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남일당’ 철거, 유가족 오열
    By mywank
        2010년 12월 01일 11: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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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 투쟁의 상징인 남일당 건물이 1일 오전 철거됐다. 이날 철거공사는 고 이상림 씨의 아들 이충연 씨 등 남일당에서 망루농성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철거민들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항소 기각)이 내려진 뒤, 검찰의 증거보전 해제 조치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 제도개선 위원회’(용산 진상규명위·옛 용산 범대위)는 이날 “남일당 철거는 용산참사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살인진압의 현장이 묻히는 것이자, 탐욕의 (재)개발이 멈추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용산참사 상징, 역사 속으로 사라져

    한편 남일당은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망루농성을 벌인 철거민 5명이 경찰 진압과정에서 사망한 건물이자, 용산 범대위와 유가족들이 용산참사 해결을 요구하며 점거했던 ‘투쟁 근거지’였다.   

    이날 남일당 철거 공사는 철거업체 직원들이 건물 앞에서 고인들을 기리는 절을 하고 막걸리 한통을 뿌리는 의식이 이뤄진 뒤, 오전 9시 10분경 시작됐다. 주변 철거 공사현장의 잔해를 쌓아 만든 진입로에 오른 대형 포클레인은 요란한 굉음을 울리며 건물을 무너뜨렸다. 

       
      ▲1일 오전 포클레인이 용산 남일당 건물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종회 용산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왼쪽)과 전재숙, 유영숙 등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철거되는 남일당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사진=손기영 기자) 

    1년 가까이 남일당을 지켰던 유가족들은 무너지는 건물을 지켜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현장을 찾은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는 “저기에서 얼마나 살고 싶었을까”라며 오열했고, 고 윤용헌 씨의 부인 유영숙 씨는 “한 번만 보고 오겠다”며 공사 현장으로 달려가다가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용산 진상규명위는 이날 오전 8시 현장에서 남일당 철거공사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용산 범대위의 박래군 이종회 공동집행위원장, 문정현 이강서 신부, 최헌국 목사, 유가족 등 용산참사 투쟁에 함께했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건물은 철거해도 진실은 철거 못해"

    용산 진상규명위는 ‘건물은 철거해도 진실은 철거할 수 없다. 용산참사의 진실을 반드시 밝히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남일당은 지난 1년여 간 용산참사 투쟁의 성지였던 곳”이라며 “우리는 열사들의 장례 이전에 제시한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과제로, 참사 현장이 용산참사를 기억하는 추모의 공간으로 조성되길 촉구한 바 있지만, 그런 요구가 관철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살인진압의 책임자들을 법정에 세우지 못한 채 남일당 건물이 철거되지만, 남일당에 올랐던 철거민 열사들의 정신은 철거될 수 없다”며 “그동안 남일당을 지켜냈던 수많은 이들의 마음과 그 진실은 결코 철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용산 진상규명위는 이날 철거공사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용산 진상규명위 활동가들은 이날 철거 공사현장에 흰 국화와 색종이 등을 뿌리는 상징의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희주 용산 진상규명위 공동대표는 “남일당 철거를 막지 못해 착잡하다.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역사가 용산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문정현 신부는 “그동안 여기를 지나가면서 재개발 현장을 쳐다보기도 싫었다. 앞으로 재개발의 거짓이 드러나면, 희생자들의 죽임이 거짓된 재개발에 항거한 행위였다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참사 유가족인 전재숙 씨는 “철거민들은 살고 싶어 남일당에 올라갔는데, 지금까지 밝혀진 게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 남일당이 철거되니까 마음이 답답하다”고, 고 양회성 씨의 부인 김영덕 씨는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남일당 건물이 헐려서 참담하다”고, 유영숙 씨는 “용산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남일당은 보존돼야 할 건물”이라며 심경을 밝혔다.

    유가족 "남일당 건물 헐려 참담" 

    이강실 용산 진상규명위 공동대표는 “오늘(1일) 남일당은 헐리지만 용산참사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금 망루농성을 벌인 철거민들은 감옥에서 고통을 받고 있고 진상 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이강서 신부는 “남일당 철거는 이명박 정부가 용산참사를 역사 속에서 지우려는 것이자, 자본권력이 재개발을 빨리 진행해 개발 이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용산 진상규명위는 내년 1월 20일 용산참사 2주기를 맞아, 이달 중에 ‘용산참사 2주기 범국민 추모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으며, 추모 문화제, 추모비 제막식, 용산참사 희생자 묘역 참배, ‘강제퇴거 금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등의 추모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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