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정의’ 투쟁, 보편복지 가는 1차 관문
        2010년 11월 25일 12: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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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당장 조세정의가 필요하다

    서구의 민중들의 투쟁사에는 ‘조세정의’를 슬로건으로 싸웠던 흔적들이 있다. 굳이 전문가들이 도와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조세정의에 대해 인터넷을 뒤져보면 부자인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조세정의라는 단어에 생소하게 느끼는 진보들도 많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대한민국이라는 동네에서는 조세정의로 싸운 역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압축성장을 통해 기형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이 나라의 진보들이 그 압축적 성장에 주눅이 들고 관료들이 생산해 내는 담론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들이 비일비재한 현실이 안타깝지만, 사실이 그렇다. 조세정의가 실현되기도 전에 보편복지라는 담론이 먼저 실현될 판이다.

    조세정의에 대해 감각이 없는 것은 대중들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간접세가 OECD의 평균 두 배가 넘는다는 사실이나 어마어마한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가 가지는 의미는 동일하다. 바로 ‘조세부정의’ 아니겠는가?

    간접세는 담배(67%), 소주(72%), 휘발유(70%) 등에 집중적으로 붙어 있고, 휴대폰 요금도 마찬가지이다. 거의 모든 물품에 간접세는 붙어 나오는데 간접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은 당연히 부가세이다. 부가세는 기업의 경우 부분적으로나마 환급을 받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래 가격의 10%를 그냥 세금으로 내는 것이다.

    이렇게 높은 부가세를 내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 물가가 비싼 이유이기도 하다. 간접세가 문제인 이유는 이 세금이 부자이거나 가난한 사람이거나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부가된다는 측면에서 조세정의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세금은 숨겨져 있다. 간접세와 직접세의 비율문제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조세문제로 싸워 본적이 없다는 사실을 반증해준다. 서민은 역시 만만한 대상인 것이다. 국가에 의한 착취시스템으로서 조세문제는 진보진영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단순하게 부유세를 올리자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간접세와 부가세를 낮추는 운동이 절실하다. 노조의 임금인상 투쟁보다 훨씬 정치적이고 진보정당들이 공동투쟁 할 수 있으며 박근혜와 민주당이 받아 안을 수 없는 주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박근혜조차도 받을 수 있는 ‘복지’는 이미 진보적 슬로건으로서의 명줄은 다했다고 느끼는 것은 좀 성급한 생각일까? 민주당이나 박근혜의 복지가 알맹이 없다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지만 정작 알아야 할 사람은 잘 모른다는 것이 우리의 딜레마이다.

    물론 정작 알아야 할 사람들이란 대중들이다. 대중들이 예전에 노태우의 ‘보통 사람’에 속았고 최근에는 ‘경제대통령’에 속았듯이 ‘복지대통령’에 속을 날도 사실 멀지 않았다. 문제는 알고도 그리 될 것이라는 내 마음 속의 패배주의를 내가 어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게 우리를 힘들게 한다.

    게다가 더욱 큰 문제는 민주당이나 박근혜의 복지는 간접세를 올리고 서민을 더욱 쥐어짤 것이라는, 뻔한 결론이 현실화되어 가는 마당에 대응할 방법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이나 박근혜는 아마도 복지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 간접세를 증가시키면 된다고 내심 생각할 것이다. 부자들에게 부유세를 더 물리자고 말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세정의 투쟁의 역사 없이 ‘보편복지’를 말하는 것은 사실 이 간접세를 더 올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압축성장이 되었다고 투쟁도 압축된다면 곤란할 텐데 조세정의라는 것을 빼먹는 압축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세정의가 보편복지로 가는 1차 관문이다

    필자는 지금 시점에서 조세투쟁을 전면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세정의 실현 없이는 결국 서민들의 부담이 끝없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복지담론 속에서의 조세정의가 아니라 조세정의가 곧 보편복지로 가는 기본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없애고 내려야 하는 것은 간접세이고, 올려야 하는 것은 직접세이다. 몇 년 전에 부유세가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지만 이제는 ‘간접세를 없애자’가 이슈가 되어야 한다.

    정말로 간접세가 획기적으로 줄면 결국 부유세나 법인세가 올라가게 되어있다. 조세부담률이 낮다고 말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그건 민주당이 할 말이다. 진보정당들이 고민해야 할 대목은 ‘정의’이고 ‘진보적인 형평성’이다. 그게 조세정의로 가는 길이다.

    성장 이데올로기가 그리 오래도 대중들을 속여 왔지만 이제는 대기업이 더 큰 부자가 되는 것이 서민 경제에는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때도 되지 않았을까? 대기업이 법인세를 올리자고 하면 난리가 나겠지만 싸워봄직 하지 않는가? 보편복지 비용을 대기업의 법인세와 부유세로 하자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진보정당 외에는 없는 듯하다. 지금은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슬로건으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보편복지를 말하다 보면 재원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때 되면 자연히 조세문제가 불거져 나올 것이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던데 솔직히 말하자면 순진한 생각이다. 슬로건은 그냥 만들어지지도 않으며 결코 조세문제가 자연히 튀어나오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우리의 슬로건은 보편 복지의 실현을 위한 첫 번째 단추로서 조세정의의 실현이어야 한다.

    조세정의 슬로건으로 사회당과 공동투쟁을 시작하자

    또한 조세정의투쟁은 기본소득을 부르짖는 사회당이 반드시 거쳐가야 할 지점이다. 사실 기본소득이란 현재로선 실현불가능한 그야말로 희망사항인데, 사회당은 목적지를 정해 놓고 그 목적지로 다가가는 여정에 조세정의 투쟁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투쟁하고 운동하다 보면 결국 기본소득이 획득될 것이다라는 믿음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필자는 ‘조세정의’라는 공동의 슬로건으로 사회당과 공동투쟁을 모색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아예 ‘간접세 없애자’, 혹은 ‘부가세 3%’라는 식으로 슬로건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만약 사회당과 먼저 공동투쟁이 조직되면 진보신당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면도 만들 수 있다고 믿어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의미로 반신자유주의 연대와 같은 식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그 범위가 애매해서 얼마든지 유권해석 할 수 있으며 그 자체로는 거의 아무런 내용도 담을 수 없는, 따라서 슬로건도 될 수 없는 전선이 어떤 점에서 유용한지 필자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이제는 구체적인 슬로건으로 싸워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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