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요구안, 진통 끝에 다시 마련
    By 나난
        2010년 11월 27일 02: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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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요구안 마련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현대차 관련 3개 노조(금속, 지부, 지회) 대표들이 27일 새벽에 만나 새로운 요구안을 다시 도출해냈으며, 이날 저녁까지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적으로 요구안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의견 수렴 중

    이번에 노조 3주체가 다시 의견을 모은 안은,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24일 요구안에서 ‘동성기업 폐업으로 파업사태가 촉발된 바’라는 구절만 삭제하고 특별교섭단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동성 관련 구절의 삭제는 이번 파업의 직접 계기가 동성기업의 폐업이었지만, 투쟁의 본질은 비정규직화 쟁취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당초 3주체 회의에 올린 울산지회 쟁대위의 요구안에 포함됐던 ‘정규직화에 대한 성과 있는 합의 없이 농성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최종적으로 빼는 걸로 의견을 모은 대목도 눈에 띈다. 이는 이번 투쟁의 승패의 관건으로 평가되는 ‘정규직과의 연대’를 감안한 결과로 보인다.

    현대차 지부는 그 동안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강조해왔으며, 동성기업 폐업과 이에 따른 ‘사태’의 해결과 대법원 판결에 따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을 분리해서 접근할 것을 주장해왔다. ‘합의 없이 농성 해제 없다’는 내용의 문구를 삭제한 것은 현대차 지부와의 연대와 함께 지회의 정규직화 투쟁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의 발휘라는 측면이 함께 작용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의견이 모아진 노조의 요구안은 교섭 방식과 관련해 △현대자동차(주)에 특별교섭 개최와 창구를 요구하고 △특별교섭단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현대차사내하청 3지회로 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교섭 의제는 모두 4가지로 △농성장의 비정규직 고소고발, 손해배상 치료비 등을 해결 △농성자의 고용 보장(울산, 전주, 아산) △비정규직 지회 지도부 사내 신변 보장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을 요구 등이 포함됐다.

    일부 조합원 불만 표시도

    이번 3개 주체가 진통을 겪으면서, 일부 양보를 통해 모아낸 요구안에 대해 3개 지회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동의를 해줄 경우 현재까지의 투쟁 국면은 교섭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정규직화 부분에 대한 요구가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 요구’ 정도로는 약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회사 쪽에서는 ‘동성기업 폐업 사태’만 의제로 삼고, 교섭 상대는 현대차 지부여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어, 이번 요구안을 토대로 노사가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투쟁 중인 비정규직 조합원의 경우 ‘정규직화에 대한 강력한 요구’와 연대 투쟁 동력의 핵심 주체인 현대차 지부의 입장 고려 문제를 놓고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27일 현재 13일간의 점거농성 기간 동안 정규직 조합원들의 엄호와 지지는 투쟁을 지속하는 데 큰 힘이 됐으며, 끝까지 정규직과 함께 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하지만 파업의 원인이었던 불법파견 관련 요구가 명확히 들어가지 않은 것에 대한 내부 반발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오후 1시 30분부터 진행된 사업부별 토론에서 일부 조합원들은 “어느 정도 성과만을 가지고 내려가면 사측은 어떤 술수를 써서라도 (우리를) 자리에서 없애려할 것”이라며 “모두 정규직화돼 (공장을) 내려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한 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다른 조합원은 “(지부를 제외하고) 우리만 결의해서 농성했을 때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상처뿐인 영광은 싫다”며 “최대한 성과를 내는 게 최선이다. 현실이 힘들면 교섭창구를 열어 지회장의 (3주체가 의견을 모은)그림에 힘을 실어서 성과를 남기고 가야 한다”고 말해 수용 입장을 밝혔다. 조합원들의 이 같은 목소리들이 3개 지회에서 최종적으로 어떻게 모아질지 주목된다.

    회사 받아들일지도 불투명

    이와 함께 노조의 요구안을 회사 쪽에서 받아들일 것인가도 큰 관심사다. 지회가 불법파견과 이에 따른 정규직화에 대한 요구 수위를 다소 낮췄다는 것이 회사의 반응에 어떤 영향을 줄지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하지만 회사 측이 그간 농성 해제를 교섭의 전제로 주장해온 만큼 실질적 교섭이 성사되기까지는 또 다른 진통이 예상된다.

    사내하청 3개 지회는 현재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며, 최종 결정은 다시 노조 3개 주체 대표들이 모여서 내리게 될 예정으로, 오늘 밤이나 28일 오전 중이면 확인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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