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투쟁, 중대 고비 맞나?
    By 나난
        2010년 12월 08일 12: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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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이 주요 고비를 맞고 있다. 정규직 노조인 현대차 지부(지부장 이경훈)는 8일 조합원 총회를 통해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결정했으나, 이는 부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돼 사실상 금속노조의 연대 총파업 투쟁 전열에 ‘공식적 이탈’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회 "야4당 중재안 이행 보장 없어"

    이에 대해 비정규직 노조인 현대차 사내하청지회(지회장 이상수)는 농성해제와 함께 교섭 진행을 주장하는 지부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교섭이 이뤄어져도 농성해제는 최종적으로 투쟁 중인 조합원의 의견을 물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어렵게 유지돼온 지부와 공동투쟁 전선은 좌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회는 이미 지난 2005년 ‘선 농성 해제-교섭 개최’의 약속을 저버린 회사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홍영표 민주당 의원,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 김영대 국민참여당 최고위원 등 야4당 의원과 관계자들이 교섭지원단을 꾸려 중재에 나서 지부와 지회, 현대차를 각각 만나 대화테이블 마련을 설득했으나 이 역시 무산됐다.

       
      ▲ 자료=현대차지부.

    야4당은 이날 강호돈 현대차 부사장과의 면담 이후 △4가지 교섭의제와 관련해 회사 측은 전향적 입장에서 협의 △교섭주체는 금속노조와 사내하청업체 포함 5주체 △신분보장 및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소, 손배소 취소는 구두 약속 불가하나 전향적 해결의지 확인 △불법파견 교섭은 향후 4자 혹은 5자와 지속적 협의 등의 내용을 정리해 지회에 전달했다.

    하지만 지회 측은 “야4당 중재안은 어떤 담보와 보장도 없으며, 중재안 문구가 애매한데다 결국 야4당이 보증을 서는 형식으로 회사가 주장한 선 농성 해제를 통한 교섭 제안을 받으라”는 의미라며 이를 거부했다.

    사내하청 지회는 8일 새벽 △회사와 교섭 전제로 한 1공장 농성 선 해제 불가 △교섭결과에 따라 조합원 의견 물어 농성 해제 결정 △합의 후 3주체 공동투쟁본부 등 특별기구 구성 입장 발표 등의 3가지 입장을 최종 결정하며 농성을 지속한다는 기존의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지부 "우리 역할 아무 것도 없어"

    이에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은 8일 새벽 1시 20분경 상임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조합원 총회 개최를 최종 결정했으며, 동시에 1공장 농성장을 엄호하던 지부 상집간부들 역시 모두 철수했다. 8일 현대차지부는 4만 5천 조합원을 상대로 중식과 야식 시간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며, 결과는 9일 오전에 발표할 예정이다. 

    지부는 이날 소식지를 통해 “현대차지부와 비정규직지회는 엄연히 다른 독자적 조직체계임에도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운동적 대의를 실천하기 위해 비지회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왔다”며 “그런데도 그동안 현자지부의 피눈물 나는 노력들이 깡그리 무시되고 폄하된다면, 이제 비정규직 지회 투쟁은 조직 체계대로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며, 현자지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무 것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해 사실상 공동 투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지회는 소식지를 통해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총회 없이 총파업에 돌입하는 것을 간절히 희망했으나 몇 차례 요청에도 결국 현대차지부 찬반투표 총회가 결정됐다”며 “실질적인 원하청 총파업 성사를 위해 현대차 노동자의 투쟁의지를 보여달라”며 총회 가결을 호소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지부 조합원의 찬반투표는 부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수 노동계 관계자들은 “부결은 이미 예상된 것”이라며 “문제는 이후 지부가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이냐”라고 말했다.

    총회가 열리는 8일, 일부 공장에서는 제 현장조직이 ‘총회 반대’ 입장을 정하고 유인물을 배포하자 회사 측 관리자들이 지부 소식지를 배포하며 투표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공장 지부의 한 관계자는 “오늘 아침 회사 관리자들이 현장에서 지부 소식지를 돌렸다”며 “지부는 물론 회사도 부결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가 찬반 투표 독려

    이어 그는 “정규직 조합원 사이에는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지지의 입장도 있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우리가 손해 볼 것’이라는 정서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울산1공장에서 24일째 농성 중인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자료=이명익 기자 / 노동과세계)

    금속노조 관계자들도 “다른 것도 아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인데다 이경훈 집행부가 나름 ‘아름다운 연대’를 강조하며 투쟁을 지지해온 상황에서 지회의 ‘선 농성해제 불가’ 입장으로 인해 사태가 악화된 것으로 여론이 흐르고 있다”며 “총회는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결 이후다. 항간에는 현대차지부가 부결을 이유로 사내하청 투쟁에 손을 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보다는 부결 이후 농성 해제와 교섭 개최에 더 무게를 싣고 지회를 압박할 것이란 전망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지부가 사내하청 투쟁에서 손을 뗄 경우 현장 여론은 물론 사회적 여론도 지부에게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원하건 원치 않았건 그간 비정규직 노조의 투쟁에 정규직 노조의 연대가 불발될 때마다 언론은 “정규직마저 비정규직을 버렸다”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낸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지부 한 관계자는 “현 집행부는 어찌됐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극한의 혼란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만한 선에서 사태를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회 부결 후 협상 압박할 듯

    이어 그는 “‘조합원 총회가 부결됐으니 이젠 협상 밖에 대안이 없다’는 의견으로 동성기업 폐업사태 정리하고 불법파견 관련된 문제는 법원에 맡기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며 “조합원 총회가 지회에 대한 마지막 압박카드이다 보니 오늘 새벽까지 총회 강행 여부를 놓고 지부가 상당히 고민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조합원 총회가 부결로 나올 경우 결국 지부나 지회 모두에게 아픈 결과일 수밖에 없다”며 “지부는 여론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고, 지회는 지부의 투쟁 동력에 실망하고, 농성장 이탈자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 기아차 비정규직 투쟁의 경우 정규직 총회에서 40% 이하의 찬성표가 나온 뒤 현장에서부터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현대차지부 역시 조합원 총회까지 부결난 상황에서 회사 측이 무리한 물리력을 사용할 경우 두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조심스레 파업 투표 결과 찬성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1공장의 정규직 모 대의원은 “이번 총회는 기존의 지부장 선거나 지부 독자적 쟁의찬반 투표와 다르다”며 “현대차 정규직 중에는 가족 중 비정규직 없는 사람이 없고, 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이 섞여 일하기 때문에 유대감이 강하다”며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기존 총회보다는 찬성표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는 8일 오후 7시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현대차 사내하청 사태와 관련한 파업 지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금속노조는 오는 10일 1차 전면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 투쟁 동력이 현대차지부가 찬반 투표에 돌입해, 이날 금속노조 쟁대위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금속노조가 조합원 총회 결과가 도출되는 9일 오전 이후로 투쟁 계획 결정을 연기할지, 현대차지부의 결정과 상관없이 파업 지침을 내릴지, 또는 투쟁 수위를 낮추는 방식을 취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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