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가 전쟁부추겨···무뇌 방송"
        2010년 12월 03일 03: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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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 포격 이후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 상황으로 변한 한반도의 긴장상황에 대해 국가 기간방송이면서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기는커녕 군사적 대결을 조장하는 데에만 힘을 쏟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한국진보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KBS는 전쟁 불사를 외치며 이명박 정부의 강경대응을 부채질하고 있는 조중동과 다를 바 없는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KBS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진 지난 23일 저녁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두시간 동안 73건의 집중 보도를 한 뒤에도 연일 적게는 14건부터 많게는 35건까지 연평도 포격사태에 대해 많은 뉴스를 쏟아부었다. 열흘간 9시뉴스에서만 모두 299건을 내보내, 하루 평균 30건에 이른다.

    보도량의 문제를 넘어 내용에 있어서도 대북규탄, 연평도 피해상황, 우리군의 대응 미숙 등 초기상황부터 서해상에서 최대규모로 실시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무더기식 중계, 추가 도발시 강력한 응징을 천명하는 목소리, 우리군의 화력 증강 촉구 등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군사력을 더 키워서 이상징후만 있어도 북한을 초토화시켜야 한다는 군사적 의지만이 담겨있다.

    그러나 우발적이든 계획적이든 다시 서해상에서 충돌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걱정이나 분석은 없다. 제대로 보복하기만을 주문하는 목소리로 채워져있을 뿐 전쟁의 참혹함과 한치라도 전쟁으로 비화되서는 안된다는 경계는 어느 곳에도 없다.

       
      ▲지난 2일 방송된 KBS <뉴스9>

    시민단체들은 KBS의 연평도 포격 보도에 대해 "’교전수칙을 넘어서는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싣고, 미군 핵항모까지 동원된 한미 연합훈련을 중계라도 하듯 흥미진진하게 보도하는가하면, 연평도 및 서해 5도에 첨단무기를 배치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증강된 전력’이라며 띄우기에 급급했다"며 "심지어 ‘서해 5도는 방어 전략 거점에서 북한의 심장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전초기지로 전환될 전망’이라는 식의 남의 나라 얘기하듯 보도했다"고 평가했다.

    KBS에서는 남북이 이렇게 군사적 대결을 벌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우려하는 목소리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김정은 업적 쌓기용’ ‘처음부터 민간인을 겨냥했다’는 추측성 보도로 국민들에게 대북 적개심을 심어주는 뉴스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MBC나 SBS도 큰 차이는 없지만 적어도 NLL이 갖는 의미, 서해가 왜 ‘화약고’로 불리는지에 대한 구조적인 요인 등을 짚거나 남북간 군사적 대치가 계속됐을 때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연평도에 첨단무기가 집중 배치됐을 때의 문제점을 보도 했다. 하지만 KBS에서는 전쟁분위기를 띄우는 뉴스 외엔 찾아보기 어렵다고 이들은 비판했다.

    이들 단체들은 "KBS의 행태는 현재의 군사적 대결이 지속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해 최소한의 고민도 없는 ‘무뇌 방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냉정하게 사태를 풀어야 함에도 우리의 공영방송 KBS가 이명박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면서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국민적 비극"이라고 개탄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의 대표주자라 자칭하며 국민에게 수신료를 더 내달라고 하는 KBS가 연평도 포격 이후 상황에 대해 이렇게 보도해선 안된다"라며 "KBS는 호전적 목소리만 대변하고 정부 일각의 의견을 마치 전 국민의 여론인양 보도하고 있는데, 만에 하나 지금 상황이 전쟁으로까지 이른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지겠느냐"고 질타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이 안전하고 살 수 있는 역할을 해야 KBS지, 지금 KBS는 일반 언론보다 못한 존재가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KBS 보도를 보면 목불인견이라는 말이 생각난다"고 꼬집었다.

       
      ▲지난 1일 방송된 KBS <뉴스9>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 <뉴스9> 

    이에 대해 한상덕 KBS 홍보주간은 "이런 사건의 경우 현장성과 속보성이 중요한데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 국민들이 북한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는 모습이 잡힌다. 이런 것만으로 우리가 전쟁 부추긴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군사적 대치와 긴장감이 커지다 재차 충돌시 발생할 극단적 상황에 대한 분석은 왜 못하느냐는 지적에 대해 한 주간은 "우선 상황을 전한 뒤 한숨 돌린 다음에 분석을 해야 하지 않느냐"며 "뉴스는 모르겠지만, 오늘부터라도 공영방송 역할을 찾아 대안을 고민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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