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키드'는 안녕하신가?
        2010년 11월 28일 09: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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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

    ‘디지털 키드’는 잘 자라고 있는 건가?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노는 것보다는 모니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시간이 훨씬 긴 아이들. 덧셈과 뺄셈 연습, 언어 공부, 그림 그리기까지 손바닥 크기의 전자기기를 이용한다.

    일각에서는 게임 많이 하는 아이들이 두뇌발달에도 도움이 된다고 얘기하지만, 게임에 중독되고, TV에 빠져 있는 자식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눈에는 걱정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자, 정말 괜찮은 건가, 우리들의 ‘디지털 키드’은?

    독일의 교육학자 크리스티안 리텔마이어는 자신의 책 『아이들이 위험하다』(송순재, 권순주 옮김. 이매진. 12000원)에서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꼼꼼하게 따져보자고 얘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뇌과학, 발달심리, 신경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된 연구와 각종 언론 보도 등을 집약한 실증 자료를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다. 막연한 거부나 성급한 찬양이 아니라 방대한 사례 연구와 통계 자료, 눈에 보이는 수치를 바탕으로 현대 아이들의 교육 환경에 관한 두 가지 논점을 설득력 있게 증명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정신없이 지나가는 화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의 TV 프로그램. 이 책에서는 이런 영상 문화를 ‘속사포 문화’로 표현한다. 2005년 설문 결과, 독일 9학년 학생들은 하루 평균 5시간 TV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여가 활동으로 TV 시청을 꼽는 아이들이 전체의 74퍼센트다. 독일 민영 방송국 프로그램의 60~70퍼센트는 폭력적인 장면이 차지한다. 영상 미디어를 지속적으로 접하면서 아이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이 책에서는 한 남자아이의 맥박 호흡 수치, 심장박동 등 신체 변화 과정을 기록한 그래프를 통해 ‘속사포 문화’를 접하는 동안 우리 신체는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의 불안 상태를 보인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심각한 것은 오랫동안 이런 스트레스를 받으면 육체의 재생 과정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 뇌세포가 새로 형성되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좀 더 시야를 넓혀 오늘날 교육을 바라보는 지배적인 시각을 비판한다. ‘인적 자원’, ‘효율성’, ‘우수성’, ‘학교의 아웃풋’ 등. 한국 사회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표현들이다. 리텔마이어는 이런 표현은 현대의 교육이 겨냥하는 가치, 즉 ‘기술만능주의적 · 경제적 교육모형’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같은 교육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자신의 길을 발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인 교육을 하는 ‘인간주의적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문화산업이나 기술적 사유가 반드시 나쁜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으로는 익힐 수 없는 상상력과 창의력, 비판적 사유를 배울 통로가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 *

    지은이 – 크리스티안 리텔마이어

    독일 괴팅엔대학교에서 교육학 교수를 지냈고, 은퇴한 뒤 지금은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독일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저명한 교육학자로, 해석학, 교육사, 교육인간학, 교육미학, 아동발달심리학, 뇌과학, 학교공간건축 등 폭넓은 연구 영역에서 일군 성과로 주목을 받아왔다.

    옮긴이 – 송순재

    감리교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와 감리교신학대학교 대학원, 독일 튀빙엔대학교에서 교육학, 철학, 신학을 공부했다. 한국기독교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옮긴이 – 권순주

    독일 튀빙엔대학교에서 ‘저항의 산실로서 그림 보기’라는 주제로 독문학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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