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보위기, 가계위기 기폭제된다"
        2010년 11월 30일 08: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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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부채가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0년 3/4분기 가계신용’을 보면 가계신용 잔액은 총 770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계대출 725조원, 판매신용 45조원을 합한 수치로 전 분기보다 15.2조원이 증가한 것이다. 이는 GDP 대비 73%이며, 정부재정대비 254%(2009년 기준)가 넘는 규모이다.

    사상 최고 수준의 규모도 문제지만, 그 내용은 더욱 좋지 않다. 총 가계대출 725조원 중 주택담보 대출이 은행 및 비은행권 포함하여 353조로 주택관련 대출 비중이 전체의 5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08년 기준보다 15% 증가한 것으로 여전히 주택 관련 대출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 안 좋은 모습은 주택 관련 대출 중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은행권의 주택 관련 대출은 2007년 16%에서 2010년 3/4분기에는 20%로 그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비은행권의 주택 관련 대출이 은행권보다 높은 금리수준 (8~12%)인 점을 감안할 때, 대출의 성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변동성에 취약한 부채구조와 차환경제

    이렇게 가계대출 구조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변동과 같은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는 시정되지 않고 있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의 주택대출은 자산대비 부채비율(LTV)이 최고 60~70%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전체 채무자의 85%는 이 최고 수준에 가까운 50~70%대 까지 대출을 받은 것이다. 이는 가계들이 더 이상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운 수준임을 보여준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에 비해 판매신용(카드빚)이 20%나 급격하게 증가하는 모습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주택관련 대출의 93%가 변동금리라는 점이며,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52.5%)이 5년 안에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이러한 구조는 금리의 변동, 인플레이션 등 경제의 변동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현재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고, 대출의 대부분이 담보대출의 형태이며, CDO(부채담보부증권), CDS(신용부도스와프)와 같은 파생상품에 노출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의한 금융위기와는 다르다고 하나, 서브프라임 시장이 가졌던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한국 가계대출이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점에 매우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가계는 카드나 대출로 빚을 돌려막고 있고, 건설사(시행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조달한 부채를 또 다른 부채로 돌려막는, 즉 차환하여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차환경제에서 예상치 못한 경제변동이나 현금흐름이 발생했을 경우, 급격한 붕괴를 막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위기의 요인들 : 인플레이션과 재정건전성

    물론 위기를 맞아 돈을 풀어 차환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거나, 소득흐름을 좋게 하여 금융시장의 급격한 붕괴를 막는 것은 가장 1차적인 조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목표로 재정건전성을 추구해 나가기로 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염두에 둔 2011년 예산안을 발표했고, 한국은행은 이를 위해 11월 금리상승을 단행하며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기조가 쉽게 뒤 바뀌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재정건전성과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은 금융자산 보유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인플레이션은 금융자산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떨어뜨리고 수익을 약화시킨다.

    미국 중앙은행인 FRB의 그리스펀이 2004년 이후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한 것도, 1997년 한국에서 IMF가 재정건전성을 통해 20%가 넘는 고금리 정책을 쓴 것도 금융자산자의 이해에 부합하는 행동인 것이다.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이 채무자가 빚을 상환하는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면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정책은 현재의 가계 대출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을까?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보다는 가계부채 문제 해소에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역시도 심각한 가계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가계 대출의 대부분이 변동금리인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은 명목금리를 상승시켜 가계의 금리부담을 무겁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가계는 어떠한 상황이든 다가오는 위험을 헤징(hedging)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연평도 충돌은 가계부실의 기폭제?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한의 대결구도가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는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면서 대북 강경기조를 천명하고 있다. 이에 이른바 국가위험도(컨트리 리스크, country risk)가 급속하게 한반도에 떠올랐다.

    이 대북 강경기조에 의한 컨트리 리스크의 상승은 가계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나아가 급속한 가계부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7월, 11월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저금리가 지속되어 가계의 금리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었던 이유에는 해외자본의 풍부한 유동성이 한 몫 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북 강경기조가 지속될 경우, 해외자본의 급격한 철수(이 중의 상당수는 중국자본)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고, 해외자본의 철수는 향후 금리인상과 맞물리면서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에 파괴력 높은 ‘금리폭탄’이 될 수 있다. 결국 연평도 충돌에 따른 ‘안보위기’는 후방의 ‘가계위기’를 초래할 기폭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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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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