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백혈병’ 치열한 법정 공방
    By mywank
        2010년 11월 25일 08:1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백혈병(림프종 포함) 피해와 관련된 첫 재판이 25일 오후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려,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법정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기흥공장)의 아버지 황상기, 고 이숙영 씨(기흥)의 남편 이선원 씨, 고 황민웅 씨의 부인 정애정 씨를 비롯해, 백혈병 발병 당사자인 김옥이 씨(온양공장), 비호지킨 림프종 발병 당사자인 송창호(온양) 씨 등 5명은 지난 2007년 6월과 2008년 4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지만, 공단 측은 2009년 5월 불승인 통보를 했다.

    ‘삼성 백혈병 피해’ 첫 재판 열려

    이후 이들은 지난 1월 법원에 산업재해 인정과 행정처분 취소 등을 요구하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피해자(원고) 측의 소송 대리인은 법무법인 ‘화우’의 박상훈 변호사와 법률사무소 ‘의연’의 박영만 변호사가 맡았다.

       
      ▲’반올림’ 활동가들이 삼성 반도체공장의 문제를 알리는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반올림) 

    25일 오후 3시 30분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203호 법정에서 열린 ‘삼성 백혈병 피해’ 관련 첫 재판(1차 변론기일)은 원고와 피고 측이 이번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입장 등을 재판부에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 회원 10여명도 2시간 넘게 진행된 재판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이날 재판에서 원고 측 소송대리인은 제품생산 공정이 반복되는 반도체공장의 특수성을 언급하며, “특정 공정(감광, 식각공정)에서 발생한 벤젠과 산화에틸렌 등 백혈병과 림프종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이 다른 공정에서 일했던 피해자들에게 노출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발암물질 노출 기준 이하에서도 개인적 건강 차이, 장시간 노출 등의 요인으로 발병이 가능하고,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이 입는 ‘방진복’은 사람 몸의 각질, 분비물 등을 방지하는 목적이어서 화학물질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수 없다”며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건강실태 조사결과, 반도체 제조업체에서 근무한 여성 노동자는 일반 국민에 비해, 백혈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1.48배 높다”고 밝혔다.

    건강 문제, 장시간 노출로 발병 가능성

    원고 측은 발암물질 노출 수치가 낮더라도 △장시간 노출 △ 개인적인 면역력(건강) 차이 △적절하지 않은 보호 장구 착용 등의 요인과 백혈병, 림프종 등의 발병 원인의 인과 관계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타 업종 사업장 피해 사례)를 근거로 들며,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했다.

    반면 피고 측 소송대리인(곽희경 변호사)은 “이 사건은 이미 근로복지공단에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근로자들의 질병과 업무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결론이 난 바 있다”며 “근로자들의 업무 연관성과 벤젠 등 발암물질의 노출 여부 등이 명확히 인정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하지만 이 사건의 근로자들은 발암물질에 노출되지 않는 공정에 일했으며,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은 탑다운 배기장치, 국소 배기장치 등을 통해 국내외 어느 회사보타 화학물질 등 유해요인을 잘 관리하는 회사”라며 “해당 근로자들의 질병과 반도체공장 업무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 방청석에 있던 원고 측의 황상기 씨는 발언권을 얻어, 피고 측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지난 1991년~2003년 입사한 점을 지적하며 “피고 측이 말하는 ‘라인’(제품생산 공정)은 모두 신형이다. 사건 당시의 옛날 라인은 대부분 없어졌다.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고 측이 신청한 증인 심문 등이 이뤄지는 다음 ‘삼성 백혈병 피해’ 관련 재판(2차 변론기일)은 다음달 27일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