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 옹호 추기경, 용퇴 결단을”
    By mywank
        2010년 12월 13일 01: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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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공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한국 천주교의 최고지도자’인 정진석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임·79세·세례명 니꼴라오)에 대해, 천주교 원로신부들이 13일 교회 구성원들에 대한 사과 및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직 사임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신부들이 공개적인 석상에서 정 추기경의 사과 및 교구장 직 사임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서,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교회 내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 원로신부들의 이 같은 발언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원로신부들, 정 추기경 ‘공개 비판’

    김병상·함세웅·문정현 등 천주교 원로신부 25명(☞명단보기)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정 추기경의 말씀을 들으며, 서글프고 안타까운 심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며 “인류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신앙의 책무로 알고, 세상 만민에게 봉사하며 복음을 전해야 하는 사제의 신원과 사명을 생각할 때 매우 부끄럽고 비통했다”고 밝혔다.

       
      ▲천주교 원로신부들이 13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발언’을 강력 규탄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들은 “개인 견해가 다를 때라도 천주교 주교회의 전체의 합의와 결론을 존중하는 것이 교회 공동체의 오랜 전통”이라며 “그런데 주교회의 구성원 가운데, 하필 교회 공동체의 일치와 연대를 보증해야 할 추기경이 주교단 전체의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결론에 위배되는 해석으로 사회적 혼란과 교회의 분열을 일으킨 것은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정 추기경은) 동료 주교들에게 그리고 평신도, 수도자, 사제 등 교회의 모든 지체(구성원)를 향해 용서를 구하고 (서울대교구장 직) 용퇴의 결단으로 그 진정성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우리는 피조물들의 애끓는 호소와 세상의 아픔을 온전히 헤아리지 못한 정 추기경의 오류를 한국 천주교회 전체의 실책으로 여기고 함께 뉘우치며 회개한다”고 말했다.

    "용서 구하고 용퇴 결단 내려야"

    정 추기경은 지난 8일 자신의 저서 『하느님의 길, 인간의 길』(가톨릭출판사 펴냄)의 출간에 맞춰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천주교) 주교단이 4대강 사업이 자연을 파괴하고 난개발의 위험을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는 소리는 안 했다”며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개발하라는 적극적인 의미로도 볼 수 있다”며 4대강 공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에 앞서 천주교를 대표하는 기구인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이하 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주교)는 지난 3월 정기총회에서 “한국 천주교의 모든 주교들은 우리나라에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입장발표문을 통해, 4대강 공사 반대’를 천주교의 공식 입장으로 정한 바 있다.

    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지난 6월 경기도 양수리 성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저지 생명평화미사’에서 “주교단이 발표한 성명은 주교 한 명의 의견이 아니라, 한국 주교단의 일치된 의견이었다”며 “모든 교인들에게 드리는 주교들의 가르침이다. 천주교 신자라면 그것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밝히는 등 그동안 주교단 측은 4대강 공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한편 그동안 추기경이 겸직해온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은 서울지역 성당의 총책임자이며 정년은 75세이다. 하지만 올해 79세인 정 추기경은 현재까지 교구장 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선종한 고 김수환 추기경의 경우 지난 1998년 정년을 넘기면서 서울대교구장 직에서 은퇴한 바 있다. 반면 천주교의 교황이 서임하는 추기경의 경우 사임할 수 없는 ‘종신 직책’이다.

    정년 넘기며 서울교구장직 유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함세웅 신부(서울교구)는 “교구법상 ‘연령 제한’에 의해, 이미 정 추기경의 서울대교구장 직의 사퇴 연령이 4년이나 지났다. 그 부분 등을 염두하면 이번 정 추기경의 발언이 본인 스스로 주교회의 의사에 반하는 말씀이자, 교회 공동체에 속하지 않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선언을 한 것이기 때문에 본인에게 (사임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 추기경이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 이번 발언 때문에 진실한 뜻을 갖고 있던 분들의 마음이 아프다"며 "신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께 용서구하는 것은 마땅한 책무”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다른 원로신부들은 정 추기경에 대한 별도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

    원로신부들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전종훈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 대표 신부는 기자와 만나 “(신부들이 추기경 사과 및 사임을 촉구한 것은) 내가 기억하기로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주교회의는 ‘협의기구’여서 이를 따를 의무는 없지만, 개인 주교회의 결정사항에 불만족스럽더라도, 교회 공동체의 결정을 존중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제단은 지난 10일 성명에서 4대강 공사에 대한 정 추기경 발언을 "궤변"이라고 비판하는 등 천주교 내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원로신부들의 기자회견에 대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언론홍보팀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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