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의, 실세에 의한, 토건사업을 위한 예산"
        2010년 12월 13일 09: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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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단독 강행 처리한 새해 예산안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당·정·청 수뇌부의 긴급회동 뒤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12일 새해 예산안 부실 심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여당은 고 정책위장 사퇴로 예산안 논란을 서둘러 수습하려는 모습이지만, 여론이 만만치 않다. 야당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민·복지 예산’이 누락된 데다 한나라당이 막판에 신규 증액한 예산에는 당초 정부가 반영하지 않은 사업을 위한 예산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으며 일부 여당 의원의 지역구 또는 영남지역, 토건사업 등에 치우쳐 있어 ‘영남의, 실세의 의한, 토건사업을 위한 예산’이라고 지적도 제기된 상태다.

    다음은 13일 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날치기 당한 ‘서민·복지’ 거센 후폭풍>
    국민일보 <국세청, 기업 해외비자금 겨눈다>
    동아일보 <MB-당 ‘예산안 파문’ 긴급 회동>
    서울신문 <‘호시탐탐’ 중·일···‘막무가내’ 정쟁… 멍드는 안보 >
    세계일보 <북, 나선시 간부 대폭 물갈이 공들이던 대중경협 ‘이상기류’>
    조선일보 <“한국인들, 고령화의 무서움 너무 모른다”>
    중앙일보 <이 놀이터를 팠더니··· 지뢰 39발이 나왔다>
    한겨레 <“예산안 단독처리는 잘못” 60%>
    한국일보 <예산 부실심사 ‘메가톤 역풍’>

    경향 “신규 예산, ‘영남의, 실세의 의한, 토건사업을 위한 예산’”

    한나라당이 내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하는 긴급한 상황에 신규로 증액한 예산은 당초 정부가 반영하지 않은 사업을 위한 예산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었다. 경향은 일부 지역 및 일부 실세 의원과 건설 관련 예산이 증액된 것을 지적하며 ‘영남의, 실세의 의한, 토건사업을 위한 예산’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12월13일 경향 5면

    경향은 이날 5면 <‘영남의, 실세의 의한, 토건사업을 위한’ 예산이었다>에서 “12일 단독 입수한 한나라당 증액 요구사항 자료를 실제 내년 예산과 비교한 결과, 한나라당이 막판에 요청해 증액된 151개 사업의 4613억원에서 영남지역 예산은 전체의 66.8%인 3084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막판 밀어 넣기로 증액된 사업 태반은 사회간접자본(SOC)과 건설 예산이었는데 이들 대부분은 영남권에 집중됐다.

    포항의 ‘형님 예산’ 논란 외에 예산 심사를 담당한 한나라당 계수조정소위 의원들의 ‘내 지역구 챙기기’도 두드러졌다. 계수조정소위 위원인 권성동 의원이 증액을 요청해 늘어난 사업 20건 가운데 11건이 지역구인 강릉 예산이었고, 이주영 예결특위 위원장은 지역구인 마산 관련 사업 6건을 직접 요청해 창원지법 마산지원 증축 예산 72억원 등 187억원을 증액시켰다.

       
      ▲12월13일 동아 4면

    동아도 4면 <의원들 민원성 ‘쪽지예산’ 최소 1283억 의혹>에서 “정부의 최종 예산안 및 기금운영안에는 당초 정부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사업을 위한 예산이 3300여억원이나 포함돼 있”다며 “이 중 상당 부분은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나 이해단체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쪽지를 넣어 반영한 이른바 ‘쪽지 예산’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동아는 “최소 112개 신규사업에 들어가는 1283억6700만 원은 지역구 민원용 예산이었다”며 “통상 계속 진행 중인 사업이 아닌 신규사업을 위한 예산 편성이 매우 까다롭다는 점에서 소위 의원들 간 물밑작업이 막판 예산안 정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시간 쫓겨 ‘날림 편성’···환율 조정 실수까지

    날치기 예산안이 얼마나 엉망으로 처리됐는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국은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기 전날인 7일 밤까지 계수소위는 증액 심사도 착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이날 4면 <12시간 밀실회의 후 시간 쫓겨 ‘날림 편성’ 자초>에서 “계수소위 활동이 끝난 7일 밤11시부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된 8일 오전11시 사이 한나라당 소속 이주영 예결특위 위원장과 계수소위 간사인 이종구 의원, 기재부 예산실과 국회 예결위 관계자 일부만 참석한 ‘밀실 회의’에서 증액을 포함한 예산안 최종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계수조정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 방침이 결정되면서 예결위는 예산안 확정 작업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12월13일 한국 4면

    한나라당과 기재부가 확정한 예산안 증감액을 서둘러 컴퓨터에 입력하는 과정에서도 안상수 대표가 약속한 템플스테이 예산 증액 등이 누락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4면 <여 , 예산안 하룻밤새 주물럭…기준환율 조정도 안해>에서 “서둘러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다 보니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외화예산 편성 때 기준으로 하는 환율을 미처 조정하지 못하기도 했다”며 “외교통상부의 경우엔 외화예산이 7억4778만달러로 전체 예산의 50%를 차지하는데 기준환율이 조정되지 않으면서 149억5500만여원의 이득을 봤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단독 강행 예산처리 "잘못" 60%

    한겨레가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국민 열 가운데 여섯 정도가 한나라당이 단독 강행 처리한 예산안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예산안 국회 처리와 관련해서는 ‘여야 합의’가 ‘회기 내 처리’ 보다 중요하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12월13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이날 1면 <“예산안 단독처리는 잘못” 60%>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해 “잘못한 것이었다”는 응답이 59.7%였는데, 20~30대는 이런 응답이 73~74%에 이르렀다. 강행처리 과정에서 일어난 여야 간 폭력사태의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는 “여당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50.2%로 가장 높게 나왔다.

    “여야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중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공감도는 31.1%에 불과했지만,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되지 않더라도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주장에 응답자의 60.9%가 공감했다. 한나라당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파병동의안과 4대강 관련 법안을 심의를 거치지 않고 예산안과 단독처리한 것에 대해서도 60.8%가 “잘못한 일”이라고 응답했다.

    여당서도 비판론·자성론 쏟아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높고 비판론과 자성론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은 이날 3면 <여 내부서도 “한참 잘못됐다” 비판 봇물>에서 친이계 정두언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얘기했으면 선공후사를 해야 하는데, 이번 상황은 선사후공의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은 “계수소위 위원들이 (실세들의 예산 등) 큰 것만 챙기면서 이 같은 상황이 생긴 것 같다”고 꼬집었다. 홍정욱 의원도 “예산안 단독 처리로 인해 국민의 거부감과 실망감이 엄청나다”면서 “한나라당 구성원 모두가 반성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일자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12일 의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불교계에 약속한 템플스테이 예산이 누락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수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오히려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이 더 높다. 고 정책위의장의 사퇴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가진 수습 방안 논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2월13일 한국 4면

    경향·중앙 ‘여당 지도부 추가 사퇴해야’

    고 정책위의장의 사퇴에 대해, 경향은 “한나라당은 아직도 무슨 잘못을 했는지,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폭력적 예산 날치기 사건은 우발적 실수도 아니고 어쩌다 한 번 있을 수 있는 실책도 아니다”라며 “한나라당 정권의 구조적 문제가 낳은 필연적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경향은 이날 사설 <‘12·8 국회유린’ 안상수·김무성도 사퇴하라>에서 “더 큰 민심의 폭풍에 휘말리기 전에 ‘12·8 국회 유린 사태’를 주도한 김무성 원내대표, 안 대표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12월13일 경향 사설.

    중앙도 사설 <‘예산 부실’에서 드러난 집권당의 구멍>에서 “사태를 책임지는 방식에서도 한나라당은 적잖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며 “예산안 심사와 처리에 주된 책임이 있는 김무성 원내대표와 이주영 예결위원장 등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은 안상수 원내대표의 ‘보온병 폭탄’ 논란을 꺼내며 안 대표의 사퇴도 간접적으로 거론했다.

    한겨레는 사설 <날치기 폭거, 수습책은 원상회복뿐이다>에서 “사태를 수습하는 유일한 방법은 날치기한 예산안과 법률안, 동의안을 원상회복시키는 것”이라며 실효성 있는 후속 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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