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사회적 협의기구 만들어라
By 나난
    2010년 11월 30일 05:46 오후

Print Friendly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이 30일로 16일째 접어들고 있다. 노조는 특별교섭을 요청하며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농성 해제’를 전제로 교섭이 아닌 협의만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노조 핵심 지도부 7명에 대한 체포영장이 신청되고, 연행자가 속출하며 사태는 더 악화되고 있다. 

"제3의 중재자 필요"

이런 가운데 현대차 사내하청 사태 해결을 위해 현대차의 전향적 입장 변화는 물론 파견법-하도급법의 문제점에서부터 비롯된 바, 정부의 책임 통감과 함께 ‘3의 중재자’를 통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30일 야5당과 민주노총이 공동주최한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의 올바른 해법과 사회적 실천 모색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 사내하청 사태 해결을 위한 대응 방안을 발표하며 현대차에 “문제 해결을 위한 과감하고 전향적인 태도변화와 실질적인 조치”를 주문하고 "그 시발점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사내하청지회 등 노조 3주체가 제안하고 있는 특별단체교섭”이라고 강조했다. 

   
  ▲ 야5당과 민주노총이 30일 현대차 사내하청 사태와 관련해 긴급토론회를 가지고 대응을 모색했다.(사진=금속노동자http://www.ilabor.org)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정규직화에 대해서도 그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2007년 7월 1일 이전 입사자 중 2년 이상 사내하청 노동자의 경우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형태의 정규직화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다만, 신파견법에 적용 받는 2년 이상 근무자와 2년 이하의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해결방안은 ‘불법파견의 철폐’와 ‘직접고용으로 전환’을 기본원칙으로 하여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제3의 공정한 중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독립적이고 집행력을 가지는 노사정 대표자가 참가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불법파견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한다”며 “특히 현대차의 문제에 한정시키지 않고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제 시민사회․노동․경제․정당 단체의 ‘원포인트’ 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직무유기 문제

그는 지난 7월 22일 대법원 ‘불법파견-근로기간 2년 이상 정규직 지위 확인’ 판결과 관련해 “2005년 실태조사와 노동부판정에 의해서 불거진 제조업에서의 불법파견실태에 대한 법적 근거와 의미에 대한 논란을 사법부 최고기관인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내하도급 실태조사와 관련해 “혼재작업 외에 원청의 작업지시권, 노동시간결정권, 생산설비와 작업장비의 사용여부, 인력관리방식 등으로 그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하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이러한 판단근거가 전혀 수행되지 않았거나, 고의적으로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조사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며 “사내하도급이라는 명목 하에 산업현장에서 합법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불법파견’에 대한 명확한 법제도적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야당 의원들도 현대차 사내하청 사태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이번 파업 사태의 책임은 사내하청 불법파견 즉, 위장도급이 제조업에 만연해 있는데도 묵인하고 방조한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에 있다”며 “법원의 판결 취지대로 현대차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행정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태는 현대차 노사만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대화 테이블을 만들고, 노사 간 협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현대차는 재판을 빌미로 시간을 벌며 다른 불법적 방법을 사용해 이번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며 “문제를 정말 해결하고 싶다면, 사내하청노조와 단체교섭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속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시간 벌며 불법적 해결 방안 모색"

이어 그는 정부와 경찰에 “먼저 불법을 저지른 현대차에 대해서는 제지하지 않으면서, 어쩔 수 없이 (파업이라는) 행동에 나선 노동자들을 제지하는 건 불합리하다”며 “사회적 여론 환기를 통해 노사 간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토론회는 국회의원이 국회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거나 3분 정도의 발언만 한 채 자리를 비워 ‘긴급 토론회’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했다. 특히 이들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이 야기된 원인에 대한 분석과 반성보다는 수박 겉핥기식 ‘발언’에 그쳐 아쉬움을 더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현대차 사내하청 사태가 벌어진 상황에서 이번 토론회가 좀 더 유익하게 진행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며, 지난 1998년 파견법이 제정될 당시의 집권 여당과 노동계의 대응에 대해 비판했다. 그리고 이 사태에 대한 반성과 구체적인 대응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파견법이 어떻게 만들어졌느냐”라고 반문하며 “악용은 이명박 정권이 하고 있지만 그 발단은 이전부터”라며 파견법 제정 당시의 정당․노동 단체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파견법이 제정되고, 불법파견이 이뤄지는 것을 사실상) 좌시했던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모두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 파견법 제정을 놓고 노동계가 반발했지만, 당시 집권 여당은 이를 통과시켰으며, 이후 간접고용 노동자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또한 겉으로는 ‘하도급’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뒤로는 ‘불법파견’을 일삼는 업체가 횡행했지만 정부는 물론 노동계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 공장 점거라는 상황까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끌고 온 자들이 누구냐”며 “그에 대한 냉정한 반성이 있어야 하고, 오늘 이 토론회는 그런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모양 갖춰서 현장 방문하는 그림이나 만들 시간을 아끼고 여론 선도층들이 적극적인 내용을 만드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임동수 민주노총 정책실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박수근 한양대 교수와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에 나섰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김영대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이 이날 토론자로 참여했으며, 애초 참석예정이었던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대신 김정진 부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회는 30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됐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