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완의 과거청산-성과와 쟁점, 과제
    By 나난
        2010년 12월 04일 08: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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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표지.

    올해 포괄적 과거청산기구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비롯하여 많은 과거청산 관련 기구들의 활동이 종결된다. 민주화 이행 과정에서 특별법과 이에 근거한 국가기구가 주도하는 과거청산 작업이 2010년이 저물어가면서 한 단락을 접고 있는 것이다.

    과거청산 기구의 일단락

    한국의 과거청산기구들은 대부분 국회에서 만든 특별법에 근거하여 국가 공식기구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과거청산 관련 특별법들은 과거사 위원회가 다루는 진상규명의 범위, 위원회의 구성, 활동 방식을 너무 엄격하고 좁게 규정해놓아 위원회의 자율성을 사실상 심각하게 제약했다.

    2010년 국가주도의 과거청산기구들이 대부분 활동을 종결하지만, 한국의 과거청산 작업은 여전히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이번 <역사비평>(역사비평사, 13,000원) 겨울호 특집은 ‘미완의 과거청산’이라는 제목으로 기존 과거청산 작업의 성과와 한계를 점검했다.

    안병욱은 ‘한국 과거청산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에서 한국의 과거사 문제가 친일반민족행위나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군사정권하의 인권침해 문제들이 겹쳐 있어 남아공·중남미·스페인 등의 과거청산 사례와 비교할 때 매우 복잡하다고 말한다. 그는 먼저 한국에서 다양하게 제기된 과거사 문제를 크게 식민지 잔재의 청산, 한국전쟁과 전후의 이념 대립 과정에서 야기된 집단학살로 인한 갈등의 극복과 화해, 과거 독재정권이 자행한 수많은 인명살상과 인권 유린으로 나눠 살펴보았다.

    그리고 사회 전환기의 요구를 수용해 설치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등 과거사 위원회의 활동 내용을 정리하면서 과거사청산의 중점은 진실규명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진실규명과 더불어 피해자 구제도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후속 조치들이 강구되고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사를 청산하는 일은 기득권 세력의 반발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한국 사회를 갈등과 분열로부터 화해와 평화로 이끌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유럽의 과거청산

    ‘글로벌 시각에서 본 과거청산의 의미’를 짚은 정현백은 나치 과거의 청산, 1980년대 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칠레 등 많은 독재국가의 권위주의 독재체제의 청산, 러시아·동독 등 현실사회주의국가에서 자행된 인권 침해 등의 과거청산을 살펴보면서 이것들이 한국의 과거청산에 던지는 시사점을 언급했다.

    가장 성공적 사례로 꼽히는 독일의 나치청산은 높아진 인권의식과 새로운 역사의식으로 무장한 세대로 넘어가면서 질적으로 훨씬 발전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어두운 기억이 잊히는 것이 아니라 더 새롭게 살아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과거청산이 항상 미완의 과정이자 현재진행형이고, 그래서 ‘기억의 정치’이자 기억 만들기의 과정이라 강조한다. 즉 독재정치가 만들어낸 과거 기억과 저항운동의 기억 사이에서 과거청산의 성패는 기억의 정치에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 들어 퇴행하는 과거청산 작업에 절망하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과거청산을 기획하고 심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준식은 ‘국가기구에 의한 친일청산의 역사적 의미’를 짚어봤다. 이준식은 최근 활동이 종결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반민규명위)와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친일재산조사위)의 활동 내용을 중심으로 친일청산 작업의 전개 과정과 역사적 의의를 검토했다.

    우리 민족은 1945년 8월 해방을 맞으면서 친일청산 시도를 하였으나, 이승만 정권의 와해공작으로 반민법이 폐지되고 반민특위가 해산당했다. 이후 분단체제의 심화와 좌우 갈등으로 인해 민족의 여망인 친일청산은 왜곡되고, 친일문제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다.

    친일청산 작업, 학계로 돌아가야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민주화가 진전되는 속에서 잘못된 과거사의 청산이 화두로 등장하고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반민규명위와 친일재산조사위가 출범할 수 있었다. 두 위원회의 활동은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과거청산의 일부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으나, 우리 사회의 반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미완의 과제이다.

    따라서 이준식은 친일청산 작업이 국가기구를 거쳐 시민사회로, 학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가 늘 친일의 역사를 기억하고 거기에 대해 반성하며 궁극적으로 친일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성찰의 역사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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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역사문제연구소

    우리 역사의 여러 문제들을 함께 연구하고 그 성과를 일반에 보급함으로써 역사 발전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설립되었습니다. 한국 역사의 사회 연구 및 대중화 사업과 관련해서 연구, 출판, 대중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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