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올로기 승자는 ‘사민주의’
        2010년 12월 03일 05: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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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정치가 우선한다』(셰리 버먼, 후마니타스, 17,000원)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근대 이데올로기 간의 투쟁 역사를 다룬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주제와 관련된 책은 많지만 이 책의 저자는 기존의 이론대로 근대 이데올로기의 투쟁사를 자유주의의 승리로 보는 것에 명백히 반대한다.

       
      ▲책 표지 

    저자는 이데올로기 투쟁의 승자를 굳이 따지자면 그것은 사회민주주의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사회민주주의란, 정치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내건 적극적 민주주의자들의 비전”이라며 “그것이 전후 복지국가체제를 이끌었다”고 말한다.

    또한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에서도 분리된다. 필자는 자본주의가 전통적인 국가-시장-사회 간의 관계를 완전히 뒤바꾸면서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가져왔지만 자연과 사회의 보호라는 인간 공동체의 본래 목적이 해체되었다고 말한다.

    필자는 자유주의와 적대했던 마르크스주의도 경제중심주의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정치와 사회를 생산과 교환의 법칙에 따르는 종속적 위치로 더 확고하게 위치시킨 것은 마르크스주의였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역사의 주된 원동력을 경제에서 찾았고, 자본주의는 궁핍화와 파국적 불황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측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결국 정통 마르크스주의의 잘못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은 다양한 형태의 수정주의로 나타났고, 그 가운데 민주주의의 가치와 전면적으로 결합된 것을 사회민주주의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것은 엄밀히 마르크스주의 안에서 태동했지만 결국 마르크스주의와 결별한 새로운 이념이라고 보고 있다.

    저자는 정통 마르크스주의의 경제 중심주의에 대한 불만과 수정은 혁명적 수정주의와 민주적 수정주의로 나뉜다고 밝히고 있다. 혁명적 수정주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일으킨 공산주의와 조르주 소렐과 같이 기존 체제의 폭력적 전복을 주장하는 강한 직접행동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민주적 수정주의는 정통 마르크스주의의 유물사관과 계급투쟁론이 현실에서 실천될 수 없다는 점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적극적인 정치적 실천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기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스스로 마르크스주의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로 생각했다고 설명한다.

    이후 혁명적 수정주의는 점차 파시즘과 민족사회주의(나치즘)로 구체화되면서 계급보다는 민족공동체를 강조했고 민주적 수정주의도 마르크스주의로부터 점차 벗어나게 되면서 정치의 우선성과 계급을 가로지르는 연대를 강조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정당과 민족주의의 가치에도 주목했다.

    저자는 혁명적-민주적 수정주의 중 전후 체제에서 새로운 활력을 갖게 된 노선을 살펴보면, 자유주의적 요소나 마르크스주의적인 요소와의 연관성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자유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종언을 예측한다.

                                                      * * *

    저자 – 셰리 버먼

    미국 컬럼비아 대학 소속 바나드(Barnard) 칼리지의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럽 현대사와 사회민주주의에 관해 독창적 시각과 날카로운 분석을 보여 준 그녀의 책 두 권, 즉 이 책과 The Social Democratic Moment(1997)는 미국의 유명 정치학자들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다.

    그 밖에도 Perspective on Politics, Comparative Politics, World Politics, Foreign Affairs, Dissent, World Policy Journal 등 권위 있는 학술지들에 활발히 기고하면서 미국 정치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는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유럽의 정치적 경험이 어떤 교훈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역자 – 김유진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성공회대 대학원 사회학과에 재학 중이다. 한국의 진보 정당들이 좀 더 선명하게 사회민주주의의 길을 개척하길 바라는 그는, 군사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현재는 “동북아시아 항공 우주력 균형 발전론”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집필 중이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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