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87년 세대', 진보진영 반응은?
    2010년 12월 03일 05: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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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진보신당 고문이 지난 11월17일 민주당 좌파블록인 ‘진보행동’ 출범식에서 ‘87년 세대’라는 연대의 틀을 제시하면서 최근 벌어지는 각종 연대연합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87년 이후 소외된 노동문제에 대한 적극적 문제제기”로 받아들이는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빅텐트로 귀결될 수 있는 위험한 논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심 고문은 진보행동 출범 당시 “독재정권 말기 그 시대교체의 소명을 과감하게 밀어붙였던 열정과 에너지를 표현하는 데 486세대라는 말은 좀 ‘나이브’하다”며 “프랑스도 68년 5월 혁명을 공유하는 세대를 68세대라고 하는데 486이란 말을 버리고, 시대교체의 소명과 책임을 다하고자하는 의지의 개념으로 87세대라고 부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고 정치권으로 합류한 일부 개혁적 정치 인사들을 지칭하던 386-486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87년의 에너지를 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아우르는 한편, 87년 6월 항쟁과 더불어 벌어졌던 7~8월 노동자 대투쟁까지 시대정신으로 함께 담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최근 민주당 내 이인영 최고위원, 김영춘 최고위원 등이 민주당 내에서 노동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하고 있고 정동영 최고위원, 천정배 최고위원 등의 중진들도 ‘진보’와 가까운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진보진영 대표 정치인인 심 고문의 이런 제안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등 개혁진영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심 고문은 당시 “진보-개혁은 독재와 냉전에 맞서 싸웠지만 무소불위의 시장권력에 의해 함께 가지 못했다”며 “우리의 민주주의가 멈춘 것도 그 지점”이라고 말했으며 “87년을 넘는, 삶의 질을 바꾸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이는 진보행동 출범 토론회에서 임종석 전 국회의원이 밝힌 비전과 흡사하다.

당시 발제에 나선 임종석 전 국회의원은 “민주화-통일을 넘어 진보세대로 자기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진보정치를 통해 야권단일정당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김호기 연세대 교수 또한 “6월 항쟁의 성과를 넘어 민주주의는 물론 넥타이 부대와 노동자계급이 함께하는 진보와 중도의 새로운 벡터적 통합이 요구된다”고 밝힌 바 있다.

진보신당 통합파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연대와 연합의 다양한 가치와 기준이 필요하지만 노동문제야 말로 현 시대의 모순을 넘어설 수 있는 중요한 가치와 기준이 될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87년 세대’라는 표현은 매우 의미있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우 전 진보신당 부산시당 위원장도 “최근 복지국가 담론이 논의되는 이때, 87세대 담론은 민주화 뿐 아니라 노동이 있는 복지라는 과제를 부여할 수 있다”며 “(과거 386세대가)비정규직 문제를 양산시킨 책임이 있긴 하지만 그것을 극복해야 하며 최근 개혁진영 내에서도 87년 6월 뿐 아니라 노동자 대투쟁을 받아들이겠다고 접근하는 과정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심 고문의 이와 같은 제안이 개혁진영과의 무분별한 연대를 부추겨 종국에는 빅텐트론으로 까지 흐를 수 있다며 경계하는 눈초리를 보이고 있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심 고문 말의 뉘앙스는 개혁진영이 진보진영과 손을 맞잡고 연대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라며 “87년 체제는 이미 낡았고 사람들도, 그동안의 경험도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나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소장이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연대의 손을 내밀 일도 없고, 만약에 그렇다고 해도 진보정당, 민주노총 등에서 정서적으로 그를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사실상 불가능한 단순한 정치적인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역시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 성과를 하나로 모아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의 견인차가 되자는 차원이라면 이해되지만 문제는 6월 항쟁 이후 진보운동의 성과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버렸다는데 있다”며 “정치적 지향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도 갈려있는데 이를 하나의 정치적 흐름으로 묶는다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갈라진 이후 서로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심 고문의 ‘87 세대 연대론’은 자칫 ‘빅텐트’로 귀결될 위험성이 있다”며 “그것은 바람직하지도 실현가능하지도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반신자유주의와 6.15선언 지지를 근거로 진보정치 대통합을 이루고 이를 기초로 올바른 범야권연대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창우 전 부위원장은 “그런 의미에서 (개혁진영을 연대의 대상으로)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라며 “정통좌파진영이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개혁진영을 배제하거나 부정하고 있지만 이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그런 점에서 87세대라는 표현이 연대의 폭을 확장해나가자는 의미가 있다면 긍정적이고 건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87년 세대 같은)이런 표현을 심 고문이 민주당이나 자유주의자들과의 연대를 구애하고 나섰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386의 협소함을 넘어 그들 스스로가 6월 항쟁과 더불어 노동자 대투쟁이라는 두 시대정신을 함께 가지고 가야 한다는 분발을 촉구하는 의미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심상정 고문이 진보대통합 기초한 올바른 범야권연대를 통한 진보적 정권교체를 하자는 취지로 이와 같은 말을 했다면 나쁠 것도 없다”며 “심 고문이 범야권 단일정당을 형성하자는 얘기를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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