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간 해볼 거 다 했지만 복직 안돼"
    By 나난
        2010년 12월 10일 05: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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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열하지 않은 투쟁 현장은 없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그것도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은 늘 극한을 향해 치닫는다. 노동계 이슈가 울산 현대차 사내하청 투쟁으로 쏠려 있던 지난 1일, 2명의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가 GM대우차 부평공장 정문의 9미터 높이 아치에 올랐다.

    합판 하나에 몸을 지탱한 채 10일째 고공농성을 진행 중인 이들은 “19명의 해고자가 정규직으로 복직되기 전까지 땅을 밟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며칠 전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 결정으로 내의와 장갑, 목도리가 아치 위로 올라갔지만 영하의 찬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극한의 투쟁을 이어가는 이유는 뭘까.

    지난 2007년 노동조합 결성을 이유로 해고된 황호인(40) 씨는 9미터 아치에 오른 이유를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중 일부가 다시 공장으로 복귀했지만 결국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또 다시 해고되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더 이상은 하청업체 직원이 아닌 GM대우차의 정규직으로 복직해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다음은 황호인 씨와 10일 전화로 진행된 인터뷰 일문일답.

       
      ▲ 자료=금속노동자=www.ilabor.org

    – 고공농성 10일째다. 생활은 어떤가.

    = 방한용품이 올라오지 못해 힘들다. 농성 첫날 올린 합판을 깔고 겨우 눕지만, 날이 추워진데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잠을 거의 못 잘 정도다. 다행히 며칠 전 국가인권위의 긴급구제 결정으로 내의와 장갑, 목도리가 올라왔지만 이것으로 추위를 버티기는 역부족이다.

    식사는 하루에 두 번, 점심과 저녁을 노조에서 올려줘 해결하고 있다. 추위 외에는 어려울 것 없다. 견딜 만하다. 아치 밑 노조의 천막농성장에 조합원은 물론 많은 사람이 찾아와 연대하고 응원해 주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 회사가 고공농성 해산 작업은 물론 음식물 반입을 막기 위해 낫까지 동원했다.

    = 아치에 오른 첫날 회사 측 관리자들이 사다리차로 끌어내리려 했다. 또 노조가 합판을 아치 위로 올리려 하자 합판을 묶은 줄을 뜯어내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줄을 이용해 아치 위로 올라오는 음식물을 막기 위해 대형 낫을 제조해 휘두르기도 했다.

    이처럼 고공농성 초반에는 회사 측과의 충돌이 계속 있었다. 경찰 역시 회사와 짜고 해산 작전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관리자들이 대형 낫을 만들어 음식물 반입을 막으려 한 이후 경찰이 공장 출입구 쪽에 배치돼 회사 측과 농성자들의 사이를 띄어 놓고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교섭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GM대우차는 우리의 교섭 요청도 외면하고 있다. 지난 9일 사보를 통해 우리를 ‘외부세력’이라 칭하며 ‘GM대우와는 상관없는 하청업체 소속의 노동자들이었다’고 말했다. 답답한 심정이다.

    – 언제, 무엇 때문에 해고됐나.

    = 2007년 노조를 결성한 이후 해고됐다. 노조를 만들고 공장 내 식당 등지에서 설립 보고대회 등 선전전을 진행했는데, 그때마다 회사 측은 적게는 300여 명에서 많게는 500여 명의 구사대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했다. 여기에 사내하청업체는 노조 집행부와 주요 활동가들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고했다.

    당시 7명의 조합원이 해고 됐으며, 대부분 ‘학력 누락’이 이유였다. 대학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력서에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철회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 고공농성에 들어간 이유가 뭔가.

    = 21명의 조합원 중 19명이 해고자다. 요구는 하나다. 해고자에 대한 정규직 복직이다. 지난 3년간 농성하며 원청인 GM대우차와 하청업체에 각각 교섭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그간 계약해지된 동지들이 다시 복직을 하더라도 또 다시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해고되는 것을 여러 차례 봐왔다.

    특히나 최근 대법원 판결도 나왔듯, 이제는 하청업체와의 관계를 끊고 원청이 직접 나서서 우리를 복직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요구는 정규직화다.

    – GM대우차도 현대차와 같이 한 컨베이어벨트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동일한 일을 하나.

    = 완성차 제조업체가 대부분 비슷하다. 하지만 GM대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시켜 놓은 상태다. 최근 고용노동부 조사관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GM대우는 합법도급이라고 결론냈다. 하지만 그러한 결론에는 다 이유가 있다. GM대우차의 경우 재작년부터 시작된 경영상의 이유로 대다수의 비정규직이 공장을 떠난 상태다.

    지난해만도 1,000여 명이 해고됐다. 현장에 남은 비정규직은 300명 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기존에 비정규직이 일하던 자리는 누가 채웠겠는가. 정규직이다. 때문에 공장의 메인라인에는 정규직 밖에 없으며 3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두 서브라인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조사를 나와 봤자 실체를 알지 못한다. 비정규직이 대거 쫓겨나 없는 상황에서 합법도급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거 아닌가.

    – 현대차 사내하청 사태가 25일간의 점거농성 후 교섭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번 현대차 사내하청 투쟁, 어떻게 보는가.

    = 우리의 투쟁에 있어 현대차 사내사청 노동자들의 투쟁이 많은 영향을 끼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상황만 놓고 볼 때 투쟁 계획을 접은 것은 안타깝지만 연연하지 않는다.

    불법파견 문제를 사회 여론화시킨 것은 높게 평가한다. 특히나 지금 당장의 정규직화는 쟁취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번 투쟁과 향후의 이어지는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이자 법원이 인정한 정규직화가 차츰 실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의 경우, 지난 3년간 극한의 투쟁을 전개해 왔다. 다시 한 번 고공농성에 들어가며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 2007년 해고된 이후 1,000일을 넘기며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가지 투쟁이 있었다. 단식, 삼보일배, 135일간의 고공농성, 거리 선전전 등 많은 것을 했다. 그런데도 이 사태가 정리가 안 됐다. GM대우차가 교섭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이번엔 내가 갈 수 있는데 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올라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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