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철원은 재벌의 일상이다"
        2010년 12월 06일 08: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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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떤 반사회적인 진실이 잔인하게 드러나고 있다.

    여러 매체에 의해 ‘재벌2세’의 폭력 사건으로 소개된 최철원 전 M&M 대표가 탱크로리 운전기사 유홍준 씨 외에 다른 임직원들도 삽이나 곡괭이 자루, 골프채 등으로 폭행한 사실이 수 차례 있다는 증언이 보도되었고, 사냥개로 직원을 위협하거나 소음에 항의하는 이웃집 주민에게 되려 건장한 남성들과 함께 야구배트를 들고 찾아가 결국 이사하게 만들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폭력을 숭앙하는 한 성질 더러운 경영자의 회사에 재수없게 들어간 임직원들의 불운이 안타깝고, 최철원이라는 이름을 향해 “뭐 이런 XX가 다 있냐?” 하는 욕설을 뱉어 최철원에게 중형을 선고할 사회적 여론에 힘을 얹어야 되겠다는 느낌이 드는 한편 여러 차례 폭력을 행사하고, 자신에 대한 비난에 더 큰 무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무마했다는 대목에서, 그가 가학적 충동에 의한 중증의 신경증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태도를 정하게 된다.

    2.

    물론, 최철원의 폭력행위는 법으로 처벌돼 마땅한 일이고, 필요하다면 정신감정을 받게될 수도 있는 일인 것 또한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권력을 등에 업은 한 개인의 패륜이나, 반사회성 인격장애가 야기한 폭행의 하나로 정리하는 것은 과연 충분한 분석일까?

    충분하다고 보기엔 다음 사실들이 걸린다. 우선, 사건을 처음 폭로한 MBC 영상에도 정확히 이 사건의 원인이 언급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사매거진 2580’ 11월 29일 방송분에는 SK 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유홍준 씨에 대해 “그룹 측이 하청업체인 M&M 측에 문제를 빨리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는 기자의 멘트가 포함되어 있다.

    이 멘트에 따르면, 이 사건이 탱크로리 노동자에 대한 최철원의 관점이나 개인적인 갈등관계에서 유발된 것이 아니라, 재벌이 고용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인시위 등에 대한 ‘처벌’로써 직접적인 폭행을 공식적으로 사주하진 않았겠지만, SK 본사가 M&M 사에 요구한 “빠른 일처리”가 결국 “시끄러운” 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SK 측은 아직까지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3.

    한편, 유심히 보아야 할 점이 바로 이 사건이 용법에 따라 흉기로 분류될 수 있는 알루미늄 배트로 신체에 직접 가해진 폭행사건이라는 것이다. 흉기가 될 가능성이 있는 도구로 상습적으로 사람을 때렸다는 의혹은 최철원 개인을 ‘상종 못할 놈’으로 만들어버리는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재벌 등 초대형 자본이 노동현장에서 범하는 일상적 폭력의 양태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재벌사업장에서 노사분규가 일어나면 용역깡패들이 고용되는데, 이들은 예외없이 항상 ‘무장’한 채 투입된다. 각목과 쇠파이프는 기본, 최근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농성현장에 들이닥친 용역은 목장갑에 쇠볼트를 넣은 ‘사제 무기’를 휘두르기도 했다.

    지난 4일에는 포크레인에 대형 철골구조물을 부착한 ‘사제 탱크’까지 등장해 농성장을 파괴하기도 했다. 중무기(重武器)로 무장한 ‘사제 탱크’ 옆에는 잘 조직된 100여 명의 용역깡패가 보호헬멧과 방패를 들고 진을 치고 지키고 있었다.

    이처럼, 재벌이 ‘무기’로 ‘무장’한 조직된 인력과 장비로 압도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최철원 사건에서 독특하게 일어난 것이라기 보다 재벌이 언제나 범해왔던 범행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동안 재벌은 비용의 일부를 노동자들에게 압도적인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기무장화’에 사용해 왔고, 유사시에 무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역깡패나 그들을 고용하는 재벌에 대한 비난여론이 전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적은 한 번도 없고, 당연히 용역깡패가 규제된 적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같은 재벌의 ‘자기무장화’를 떠받치는 물적 배경은 막대한 재력이지만, 이를 사회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은 물론 사적소유물에 대한 배타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두의 사유재산이 인정되어야 하는 만큼, 기업의 재산권 행사도 기업소유주에게 전적인 권한이 있다는 생각이 더 타당하다고 믿는 것이다.

    4.

    개인의 소유권에 대한 이 정도의 용인은 경우에 따라서는 무력을 직접 행사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정착됐고, 이렇게 확대된 사유재산에 대한 관점은 IMF 후 한국에 유입된 신자유주의에 의해 사유재산을 확보하기 위한 전면적인 투쟁을 옹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두 가지 두드러지는 양상이 바로 예비노동자인 20대의 스펙 경쟁과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아주 특별한 노동형태이다.

    20대의 스펙경쟁이란, 20대 예비노동자가 자격증 획득, 기업공모전 입상 등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기업에 팔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과정에서 무한경쟁에 돌입하는 것을 말하는데, 실제로는 기업에 고용되기 전부터 기업이 원하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비임금 상태로 고용되어 있는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경제난을 강조하면서, 예비노동자들 간 경쟁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입사 전부터 살아남는다는 것에 대한 극도의 훈련을 받고 난 20대가 회사에 충성하는 순한 노동자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편, 이번에 최철원에게 폭행을 당한 유홍준 씨는 자신이 소유한 탱크로리를 운전하는 특수고용노동자다. IMF 이후, 멀쩡한 정규직을 개인사업자로 강제 전환해 만들어진 ‘특수고용노동자’는 명목상 생산수단(유 씨의 경우 탱크로리 차량)을 직접 소유한 자영업자로 본사와 계약을 체결해 용역을 공급하는 형태지만, 대부분 공급이 남아돌기 때문에 본사나 현장을 담당하는 하청업자에 종속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즉, 탱크로리를 소유했다는 것이 재벌의 경우처럼 ‘자기무장화’를 뒷받침하기는 커녕,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고용된 노동자가 법적으로 받는 보호에서 제외된 단점만이 부각되는 것이다.

    5.

    둘 사이의 공통점은 바로 ‘무기’를 확보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의 명령이 사실은 그들을 더욱 더 확실하게 종속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재벌과 같은 초대형 자본은 스스로 무장하며, 모두에게 무장할 것을 강요한다.

    모든 것을 자유경쟁 원리에 집어 넣는 것이 가장 좋다고 믿었던 신자유주의의 대부 밀턴 프리드먼이 맞다면, 가히 신자유주의의 생체실험장이라고 해도 될 만한 한국은 벌써 위기를 극복하고 몇 번이나 도약에 성공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철원 사건이 ‘브루탈'(brutal)하게 드러내는 것은 “자기계발로 무장하라”는 구호가 실상은 잡아먹기 좋은 크기까지 키워서 먹겠다는 뜻이라는 것이었다.

    유홍준 씨가 M&M 사무실에 찾아갔던 것도 자신의 하나 뿐인 ‘무기’인 탱크로리를 회사측에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 전에 SK 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던 것도 마지막 남은 자신의 무기인 탱크로리를 제 값에 팔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생계문제에 몰린 유 씨가 헐값에 탱크로리를 넘기러 갔던 날, 최철원으로부터 평생 못잊을 봉변까지 당한 것이 아닌가.

    6.

    정부와 재벌은 20대가 쌓아올린 스펙이나 특수고용노동자의 생산수단이 자유경쟁 시장을 살아나가기 위한 ‘무기’라며 경쟁을 부추킨다. 그게 사실이라면, 각자 가지고 있는 작은 무기를 적절히 사용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그들의 국민에게 세뇌하는 이데올로기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더 나은 삶을 향유하는 포식자의 자리를 늘리지 않는다.

    최철원 사건은 밀폐된 공간에 한 사람을 가두고 둔기로 가격한 반사회적인 폭행사건이다. 여기에 최철원 개인의 가학적 성향이 가세했거나 말거나, ‘정말로 반사회적인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하찮은 가십에 가려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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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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