요 없고 기자들에게 헛소리 하지 마라’고 따졌다. 그랬더니 김 차장이 다시 전화해 그냥 돈을 받으라 하더라.

    그런 당시 상황에서 돈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말을 하니 이 사람들이 집으로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러지 말고 광화문에서 보자’고 말했고 내 돈을 들여 그들에게 맥주까지 사줬다. 당시 그들은 그 자리에서 ‘마음 풀어라, 우리가 합의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우리가 책임감을 느껴 (돈을)드리는 것이니 부담 갖지 말라’고 하며 수표 50장을 내밀었다.

    "500만원이면 나한테는 정말 큰 돈"

    이런 일이 다시 없을 거라고 하고, 마음 풀라고 설득하길래 그 자리에서 ‘그럼 이걸로 다 끝난거다’라고 말하고 돈에 대한 영수증을 써주었다. 몇 번을 여기서 끝내자고 했고 딴소리 말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돈을 받은 것이다.

    이후 좀 조용하더니 갑자기 6월에 김 차장이 나에게 찾아왔다. 그리고 다시 검사결과 제품 결함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럼 내가 다시 돈을 돌려줘야 하느냐’ 물으니 김 차장은 ‘이진영씨 잘못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놓고 또 전화를 해서 삼성전자 사장이 우리 결함도 아닌데 돈을 지급해 화가 났느니, 이런 말을 한다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래놓고 다시 와서 하는 말이 삼성전자에서 제품 결함이 아니라는 보고서가 나왔는데 여기에 동의서를 써달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내가 본 적도 없는 보고서에 어떻게 동의를 하냐’고 물으니 김 차장이 자기 가족 얘기를 하면서, 자칫 자신이 짤릴 수 있다며 호소하더라

    그래도 보지도 않은 보고서에 서명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김 차장이 구두로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면서 구두로 보고서를 들었다는 것에 대한 확인서만 써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 보고서 내용을 구두 청취했다는 확인서를 써 준 것이다. 그런데 또 다음날 연락이 와서 ‘왜 동의하지 않느냐? 변호사랑 가겠다’는 식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참다 못해 언론에 제보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고 <프레시안>을 통해 기사를 내게 된 것이다. 그 다음부터 삼성에서 본격적으로 나를 ‘블랙 컨슈머’라고 매도하고 다녔다.

    "삼성, 너무 치사하게 나와"

    – 삼성이 이진영씨를 ‘블랙 컨슈머’로 다룬다면, 삼성이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 각종 언론에 내가 핸드폰에 불을 질렀다고 했다. 그리고 전자렌지에 핸드폰을 돌렸다고도 얘기했다. 그렇다면 삼성이 나에게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고소를 해야 하는게 맞지 않나? 그들은 내가 그냥 떠안고 살겠다, 돈 주지 말라고 했음에도 돈을 건넸다. 그래놓고서는 블랙 컨슈머라고 말하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삼성이 그렇게 치사하게 나왔을 때 처음에는 다 멈추고 그냥 잊고 살겠다고 얘기 했었다. 그런데 삼성에서는 내가 예전에 노트북 한 번 환불 받은 것을 얘기하고 나를 매도하고 있다. 그들이 제품 결함도 아닌데 500만원을 주겠나?

    더구나 몇몇 경제지는 나랑 인터뷰도 없이 일방적으로 기사를 썼다. 내가 삼성에서 돈을 뜯어내는 사람이 되었다. 네이버에 관련 검색어를 치면 내 이름 떴고 이것 때문에 사회생활이 마비될 정도였다. 개인의 인생이 뒤바뀌었다. 내 입장은 진보매체를 통해 전달했지만 삼성은 거기에다가도 막을 잘 쳤다.

    너무 억울했다.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그래서 처음에 1인 시위를 생각했다. 그냥 1인 시위 하고 있으면 담당자가 나오겠지, 그럼 돈을 돌려주면 되지, 이런 생각이었다. 이것이 확대된 것은 삼성전자의 임원이 내 1인 시위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대로 해보라’고 얘기했다는 말을 듣고 부터다.

    삼성이 소비자를 대놓고 무시한다 싶었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삼성이 이렇게 소비자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또한 힘 없는 내가 삼성과 싸우려면 다른 분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런데 내가 아무것도 안한 상태에서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지 않을 것 같아 내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1인 시위를 했던 것이다.

    "500만원 아직 가지고 있다"

    – 노트북은 왜 환불을 받았는가?

    = 내가 출판업 쪽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이를 위해 노트북 10여대를 삼성에서 구매했다. 그런데 그 중 하나가 작동이 잘 안되어서 단순히 환불을 받았을 뿐이다. 보상을 받은게 아니라 환불이다. 그냥 내가 준 돈 그대로 받은 것뿐이다. 이거를 가지고 블랙 컨슈머라고 하니 말이 안되는 것이다.

    – 삼성에서 받은 돈은 어떻게 했는가?

    = 돌려주겠다고 말했고, 아직 보관은 내가 하고 있다. 내가 1인 시위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매도는 당할 대로 당한 상태에서 김 차장 등과 도저히 연락이 닿질 않았기 때문이다. 1인 시위를 할 때 김 차장을 불러주겠다고 했는데 결국 이들은 나오지 않았다. 아직 500만원은 내 수중에 있다. 삼성에서 안 가져가면 공탁 처리하고 법원에 갈 것이다.

    – 삼성이 이진영씨를 고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 삼성과는 맞고소를 했었다. 삼성에서는 나를 블랙 컨슈머로 보고, 기계 결함이 아님에도 내가 핸드폰에 일부러 불을 질렀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했다. 나는 삼성이 나를 블랙 컨슈머로 모는 것을 두고 고소를 했는데 내 고소장은 모두 각하 처분이 났다. 경찰은 삼성에서 나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고 담당 기자도 삼성은 관계없고 자신이 취재해 썼다고 했다.

    그리고 삼성을 고소하기 앞서 삼성 일반노조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이게 집시법 위반이라며 또 한 건 고소가 들어와 있다.

    내 고소가 각하처분 된 것이 불과 고소 후 한 달이다. 고소인 조사도 안했고, 처음부터 사건을 안 만들어 가려는 것이 보이더라. 계속 자료를 보내주면서 한 번 쯤 불러 달라, 진술하겠다 했는데 결국 각하되었다. 차라리 혐의 없다고 해주든가, 나를 매도한 언론들과 삼성이 인터뷰 했다는 것은 명백한데 삼성이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나?

    "사이버수사팀장이 직접 수사 지휘"

    – 명예소송 소송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 9월 중순 수원남부경찰서 고소를 당했으니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나는 수원까지 못 간다 했는데 지금은 종로경찰서로 이관된 상태다. 처음에는 내 사건이 경제팀에 배당되었는데 종로로 넘어가는 사이버 수사팀으로 넘어왔다. 집시법 관련해서는 기자회견 도중 누가 사진을 찍었는데 서초경찰서에서 출석요구서가 날아왔다.

    – 수사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 경찰에서 1차 수사요구를 받아서 가보니 사이버수사팀장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고 있었다. 그의 첫 마디가 ‘무엇 때문에 조사받는지 아냐’는 것이었다. 보통 피의자에게 그 사실을 직접 알려주는것이 상식 아닌가? 그렇게 물어보는 것이 황당하기도 했지만 우선 인터넷에 글 쓴 것 때문이 아니냐고 대답을 했다. 그랬더니 ‘그럼 그것부터 시작하자’고 말하더라.

    무슨 카드 패 꺼내듯이 수사를 했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고소한 사건에 한해서만 수사를 하게 되어 있는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첫 마디가 통화 내역에 문자메시지 내역 6개월치를 요구했다. 명예훼손에 이런 식으로 수사를 하나 싶어서 이상했다. 계속 ‘냄새가 난다’는 식으로만 말하더라

    첫 수사에서 조서를 작성해 날인을 받으려 했는데, 내가 조서를 받아 보고 있으니 담당 형사가 ‘내가 엉터리 사짜로 보이냐’고 말했다. 그때 ‘이 사람이 나를 구속시키려 한다’고 느껴 겁을 먹었다. 그리고 통화-문자 내역을 떼기 위해 모 통신사에 가니, 개인이 뗄 수 있는 것은 6개월치라고 했다. 사이버팀 경위가 그걸 모를 리 없고, 날 괴롭히려 하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수사 강도 더 세질 테니 각오해라"

    – 그렇다면 현재 수사는 어디까지 진행되었나?

    = 3차까지 진행되었다.(인터뷰 이후인 12월 7일 4차 수사가 진행) 1차 수사 이후 여기저기 물어보니 수사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하더라. 그래서 2차 때는 진술을 거부했다. 그랬더니 조서에다 ‘물을 마시며’, ‘한숨을 내쉬며’, ‘허공을 보며’ 이런 식으로 써놓더라. 그러고 있다가 마지막으로 최근 누구를 만나고 다니냐 묻더라. 그래서 처음엔 조만간 결혼할 여자친구까지 물어보나 싶었다.

    그래서 ‘왜 그러냐’ 물었더니 ‘정당이나 사회단체를 만나고 다니냐’ 물어봤다. 그것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했다. 3차에서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거짓말 때문이 아니냐’고도 물어보더라. 당시 3차 조사가 11월 17일 있었는데 7월부터 10월까지 1인 시위를 한 것에 대해 다 물어봤다. 그게 50여 차례나 되는데 그것도 다 물어보면 지친다.

    그리고 그 3차 수사 과정에서 형사가 ‘삼성전자에서 이번 사건에 사운을 걸고 총력 대응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고 들었다. 그러면서 ‘당신은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이후 수사강도가 더 세질 테니 각오하라’고 했다.

    – 도청이나 미행을 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특정할 수 없는데, 내가 집이 삼청동이라 삼청공원을 자주 간다. 거기는 일종의 등산로인데 내가 산을 탈 때 정장바지에 구두신고 오는 사람을 봤다. 그들이 자꾸 쫒아왔다. 뒤를 돌아보면 숨고, 거기 계속 올라가다 보면 군사시설이 있어, 신분증을 내고 들어가야 한다. 거기까지 가니까 그제서야 안 쫒아오더라,

    어느 날은 내가 집에 혼자 사는데, 집에 문 열고 들어가니 냉장고 위에 올려놓은 서류가 바닥에 굴러 떨어져 있었다. 그때 누가 왔다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일전에 삼성일반노조 김성환씨에게 전화를 하니, 전화가 한 20분 동안 불통되다가 20분 만에 연락되더라 이상하게 삼성에 예민한 사람과 전화를 하면 전화가 끊기고, 혼선되는 경우가 잦다.

    잘못 인정만 하면 되는데

    – 여러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 것 같은데, 계속해서 삼성과 싸우려는 이유는?

    = 나는 처음엔 나이브했고 그 다음엔 감정적이 되었다. 이것은 소비자 권익의 문제다. 삼성이 노조를 탄압하고 반도체 노동자에게 비윤리적 경영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삼성이 사랑받는 이유는 소비자에게 잘한다는 이미지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은 해외와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고 소비자에게 막무가내로 대한다.

    이제는 뭐 다른 것이 없다. 그냥 삼성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소비자 권리를 보호해주길 바랄 뿐이다. 내가 한 차례 노트북을 환불했다고 블랙 컨슈머가 될 수 있다는 논리는 우리나라에서뿐이다. 한국에서는 소비자 법규가 많이 훼손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로 봐도 말이 안된다.

    나는 진보적이지도 않고 정치적인 의식도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내가 아는 사람이 자기 입장이 있어 한나라당에 가입해달라고 해 당원가입도 해 준 적이 있다. 사회활동을 하는 것도 없고 단지 환경운동연합에 1만 원씩 내고 소식지나 받아보는게 전부다. 그런데 삼성과 싸우다보니 시민단체들이, 진보가 왜 필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지금은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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