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죄송하게 생각한다"
    2010년 12월 07일 06: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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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 오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현안보고에 출석해 “협정문에 점 하나 고칠 수 없다”며 재협상 불가론을 천명해놓고 결국 한미FTA 재협상을 타결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이회창 "국민 상대 사기친 것"

그러나 김 본부장은 그에 앞서 “가설이지만 미국에서 한미FTA를 물리자고 얘기를 한다면 나는 ‘재협상이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 “(재협상 하지 말라는 국민들도 있지만) 또 다른 국민들은 나에게 (재협상이)불가피했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해 의원들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에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대단히 오만한 발언”이라며 “점 하나 고치지 않겠다고 했던 말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마당에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무시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비판했고,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도 “미국에서는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재협상은 없다고 밝히면서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한미FTA 현안질의에서도 의원들은 김종훈 본부장과 정부가 ‘재협상 불가론’을 천명해놓고 결국 재협상을 타결한 것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의원은 “나도 그렇지만 국민들도 바보가 된 느낌”이라며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 역시 “미국에서는 FTA 이해당사자들과 의원 보좌관들이 협상팀과 동행했다고 하고, 끊임없이 본국 의원들에게 협상 상황을 보고하고 입장을 전달했다고 하는데 우리 협상팀은 이것이 없거나 미미했다”며 “결국 협상결과물에 의심과 불신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은 ‘재협상은 없다’고 못박은 것 자체에 대한 지적을 하기도 했다. 박종근 한나라당 의원은 “한미 FTA는 국익에 이익이고 재협상은 국제적으로 예외적인 일이 아니”라며 “그런 입장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고 김효재 한나라당 의원도 “모든 국가 간의 약속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며 “재협상이 없다고 못박아서는 안되었다”고 말했다.

김종훈 "우리 통상정책의 승리"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타에 김종훈 본부장은 “결과적으로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재협상 불가는 내 입장인 동시에 정부 입장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결과를 내놨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그간 상황 전개가 다소 불가피한 점이 있었던 것에 대해 깊은 혜량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날 현안질의에서 김 본부장은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번 한미FTA재협상 결과에 대해 ‘미국 노동자들의 승리’라고 했는데, 한국은 누구의 승리가 되었나”는 질문에 “해외시장에 대한 우리 통상정책의 승리”라고 답했다.

또한 의원들은 한미합동군사훈련으로 미국 항공모함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한미FTA재협상을 시작한 시점도 지적했다. 정동영 의원은 “협상에서 시점 타이밍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상식적인 국민이라면 서해에 조지워싱턴호가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재협상을 한다는 데 납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정욱 의원도 “협상시기가 미묘하게 느꼈던 것이 사실”이라며 “개인적으로 정부가 이번 재협상에 대한 불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스스로 한미FTA는 통상 이상의 문제라고 해온 상황에서 당연히 국민들이 외부의 힘이 개입되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내년 미국 의회가 바뀌면 기본적인 절차만 2~3달 더 갈 것으로 봤고 다른 국면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협상시점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협상시점에 대한 것은 내 판단으로, 애초 11월 마지막주에서 12월 초순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평도 피폭은 내가 생각 못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홍정욱 "밀어붙이면 나도 동참 못해"

또한 야당 의원들은 이번 한미FTA 재협상에 대해 ‘이익균형점이 맞춰졌다’고 주장한 김 본부장과 청와대를 향해서도 비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재협상에서 주고받은 분야가 다른데, 직접적인 손익계산서 도출이 불가능한 것”이라며 “그렇다면 윈윈(Win-win)이라는 식의 발언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홍정욱 의원은 “퍼주기한 비판은 동의하지 않으나 자동차를 내주고 돼지고기-의약품을 챙긴 것이 균형점을 맞춘 것이라면 아쉬움이 남는다”며 “정부는 소통 부족, 향후 협상의 나쁜 선례를 만든 것, 이익균형점이 다시 맞춰진 부분은 솔직히 소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혼신을 힘을 다해 반대하는 사람 설득해야 한다”며 “2008년 처럼 밀어붙이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하고 나도 여당의원으로 동참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의원들은 이번 재협상이 한-EU FTA 등 타 국가와의 통상교섭 과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쏟아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종훈 본부장은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한-EU FTA의 동등대우조약은 서비스업에 국한되어 있어 이번 자동차 관세 등은 적용이 안되고 이번 합의와도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한미FTA 조건에 상응하는 요구조건 내걸 상대가 없다고 자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고, 홍정욱 의원도 “이번 재협상으로 하나의 협상이 다른 협상에 영향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정부가 보여주고 있다”며 “향후 FTA에 나쁜 선례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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