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총회, ‘녹색성장’ & 최열 아저씨
    2010년 12월 07일 10: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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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칸쿤에서 16차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기대했던 야심차고 구속력 있는 협정 체결에 실패한 후 1년 동안의 후속 실무협상도 큰 진전이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칸쿤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대체로 비관적이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조그만 결실이라도 바라는 사람조차도 당황스런 방향으로 협상이 전개되고 있다.

기후 깡패국가들

일부 국가들이 선진국의 감축 의무를 규정한 국제 탄소레짐인 교토의정서의 2차 이행(2013년 이후)을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이 선두에 섰고, 캐나다, 호주 등이 뒤따르고 있다. 교토의정서 비준조차 하지 않았던 미국은 일본의 ‘파기 선언’의 진정성이 오도되고 있다고 후방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기후 깡패국가들 모임에 속해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정부는 작년에 이어, 더욱 화려하게 MB표 ‘녹색성장’을 홍보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2012년 대선 직전 시기에 유엔 기후변화총회 한국 유치를 위해 카타르와 경쟁하고 있다. G20, 올림픽, 월드컵(실패), 원자력, 사막화협약 등에 이어 국제행사 유치국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12월 4일(현지시간 기준), 칸쿤 메쎄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야심작인 국제녹색성장연구소(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GGGI)가 부대행사를 열었다.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걸 보니 무척 놀라웠다. 150석 정도 되는 회의실을 거의 채울 정도로 국제적으로 관심이 뜨거운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우습게도 어림잡아 80%가 한국 사람들이었다.

   
  ▲한국 녹색성장과 국제녹색성장연구소 소개에 경청중인 참석자들.(사진=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극소수의 한국 엔지오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정부 관계자들의 동원훈련이었다.(참고로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대표단 참가자는 100명을 넘어 이번 총회 참석 규모 4위를 찍었다고 한다) 진심으로 한국 녹색성장에 관심이 있는 외국 참석자들도 있겠지만, 니콜라스 스턴을 보이기 위해 왔나 싶을 정도로, 그의 연설 도중에 유독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그 유명한 『기후변화의 경제학』의 저자니까 말이다.

칸쿤총회에 대해 부정적으로 예측했던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달리, 스턴은 각국이 적극적으로 노력하여 ‘균형’을 형성한다면,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펼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국제녹색성장연구소의 넘버 투로 영입되어 있는데, 이번 행사의 사회자로 출연했다.

행사 기조 연설에 나선 그는 행사장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상식인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그 해결책으로 녹색성장을 설파했다. 그의 직책으로 미루어 예상했던 것처럼, 한국이 국제 녹색성장의 모범사례임을 잊지 않고 알렸다.

   
  ▲니콜라스 스턴의 기조연설.(사진=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그 와중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바로 환경재단의 최열 아저씨이다.(나는 최열씨를『최열 아저씨의 지구 온난화 이야기』저자로 기억한다) 특히 아저씨가 입은 티셔츠의 문구가 눈길을 끌었는데, ‘350’이라는 숫자 때문이다.

350은 350ppm을 뜻한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현재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385ppm 이상을 350ppm 이하로 줄이자는 캠페인이다. 이는 파국적인 기후변화의 피해를 막고자 벌이고 있는 해외 기후운동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최열 아저씨는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4대강 질문, 현문우답

그런데 4대강과 원자력 그리고 반노동 녹색일자리를 의미하는 MB 녹색성장을 홍보하면서 유엔 기후변화 총회를 유치하려는 해외 원정대에 대해 최열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할까? 한겨레 칼럼(11월 30일자)을 통해 아저씨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한국 유치를 소망하는 이유로 ‘개도국과 선진국의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낼 적임자,’ ‘한국 민간단체의 역동성,’ ‘(국제행사 준비) 저력’을 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총회를 유치하면 ‘환경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청객 중 누군가가, 의례적인 질문에 의례적인 답변의 룰을 깨고, 4대강 사업이 기후변화와 어떤 상관이 있냐고 따져 물었다. 한승수 넘버 원은 우리 문화인 소중한 강을 잘 살려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현문우답 신공을 발휘했다.

   
  ▲한승수 국제녹색성장연구소 대표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머나먼 타국에서 MB 녹색성장의 용비어천가를 접하면서, 아저씨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넘버 원의 말대로라면, 한국은 모든 정책이 ‘그린’인 녹색 공화국이다. 왠일인지 원자력은 언급하지 않았는데, ‘물관리’, ‘수질개선’, ‘생태공원’인 ’4대강 사업‘과 ’값싼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여지없이 등장했다.

녹색성장 스튜어디스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고 끝까지 자리를 사수한 사람들에겐 ’전통‘ 부채가 덤으로 생겼다. 녹색 대한민국 국력 만세! ’얼리 무버‘ 녹색성장 만세! 그러나 만세의 끝은 상계동 올림픽에서 4대강 기후총회로 탈바꿈일 것이다.

   
  ▲행사가 끝나자 참석자들에게 부채를 선물하고 있다.(사진=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기후총회 열면 환경 선진국?

이미 한국 칸쿤총회 민간 대응단은 성명서를 통해 4대강 사업 중단 없는 기후총회 유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칸쿤 현지에서도 이런 내용의 책자를 배포하면서 국제 엔지오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올해와 내년 기후협상의 진전을 바라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서울의정서’를 바라는 아저씨의 마음과 염불보다 잿밥에 눈독을 들이는 정부 대표단의 마음이 통한 것일까. 행사 직후 단상에서 펼쳤다던 최열 아저씨의 태극기 유치 퍼포먼스를 어떻게 이해야 할까? 확실한 것은 주객을 전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 선진국이 되는 길은 기후총회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녹색성장’을 멈추고 녹색사회로 정의롭게 전환하는 것이다.

성공한 MB 녹색성장에게 국경은 좁게 느껴질 수밖에 없나 보다. 내 귀에 클라이밋 체인지(climate change) 다음으로 많이 들린 쥐쥐쥐 아이(GGGI.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를 듣고 있자하니, 나도 모드게 쥐쥐쥐쥐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Gee Gee Gee Gee Baby Baby Baby) 가사가 떠올랐다.

이런 귀여운 기관이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브라질에 MB 녹색성장을 여과없이 수출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정래권 아시아 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 디렉터가 비유한 것처럼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맨몸으로 헤엄치지 않고 서핑보드로 헤쳐나갈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전세계 기후변화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상상은 그릴 수 없는 아름다운 전망일까?

행사 막바지에 뜬금없이 살포한 쥐 세마리 연구소의 칸쿤총회 성명서는 이번 행사의 화룡정점이었다. 연구소 브로셔로 착각할 정도로 제 소개에 집착하더니 협상에 대해 딱 한 마디 한다. 성공적이고 균형잡힌 결과를 바란다고.

사실상 올해 총회를 포기하고 2011년 남아공 더반 총회를 기약하는 것도 자폭이지만, 2012년 한국개최를 국가 대사로 여겨 만국기라도 흔들어야 하는 걸까? 최열 아저씨가 들려줄 기후변화 이야기 속편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단, 기후정의를 외치는 전세계 민중이 진지를 차린 회의장 밖 ‘레알’ 진짜 기후 공론장은 견학하지 말 것. 까무러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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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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