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울산 1공장 농성 해제
    By 나난
        2010년 12월 09일 03: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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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사내하청지회(지회장 이상수)가 농성 25일 만인 9일, 농성을 해제하고 교섭에 임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 측 역시 ‘농성 해제와 동시 교섭 개최’를 주장해 온 만큼 현대차 사내하청사태는 교섭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지회는 이날 오후 1시 20분 경 농성 조합원들에 대해 오는 13일(월요일)부터 원직 복직을 보장하고,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 사내하청지회를 중심으로 한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는 것을 전제로 농성 해제를 결정했으며 현재 조합원들은 점거 중인 공장 밖으로 나온 상황이다. 지회는 이와함께 아울러 이날 오후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통해 ‘성실 교섭’을 촉구할 계획이다.

    지회가 농성해제 및 교섭 개최를 결정함에 따라 이날 오후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이경훈 현대차지부장, 이상수 사내하청지회장 등 8명의 노조 측 교섭위원은 이날 오후 현대차 측과 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가졌다. 

    앞서 지회는 이날 오전 8시 30분 경 자체 총회를 열고 ‘교섭 개최와 농성 유지 여부’를 놓고 논의했다. 그 결과 농성 조합원들은 금속노조-현대차지부-사내하청 3주체가 결정한 특별교섭 의제인 △농성장의 비정규직 고소고발, 손해배상, 치료비 등 해결 △농성자 고용 보장 △비정규직지회 지도부의 사내 신변 보장에 대해서는 전면적으로 수용하고, 불법파견 특별교섭에 대한 대책 부분은 향후 보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 현대차 사내하청지회가 9일 농성해제-교섭개최를 결정하며, 현대차 사내하청 사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자료=참세상․울산노동뉴스․미디어충청 합동취재팀)

    하지만 총회에서는 교섭에서의 진전된 안이 나올 경우라는 전제 지도부 결단에 따라 농성을 해제하기로 했으나, 지회 쟁의대책위원회에서 회사 측이 ‘선 농성 해제’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상황에서 교섭 국면을 열기 위해 농성을 해제하되, 본관 항의집회를 통해 회사 측에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것으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지회 쟁대위는 또 이날 총회에서 기존 교섭의제 4가지 외에 보완 내용으로 △파업, 농성을 이유로 한 징계 등 불이익 처분 금지 △노조 탈퇴 협박 중단 및 원상회복 △12월 업체 폐업에 대한 고용보장 대책 마련 △정규직 조합원 고소고발, 손해배상 취하 △아산, 전주지회 의견 수렴 등을 추가했다.

    지회는 9일 오후 울산1공장 농성장에서 이 같은 내용을 조합원 보고대회를 통해 전달했으며, 조합원들도 지회의 이 같은 방침에 동의해 농성 해제 방침이 확정됐다.  지회는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농성 해제 입장과 현대차 측에 ‘성실히 교섭에 임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그 동안 현대차지부가 “농성 해제와 동시 교섭 개최”라는 중재안을 놓고 현대차 측과 사내하청지회를 설득해 왔지만 지회는 “농성 해제는 있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하지만 사내하청지회가 이날 입장을 선회하며 농성 해제 및 교섭 개최로 결정함에 따라 현대차 사내하청 사태는 본격적인 교섭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이상수 지회장은 이날 총회에서 “오늘 교섭을 하자는 안이 결정되면 오늘 어떻게든 끝을 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측 역시 지난 7일 현대차지부에 보낸 공문에서 “지부 확대운영위원회를 통해 ‘노사 간 대화 창구를 개설함과 동시에 하청 인원들의 점거농성을 해제한다’는 결정에 대해 일부 이견과 우려스러운 점은 있지만 현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원하는 직영 조합원들의 염원과 대내외 여론을 고려해 지부의 구두요청 사항에 대승적으로 결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교섭 의제다. 애초 파업의 목적이었던 불법파견 문제가 쟁점에서 모두 빠진 상황에서 이번 교섭이 ‘동성기업 폐업에 따른 해고자 문제와 파업으로 인한 피해 추스르기’로 축소될 수 있다.

    노조 관계자는 “투쟁이 장기화되고, 현대차지부가 총회를 개최하며 부결 쪽으로 전망이 기울면서부터 농성 조합원들도 많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아직 교섭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쟁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교섭 국면에서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지회가 입장을 바꿔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지난 8일 진행된 현대차지부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의 대다수 관계자가 파업 찬반투표가 부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속노조 역시 8일 저녁 열린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파업 일정을 14일로 연기하며 현대차지부에 “14일 정오까지 총회 개표를 유보해 달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파업이 부결될 경우 사내하청지회의 투쟁력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으며, 정규직 노동자와 연대 투쟁 역시 차질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투쟁뿐 아니라, 현대차 지부가 빠져나갈 경우 교섭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지회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회사 측의 물리력 동원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지부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파업 투료 부결과 동시에 ‘현대차지부=귀족노조’, ‘정규직도 외면한 사내하청 투쟁’이란 사회적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집행부의 지도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노조 내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금속노조 역시 현대차지부의 총회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금속노조는 그간 ‘농성장 침탈 시 전면파업’, ‘12월 초 전면파업’ 등 사내하청 투쟁에 대한 투쟁 계획을 밝혀왔다. 하지만 그 계획들은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현대차지부가 파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사내하청지회는 물론 금속노조 역시 현대차지부의 조합원 총회 개최를 반대해 왔으며, 결국 지난 8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오는 14일 4시간 부분파업을 결의하며 현대차지부에 “총회 개표 유보”를 권고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편 지회는 체포영장 떨어진 지회 지도부 10명은 지회 사무실 옆에 천막 치고 농성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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