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난민 이야기
By 나난
    2010년 12월 04일 08: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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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2010년 11월 현재 3천 명가량의 난민들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 난민 하면 대부분 ‘탈북난민’을 떠올리지만, 이들의 국적은 가까운 북한, 중국, 버마(미얀마)에서부터 이란, 이라크 등의 중동,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라이베리아 등의 아프리카까지 매우 다양하다. 거의 전 세계에서 갈 곳 잃은 난민들이 피난처를 찾아 한국까지 들어오는 것이다.

다양한 국적, 다양한 사연

   
  ▲ 책 표지.

그동안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외면을 무릅쓰고 꾸준히 난민구호활동을 벌여온 이들이 있다. 1999년 국내 최초의 난민지원단체인 ‘피난처’를 설립한 이호택, 조명숙 부부다. 지난 10여 년간 난민들에게 따뜻한 피난처를 제공해준 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한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바로 『여기가 당신의 피난처입니다』(창작과 비평사, 13,800원)

남편 이호택 씨는 10여년간 사법시험을 준비했으나 여러번 낙방하면서 사회운동가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시절 한때 노동운동을 했던 그가 다시 구로공단으로 들어가 만난 사람은 한국 노동자보다 훨씬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이었다. 그는 외국인노동자 인권단체인 ‘외국인노동자피난처’에서 법률상담 간사로 봉사를 시작했다.

명랑한 ‘날라리’였던 조명숙은 대학시절 한 외국인노동자의 절박한 전화 한통을 받고 뜻하지 않게 외국인노동자를 돕는 사회운동가가 되었다. 같은 단체에서 함께 활동하던 부부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산재보상금과 체불임금을 받아주는 활동을 벌이다 우연히 중국에서 탈북난민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이후 난민구호라는 좁은 문으로 들어서게 된다.

처음 피난처의 문을 두드린 이들은 세계 최대의 나라 없는 민족인 쿠르드(Kurd)난민이었다. 강제 출국의 두려움에 떨던 이들은 피난처의 도움으로 일시체류 허가를 얻게 된다. 그 외에도 독재체제에 신음하는 고국을 제2의 한국으로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안고 찾아온 버마난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으나 방글라데시 정부에 의해 삶의 터전을 빼앗긴 줌머(Jumma)난민, 기독교로 개종했다가 사회에서 배척당한 무슬림 난민, ‘삼촌(부족장 혹은 추장을 의미함)’에게 박해를 받아 도피한 아프리카 난민 등, 온갖 국적의 난민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피난처를 찾아왔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난민과의 만남’에서는 부부가 처음 피난처를 세우기까지의 일들을 풀어나가면서 난민의 개념과 역사적 배경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2부 ‘난민과 함께 꾸는 꿈’에서는 난민들이 한국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난민공동체학교’, 난민 자녀들을 위한 ‘열국아이학교’, 시민들에게 난민의 존재와 가치를 알리는 ‘세계 난민의 날’ 행사 등 사단법인 피난처의 활동과 함께 그동안 난민들과 울고 웃었던 시간들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난민은 지금도 들어오고 있다

본국에 있는 가족과 하루하루 먹고살 일을 걱정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서도 결코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난민들의 아름다운 모습과 아무 대가 없이 선한 의지 하나로 모여든 자원활동가들의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게 전해진다. 특히 마지막에 피난처 홍보대사가 된 신현준씨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3부 ‘우리가 몰랐던 한국의 난민 이야기’에서는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의견 등 난민의 발생원인을 설명하면서 어떤 난민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는지 사례별로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심각한 환경문제로 인해 ‘환경난민’이라는 새로운 난민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더 많은 피난처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도 피난처를 찾아 국내로 들어오는 난민들이 있다. 그들은 아파도 소리 낼 수 없는 약자들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그들에게 문을 활짝 열고 한때 우리가 받았던 사랑과 자유를 나누어줄 차례다. 우리에게 생소한 난민문제를 소개하고 난민들의 상처와 꿈을 그려낸 이 책은 우리 사회가 난민에게 마음을 여는 하나의 문이 되어줄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난민들을 위한 따뜻한 피난처가 되는 그날까지 이 부부의 아름다운 활동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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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호택

1959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법률가가 되고자 했으나 사법시험에 여러 번 낙방하면서 길을 바꾸어 ‘외국인노동자피난처’ 활동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을 돕다가 난민들을 만나게 되었고, 사명처럼 그들을 위한 활동에 뛰어들었다. 1999년 국내 최초의 난민지원단체 ‘피난처’를 설립했고, 그동안 공부해온 법률지식을 활용해 난민들을 돕고 있다.

저자 – 조명숙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단국대 한문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원래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으나, 잘못 걸려 온 외국인노동자의 전화 한 통으로 뜻하지 않게 사회운동가가 되었다. 1997년 신혼여행으로 간 중국에서 탈북난민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중국 국경을 넘었다. 이후 ‘왕고지식 고집불통’ 남편을 도와 난민활동을 하고 있다. 원래 꿈도 포기할 수 없어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야학인 ‘자유터학교’를 설립했고,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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