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이 남성을 만든 것이다”
        2010년 12월 11일 12: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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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사회 전반에 보수화의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진보나 평화와 같은 가치들이 부활한 색깔론에 휘말려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남성성’에 대한 로망도 그렇다. 군대를 매개로 ‘사내다움’에 대한 동경이 시작된 셈이다.

       
      ▲책 표지 

    그동안 남성성에 대한 통념은 남성은 강한 힘과 공격적인 성격이 있으며 이런 호전적인 성격이 세계사에서 전쟁을 유발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사도에서 테러리즘까지』()는 이런 통념을 부인한다. “남성이 전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남성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반적 관념은 물론 페미니즘까지 남성성을 불변의 것으로 바라봤다. 19세기와 20세기 페미니즘은 스스로를 정의하려고 이런 남성성 이론을 배경으로 사용하곤 했다. 기존 페미니즘은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반면 남자는 불변이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전복하면서 남성성의 기원에 대해 새롭고 유례없이 독창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역사 속 전쟁의 변천 가운데 남성성이 변화를 해 왔음을 치밀하게 논의한다. 물론 그 양상은 결코 필연적이고 결정론적이진 않다.

    통념의 전복, 남성성에 대한 독창적 견해

    남성성의 형성에 대해 이 책은 ‘전쟁’을 핵심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전쟁이 남성이 되기 위해 필수적인 통과 의례였던 고대, 민족 간 대립과 전쟁이 밀접하게 연관된 중세, 기술의 발달과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인해 전쟁의 양상과 남성성이 대폭적으로 변화한 근대에서 테러리즘의 시대인 현대 까지 전쟁 양상과 그에 따라 규정된 남성성을 보여준다.

    고대의 남성성은 야만적 성격의 전쟁 속에 무질서한 야만의 폭력을 응징한 정의로운 질서의 구현자였으며 이 시기 동성애에 대한 이해도 지금과는 달랐다. 이 책에 따르면 게이의 군입대를 반대하는 견해는 근대 이후의 남성관에서 비롯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기사도’로 대표되는 중세의 남성성은 고대의 남성성에 대한 이해를 본질적으로 계승하며 질서로 자신을 규정하게 된다. 맨몸에 비해 훨씬 웅장하고 위협적인 모습을 투영하는 중세 시대 갑옷은 그 자체가 기사도를 담아내는 형이상학적 인조 신체라 할 수 있다.

    근대에는 기술의 발달과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인해 전쟁의 양상과 더불어 남성성이 대폭적으로 변화를 하게 된다. 전쟁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기존의 도덕적이고 명예에 기반을 둔 남성성의 결합을 파괴하고 보다 비인격적인 지배력이 전면에 나서는 계기가 된다.

    현대는 대량 학살 무기의 개발과 민족 국가 개념의 약화, 포스트 산업 사회의 전면적 대두라는 정세 속에서 양차 세계 대전과 같은 국가 간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는 시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해온 서구 주류 세력의 이상과 문화에 대한 비판과 문제의식이 전면화되고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는 테러리즘이 발호하는 토양을 제공한다. 저자는 테러리즘의 시대는 기존의 서구 백인 전사 남성-명예-국가-민족으로 이어진 일련의 가치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다원주의로 가는 맹아를 내포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남성성은 고정된 양상이 아니라 역동적인 시스템이며, 그것이 늘 우리가 지금 아는 모습 그대로였다고 여기기보다는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변할 수 없는가를 묻는 쪽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7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방대한 자료와 대화, 비판, 연구, 분석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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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리오 브로디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빙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에는 컬럼비아의 예일 대학교와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인문학으로 국가기금의 시니어 스콜라 장학금을 받았고 구겐하임 펠로십도 수상했다. 로마에 있는 미국학 연구소의 상주작가 겸 이탈리아 벨라조의 빌라 세르벨로니 주재 록펠러 재단의 특별원구원이기도 하다.

    전작인 『장 르누아르: 그의 영화 세계(Jean Renoir: The World of His Films)』는 내셔널 북어워드의 최종 후보에, 『명성의 광열: 명성과 그 역사(The Frenzy of Renown: Fame and Its History)』는 내셔널 북 크리틱스 서클 어워드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와 『하퍼스』에도 기고했다. 아내와 함께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다.

    역자 – 김지선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오만과 편견』,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반대자의 초상』, 『돼지의 발견』 등이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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