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거짓말 말라, 공부 좀 하라”
        2010년 12월 13일 04:42 오후

    Print Friendly

    지난 12월 10일, 진보신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2011년 날치기 통과된 복지 예산안, 국회 복지위 증액안 중 전액 삭감된 복지 예산만 무려 80개’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예산결산위원회 명의로 이를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진보신당에게 “상임위의 증액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것을 두고 삭감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용어부터 정확히 쓰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가 11월에 제출한 ‘2011년도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에서도 ‘증액’, ‘감액’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예결위도 감액, 증액으로 나눠서 예산 심사를 한다. 혹시 ‘감액’이라 쓰지 않아서 문제인가? 네이버 사전 검색을 해 봐도, 감액은 ‘액수를 줄임. 또는 줄인 액수’, 삭감은 ‘깎아서 줄임’이라 나와 있다. 무슨 차이가 있는가? 단어 논쟁을 하자는 건가?

       
      ▲2011년 예산안 강행 처리를 놓고 충돌하는 여야.(사진=민주당) 

    ‘삭감’이 아니란 말인가?

    게다가 국회 보건복지위가 의결한 ‘예산안 예비심사결과’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합의한 결과이다. 보건복지위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24명 중 14명으로 과반수 이상이다. 민주당 7명, 비교섭단체 3명이다. 즉, 보건복지위가 의결한 결과는 적어도 여야간 합의가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예결위가 존중해 줘야 한다. 그런데 이 결과를 무시한 채 한나라당이 계수조정소위와 예결특위에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자기네 당리당략에 의해 보건복지예산을 제대로 반영 안 한 것이다. 이에 대한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한다.

    이제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하나씩 살펴 보자.

    ○ 간병서비스 건강보험 급여화

    진보신당이 간병서비스 제도화 예산이 삭감된 것을 지적하자, 한나라당은 “간병서비스를 건강보험 적용할 시의 문제점으로, 대폭적인 보험료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법적 근거 부재”를 들었다.

    복지부는 “2010년부터 병원내 간병서비스를 비급여 대상에 포함하여 공식적인 서비스로 전환하고, 2011년 이후 건강보험 급여화 검토 등 ‘간병서비스 제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이에 국회 복지위에서 제도화를 시키라며 3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증액시켰으나, 한나라당은 이를 전액 삭감시켰다.

    게다가 한나라당의 반박문을 보면, 간병서비스를 건강보험으로 적용시키는 안은 아예 제외된 것처럼 보인다. 한나라당은 간병서비스를 건강보험 급여화하려는 계획이 전혀 없는 것인가? 만약 한나라당 입장이 그렇다면, 진보신당은 간병서비스가 급여화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다시 하나씩 짚어 보겠다. 우선, 관련 법이 국회에서 개정되지 않아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간병서비스 급여 적용 문제는 법 개정을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문제이다. 급여 항목을 정하는 것은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관이기 때문이다.

    날치기 국민 부담과 직결

    둘째, 한나라당은 간병인을 정규직화시키는 게 문제라고 한다. 현재 간병인은 공식적인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사사용인으로 되어 있다. 때문에 근로기준법 적용조차 못 받는 서러운 날을 보내고 있다. 간병서비스가 급여화되면 이들은 자연스럽게 노동자로 인정받게 된다.

    이들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가 된다면 더 좋은 일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진보신당이 간병서비스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추진”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한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당이 바로 한나라당임을 자임하는 꼴이다.

    셋째, 한나라당은 보험료의 대폭적 인상도 문제라고 한다. 간병 수요는 병원급 입원환자의 59.5%에 이른다고 정부가 밝힐 정도로 국민적 수요가 큰 서비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미 유료간병인을 이용하거나 가족이 간병을 함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1조 1,768억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2009.12.14 복지부 보도자료). 이렇게 국민적 수요가 큰 서비스까지 정부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 정부가 매년 내기로 되어 있는 보험료 수입의 14~20%조차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이것만 해도 지난 5년간 조 단위를 넘고 있다. 게다가 올해도 건강보험료는 5.9% 인상됐다. 국회 보건복지위가 이를 반영해 정부 지원금을 증액하기로 의결했으나, 이마저도 결국 반영되지 않고 본회의에서 통과했다. 결국 이는 고스란히 건강보험 가입자 부담, 즉 국민들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 문제부터 바로 잡고 보험료 인상 운운하길 바란다.

    ○ 국공립어린이집 예산

    한나라당은 진보신당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예산 200억원 삭감 주장”이 허구라고 말하고 있고, 국공립 확충이 포함된 보육시설 관련 예산이 작년에 비해 23.4% 증가했으며 117억원이 편성됐다고 밝히고 있다. 우선, 사실 관계가 다르다. 정부안이 117억원이고, 국회 예결위에서 30억원 증액시켜, 147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런 사소한 것까지 진보신당이 확인해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반면, 국공립 신축수는 한나라당이 반박자료에서 밝힌 것처럼 10개소에 불과하다. 한나라당 집권 이후, 국공립 신축수는 2008년 50개, 2009년 38개, 2010년 10개, 2011년 10개소로 계속 줄고 있다. 한나라당 집권 바로 이전인 2007년 112개소 계획에 비해 11분의 1로 대폭 축소된 꼴이다.

    국공립어린이집 2007년보다 10%도 안돼

    이 때문에 국회 보건복지위에서는 국공립어린이집을 90개 더 추가 신축하라며 230억원 예산을 증액시킨 346억원으로 의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여기서 30억만 증액시킨 후, 나머지 200억원의 예산 증액안을 반영하지 않았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이 지난 4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내 632개 국공립 어린이집의 누적 대기자가 총 16만 7,28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정원(5만3521명)의 세배가 넘는 인원이 국공립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한나라당에 과연 그 계획이 있기는 한 것인지 묻고 싶다.

    ○ 국가필수예방접종 예산

    국가필수(영유아)예방접종 및 A형 간염 신규예산 반영이 지자체 사업이기 때문에 민주당 책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할 말 있다.

    왜 집권 여당이 예산 책임을 야당에게 돌리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은 법적으로는 지자체 사업이나, 예산상으로는 국고보조사업으로 지방과 중앙의 매칭펀드에 의해 예산이 집행되고 있다.

    현재 국가 필수 예방접종(8종, 22회 접종)은 보건소에서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민간병의원은 30%만 지원한다. 나머지 70%는 고스란히 부모 부담이다. 때문에 신생아에서 2세까지 이뤄지는 기초예방접종률은 90% 이상이지만, 추가접종을 포함한 완전예방접종률은 59.5%에 불과하다.

    복지위 증액, 한나라당이 깎아

    내년 신규 사업으로 추진했던 “A형 간염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백신 지원 예산 63억원도 전액 삭감”된 상황인데,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법적 정비가 있어야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제24조1항에서 정기예방접종을 위해 “보건복지부장관이 감염병의 예방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지정하는 감염병”을 포함시킬 수 있다.

    2010년 서울대에서 시행한 기타예방접종의 국가필수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에 대한 연구결과에서도 A형간염이 국가필수예방접종 도입의 우선순위를 차지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2011년 예산요구방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할 때 이 사업을 포함시켰다가 기획재정부에 의해 전액 삭감된 바 있다. 국회 복지위에서 이를 다시 증액시켰는데, 결국 한나라당이 이를 또 깎아 버렸다.

    전염병 대응은 국가적 차원의 건강 복지 사업으로, 어린이 건강권을 보장하는 사업이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 먼저 나서서 무상으로 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가뜩이나 부자감세 때문에 지방재정이 파탄나고 있는데, 지자체 예산 수준에 따라 예방접종 혜택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 기초노령연금 예산

    한나라당이 지적한 “예산 집행도 모르면서 주장하는 기초노령연금 예산 미반영 주장”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해야겠다.

    기초노령연금은 전체 노인인구의 70%까지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법정급여이다. 한나라당은 68.5%까지만 예산을 추계한 이유가 사망률 등을 고려한 집행 실적 때문이라고 한다. 한나라당 주장처럼 사망률 등을 고려했다고 하면, 사망률을 고려해 70%가 되도록 소득기준을 좀 더 올려야 한다. 생존해 있는 노인 어르신의 70%에게 지급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기초노령연금 실집행률 70%는 의무규정

    법률에서는 “기초노령연금은 실집행률을 반영해 70%가 안돼도 괜찮다”라고 규정한 것이 아니라, “100분의 70수준이 되도록 한다”고 되어 있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규정인 것이다.

    이는 비단 진보신당만의 문제 제기가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2010년 11월 「2011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에서 똑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국회예산처는, 정부가 기초노령연금 대상자로 추계한 379.4만명이 전체 노인인구의 68.5%라며, “그러나 기초노령연금은 65세 이상 전체 노인의 70%에게 … 매월 지급해야 하는 법정자격급여이므로 2011년도 예산안 편성에서 법률에 명시된 것처럼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70%인 387.6만명에게 지급하도록 편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예산 전문기관에서도 똑같은 지적을 하는데, 국회예산정책처조차 예산도 모르면서 하는 소리인가?

    ○ 장애인연금 예산

    한나라당은 진보신당에게 “장애인연금 관련 역시 예산 총칙을 모르고 한 소리”라고 말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장애인연금은 법적으로 국가가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어 지급되지 않을 수 없다”며, 장애인연금 급여 부족시 타비목에서 가져다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을 위반했으면 관련자를 고소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이를 호도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말한다.

    2010년 도입된 ‘장애인연금법’에 따르면, 장애인연금 기초급여는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월액의 5%에서 10%로 2028년까지 인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0.28%p씩 올려야 하며, 이에 따라 2011년에는 5.3% 수준인 9만5천원(기초급여)을 장애인에게 지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보다 4천원 적은 9만1천원만 반영해 단돈 1천원 더 올리는데 그치고 있다.

    예산을 제대로 반영하고 실제 집행하는 과정에서 예산이 부족하면 타비목에서 가져다 쓸 수도 있다. 그런데 예산을 아예 반영하지도 않으면서 “부족하면 타비목에서 가져다 쓸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막무가내식 발언이다.

    ○ 친서민 복지 예산,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이명박 정부에서는 계획만 요란하고, 관련 예산은 축소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2009년에도 2010년 복지 대책-친서민 대책을 요란하게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집행시기인 올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신규 이용자의 서비스 신청 자체를 금지하거나,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는 구실로 이용 대상자 자체를 제도적으로 막아 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국공립어린이집 1만개를 확충하는 데 2조원이 채 들지 않는다. 4대강 사업 예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무상예방접종하는 데 598억원만 추가하면 되는데, 이는 4대강 보 하나 건설하는 데 드는 9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면 무효화해야 한다

    2009년 지니계수는 0.314로 전년도에 이어 사상 유례없는 소득불평등에 직면한 상황이며, 상대적 빈곤율은 15.2%를 차지해 750만명의 국민이 빈곤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복지지출은 OECD 국가 30개국 중 최하위이고, 공적의료지출 29위, 사회서비스(비의료서비스) 지출 29위 등으로 매우 낮은 상황이다.

    기존의 부실한 사회안전망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찔끔찔끔 확대하고 이마저도 거꾸로 가는 지금의 이명박식 복지사업 수준에서 탈피하고, 대대적인 복지 패러다임으로의 전환과 이에 따른 전국가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먼저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고 한나라당 단독으로 날치기 통과시킨 예산안을 전면 무효화시켜야 한다. 2011년 정부 예산안이 진정한 친서민 복지 예산이 되려면, 적어도 여야 합의된 복지위안을 가지고 재논의해야 한다. 그럴 때에야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