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교섭 아니라 협의, 금속은 안돼"
    By 나난
        2010년 11월 28일 12: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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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울산사내하청지회가 28일, 현대차 관련 3개 노조(금속, 지부, 지회)가 의견을 모은 교섭 요구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이날 오후 2시 경 회사 쪽에 특별교섭을 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나, 회사는 선 농성 해제, 교섭 아닌 협의라는 입장을 전해와 실제로 교섭이 이루어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장기화 국면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교섭 이뤄질지 여전히 불투명

    노조의 요구 내용은 △농성장의 비정규직 고소고발, 손해배상, 치료비 등 해결 △농성자의 고용 보장(울산․아산․전주) △비정규직 지회 지도부의 사내 신변 보장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별교섭 등이다. 

    회사 쪽의 강호돈 현대차 부사장 등은 이날 3시 30분 경 현대차지부를 찾아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점거농성 해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그는 3개 주체가 교섭단으로 참여하는 특별교섭 요청에 대해서는 ‘교섭’이 아니라’ ‘협의’를 하자고 주장했다. 교섭 주체와 관련 회사 쪽은 금속노조를 빼고, 대신 협력업체 사측을 포함시킨 4자로 구성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이상수 현대차 울산사내하청지회장은 이날 오후 1시경 농성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정규직화에 대한 성과 있는 합의를 위해 끝까지 최선의 투쟁을 다하겠다”며 “회사가 정규직화를 전제로 조합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정규직화 안을 제시한다면 농성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금속노조-현대차지부-현대차 사내하청3지회가 24, 26일 두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하며 현대차에 특별교섭을 요청하는 요구안을 마련했다.(사진=참세상․울산노동뉴스․미디어충청 합동취재팀)

    하지만 사내하청 아산지회의 경우 울산지회와 입장을 달리하는 등 노조 내부의 단일안이 도출되지는 않은 상황이어서, 이들간의 의견 조율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산지회의 경우 ‘모든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화’ 등을 담은 요구안을 교섭의제로 삼아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며, 거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규직화 성과적 합의 없이 농성해제 없다"

    송성훈 아산지회장은 “3주체 회의의 논의 주체가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을 정규직과의 공동투쟁으로 나아가서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전체의 투쟁으로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차 측에게 교섭을 구걸하는 것으로 초점이 맞춰진 것은 심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울산지회는 이 처럼 ‘불법파견 노동자 정규직화’ 요구가 미약한 수준이라는 의견이 조합원들 사이에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27일 밤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3주체 논의안을 수용하는 이유와 특별교섭을 임하기 위한 단서조항을 달며,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대한 입장을 정했다.

    단서조항은 △비정규직지회 쟁대위는 현대차와 불법파견 정규직화 교섭을 열기 위한 과정으로 이번 특별교섭에 참여한다 △금속, 현대차지부, 3지회 등 3주체 회의 결과에 대해 다수의 조합원이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공유한다 △비정규직지회는 “정규직화에 대한 성과 있는 합의 없이 농성을 풀지 않는다”는 입장이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지지, 엄호, 연대 의사를 요청한다 △지회 쟁대위는 성명서와 기자회견을 통해 위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울산지회는 이번 단서 조항을 통해 조합원들의 우려를 반영하는 한편, 26일 정규직 노동자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규직화 합의 없는 농성 해제 불가’라는 입장을 빼줬으나, 현장의 강력한 요구로 다시 ‘단서 조항’ 형태로 이 부분을 넣은 셈이다.

    현대차 사내하청 사태 해결을 위해 3주체가 현대차 측에 특별교섭을 요구하기로 함에 따라 이제 공은 현대차 측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회사가 ‘협의’라는 표현을 내세움으로써 노사 간의 공식적인 ‘교섭’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협력업체를 교섭 주체로 포함시킴으로써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성’을 부인하고 나서 교섭 성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지회와 교섭 진행 전례 있어

    이와 관련 이상수 울산지회 지회장은 “회사는 사용자성 거부하며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2006년 불법 파견과 관련해 지회와 교섭을 진행한 사례가 있다”며 “이번 파업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교섭 거부한 것이 사태의 발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규직화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이 형식적인 대화 정도로 조합원과 국민들을 기만한다면 우리는 파업투쟁을 더욱 강화할 것이며,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무기한 농성투쟁도 벌일 것”이라며 “회사가 대화와 교섭을 거부할 경우 현대차 정규직 동지들도 금속노조의 결정에 따라 연대파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3주체 합의와 관련해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아쉽지만, 농성해제를 전제로 하지 않고 특별교섭에서 불법파견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울산1공장에서 점거농성을 진행 중인 한 조합원은 “쟁대위 결정사항이니 믿고 지켜보겠다”며 “당장 정규직화가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는 회사를 교섭테이블에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쟁대위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논란을 겪으며 3주체가 단일한 합의안을 만들었지만 중요한 것은 현대차가 교섭에 임하고, 그 교섭에서 어떠한 내용을 결정하느냐”라며 “노동자 사이에 이견을 최소화하고 정규직과의 연대로 성과 있는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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