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謹弔, 인권위…기념식 대신 '장례식'
    By mywank
        2010년 12월 10일 02: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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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 현병철)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2010 대한민국 인권상’ 시상식을 개최했으나, 최근 인권위의 ‘파행적 행태’에 따른 인권상 수상 거부, 위원장 사퇴 촉구 기습시위 등으로 ‘모양새’를 완전히 구긴 형국이다.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주노동자방송> 측이 “인권위가 정상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상 거부의 뜻을 밝힌 데 이어, 이날 행사장에서는 수상단체로 선정된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측이 현병철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며 수상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인권위의 인권에세이 공모전 고등부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은총 씨와 같은 상의 가작 수상자 ‘둔코'(닉네임), 인권영상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선철규 ‘장애in소리’ 활동가, 인권논문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자인 이상윤 씨와 같은 상의 우수상 수상단체인 동성애자인권연대 등도 수상을 거부한 바 있다.

    줄 사퇴 이어, 수상 거부까지

    현 위원장의 인권위 운영에 반발하며 인권위원들이 ‘줄 사퇴’한데 이어 ‘수상 거부’ 움직임까지 이어지는 등 ‘막가는 인권위’에 대한 반발이 계속 확산되고 있지만, 인권위는 이날 윤현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 등에서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여해,  인권을 빌미로남북 갈등을 고조시키는데 일조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10일 인권위 앞에서는 ‘세계인권선언 62주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손기영 기자) 

    10일 인권위 앞에는 ‘근조 국가인권위원회’라고 적힌 커다란 펼침 막이 내걸렸다. 흰 국화꽃을 든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기념식 대신, 인권위의 죽음을 상징하는 ‘장례식’을 거행했다. 인권이 탄압받고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제62주년 ‘세계인권의 날’을 맞은 한국의 풍경이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인권위의 ‘장례식’을 치르고자 한다. 참담하고 아프고 슬프지만, 오늘을 시작으로 인권위가 새롭게 부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인권시민단체 대책회의’(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서 제62주년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후퇴하는 한국의 인권 현실을 규탄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기념식 대신 ‘인권위 장례식’

    대책회의는 ‘세계인권 선언 62주년’을 맞이하며. 인권은 사라지고 인권위는 죽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세계인권선언을 선포한지 62주년이 되는 뜻 깊은 날, 여전히 인권을 탄압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인권 침해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에 우리는 기뻐할 수 없다”며 “역사의 발전만큼 인권도 향상되었다고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발전이 아닌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단체 활동가가 검은 리본이 달린 인권위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대책회의는 또 “이런 인권 후퇴 현실에서 인권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욱 참담하고 비통하다”며 “세계인권 선언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국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야 할 인권위가 거꾸로 인권을 후퇴시키는 정부에게 면죄부를 주는 ‘알리바이 기구’가 돼가고 있다. 인권을 모독하며 인권 없는 인권위를 만든 현 위원장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인권위 상’을 거부한 이들이, 자신의  ‘수상 거부’ 이유를 밝히는 자리도 마련됐다. ‘대한민국 인권상’을 거부한 <이주노동자방송>의 소모뚜 대표(미얀마 인)는 “인권위 상을 거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우리들이 원하는 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꾸준히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제대로 된 인권이 아니라 의미 없는 상뿐이었다”고 말했다.

    인권위 수상 거부자 한자리에

    인권논문공모전 우수상을 거부한 ‘동성애자인권연대’의 이경 활동가는 “현 위원장이 있는 인권위에서 주는 이 상을 받으면 성소수자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정말로 제대로 된 인권위였다면 지금 인권위 건물 주변에 붙어 있는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내용의 피켓 등에 대해 계속해서 침묵하고 외면할 수 있었겠느냐”고 비판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대한민국 인권상’ 시상식에서 기습시위를 통해 수상 거부의 뜻을 밝힌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박길연 공동대표는 “한 달 전에 수상 소식을 전달받고, 현 위원장이 아니라 인권위를 위해 제대로 일할 분으로부터 상을 받길 기대했다”며 “하지만 시상식 날까지 현 위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를 사퇴시키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수상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인권에세이공모전(가작) 수상을 거부한 청소년 ‘둔코’(닉네임)는 “인권에세이 공모전은 인권 교육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 인권위가 인권을 가르칠 자격이 있느냐”라고 따졌고, 인권영상 공모전 대상을 거부한 선철규 씨를 대신해 참석한 김병용 ‘장애인in소리’ 활동가는 “갈수록 인권위가 후퇴하고 있어 철규 씨가 상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마친 대책회의 활동가들은 인권에 대한 이해를 돕겠다는 의미로 ‘세계인권선언문’과 시민 1,000여명이 서명한 ‘현 위원장 사퇴 촉구 서명지’를 인권위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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