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속, 끼니 걱정해야
By 나난
    2010년 11월 25일 12: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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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암흑이다. 점거농성 10일째인 24일, 우려했던 단전이 이뤄졌다. 공장 점거농성에 들어갔을 때부터 흘러나온 ‘단전 단수 조치’ 소문이 결국 현실이 된 것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단수는 이뤄지지 않아 화장실 이용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오전 10시 52분경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울산1공장 2층의 모든 전기가 나갔다. 겨우 살아남은 것은 시스템 가동을 위한 비상제어시스템(컨트롤박스)만이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회사 측 관리자들이 지키고 있는 1층에는 눈부신 빛이 선명하다.

해가 짧아진 겨울이라 오후 5시가 넘어서부터 공장 안에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하더니 7시가 넘어서부터는 공장 안에 빛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아시스 같이 간혹 비춰지는 빛은 휴대전화이거나 손전등이다. 혹여 누가 2층으로 올라오기라도 하면 계단 앞을 지키고 있던 조합원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지나가는 길을 손전등으로 비춰주곤 한다.

누구는 그랬다. “이제 정말 점거 농성하는 것 같다”고. “못 먹고, 못 입고, 화장실 한 번 가기 위해 기본 20여 분은 기다려야했지만 그래도 조금 불편한 것 뿐이었다”고. “하지만 회사가 전기마저 끊어버리는 상황이 오니 우리가 정말 회사랑 싸우고 있는 것 같다”고. 지난해 평택의 쌍용차처럼 말이다.

   
  ▲ 24일 오전 10시 52분경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울산1공장 2층에 대한 단전조치가 내려졌다.(사진=이은영 기자)

휴대전화의 배터리도 아껴야 한다. “충전 못할 것 같다. 배터리 아껴야 하니 핸드폰 꺼놓는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할게” 가족들에게 보낸  문자다. 공장 밖에서도 온종일 단전소식이 입에 오르내렸다. 가족들은 “전기가 안 들어와 이제 휴대폰 충전도 못하니 전화하지 말라고 했다”며 “정말 인권유린이 따로 없다”며 분노했다.

노동자들의 아내들은“통화도, 문자도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으며, “컵라면은 단전 때문에 물을 끓이지도 못하는 상태, 우리 남편들 걱정되시더라도 배터리 방전되어 나중에 연락이 아예 끊기면 큰일이니 통화는 조금씩만 참으시라”는 글을 현대차 사내하청지회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밖에 있는 가족들은 또 “날도 추운데 캄캄한 암흑 속에서 밤새 고생하실 조합원님들 생각하니 너무도 속상하고, 사측에 대해 더더욱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어둠속에 힘드셔도 옆 동지들 손 꼭 잡으시고, 파이팅 외쳐보며 이겨내 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바람이 전달된 것일까. 이날 밤 10시경 끊겼던 전기가 들어왔다. 이날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과 이경훈 현대차지부, 현대차 사내하청 3지회(울산․아산․전주)장 모두 5명이 대책회의를 여는 동안 1공장에 대한 단전 소식이 전해졌고, 이에 3지회장이 “단전조치를 풀지 않으면 회의를 할 수 없다”며 버텨 결국 단전 11시간 만에 불이 들어왔다.

설상가상. 단전에 이어 음식물도 차단됐다. 23일 오전,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을 앞세워 들어온 음식물을 제외하면, 최근 며칠간 회사 측이 허락한 음식물은 최소한의 것이었다. 전날 컵라면에 흰 쌀밥, 김치에 푸짐했던 식탁은 또 다시 김밥 한 줄로 바뀌었다.

이제 여분의 음식물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날 사내하청지회 집행부는 “오늘 굶을 것인지, 내일 굶은 것인지”를 고민해야 했다. 밥 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먹지 못하는 이들도, 줄 수 없는 이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인권 탄압이다”, “음식물은 넣어줘야 하는 가 아니냐”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지만 회사 측은 요지부동이다.

남편을, 아들을, 오빠를, 동생을, 예비 남편을 10일째 공장에 둔 가족들은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느냐”며 음식물 반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이날도 가족들의 호소에 정규직 대의원들이 음식물 반입을 시도했지만 관리자들과의 물리적 마찰에 결국 실패했다.

   
  ▲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먹밥 하나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자료=이명익 기자 / 노동과세계)

오후 9시경, 정규직 대의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주기 위해 담요와 과자를 배낭에 넣어오다 관리자들과 몸싸움이 일었다. 울산1공장장의 지휘 아래 수십 명의 관리자가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으며, 고성이 오가더니 물리적 마찰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 대의원의 옷이 찢어지기도 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연령 35세. 기초체력 유지에만도 많은 열량이 필요한 나이에 공장에 고립된 남성들은 내일 아침이, 또는 점심이 마지막 식사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 자본의 공격은 앞뒤를 가지고 않고 있다. 매일 저녁 5시30분경부터 2시간 남짓 현대차 울산공장에는 “1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사내하청 직원들은 특수주거침입과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점거인원 모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는 내용의 협박 방송이 흘러나온다.

   
  ▲ 문자메시지.(사진=이은영 기자)

그 소리가 너무 커 창가 쪽에 있는 조합원들은 귀가 먹먹할 정도다. 하지만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방송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단전이 되기 전인 23일에는 그나마 ‘민중가요’로 맞대응이라도 했지만 이날은 이마저도 못해, 자신을 범법자로 묘사하는 방송 내용을 고스란히 들어야만 했다.

여기에 사내하청업체들은 며칠 째 전화와 문자 등을 통해 해고 협박을 하고 있다. 점거농성 5일차 때부터 시작된 “업무복귀”, “징계 해고 협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특히 이날은 사청업체 사장단이 1공장 1층에서 화장실 사용을 위해 2층에서 내려오는 조합원들을 붙잡고 업무에 복귀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귀하는 불법쟁의로 연속 무단결근 3일 이상 했으며 사규에 징계 및 해고 해당되며 업무복귀가 계속 안 될 경우 부득이 징계 절차에 착수됨을 통지한다. 조속 복귀 바랍니다.” “사태가 매우 심각한 양상입니다. 기회가 되면 그 장소에서 벗어나세요.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 이 같은 내용의 문자가 찍힌다.

일부 사내하청업체에서는 “업체가 폐업했다”는 내용의 문자도 보냈다. 하지만 확인해 본 결과 이는 거짓말이었다.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평소에 관계가 좋거나 조용했던 조합원에게는 사장이 직접 전화를 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대부분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를 벗기 위해 시작한 싸움. 결코 만만하지 않은 싸움이다. 하지만 물러설 수도 없는 싸움이다. 연대의 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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