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차질 없는 파업, 세상에 없다"
        2010년 11월 24일 08: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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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이 진행되면서 회사측의 상투적인 이데올로기전이 진행되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과 고임금론이 그것이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과 생산차질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현대자동차가 밝힌 파업으로 인한 손실은 지난주 말까지 903억원의 매출손실과 7,700여대의 생산차질이 있었다는 것이다. 회사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노동조합의 눈으로 해석을 해보자.

    생산 차질은 클수록 좋다

    우선, 파업의 목적이 자본에게 타격을 줘 자본으로 하여금 노동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있다면, 실질적이고 잠재적인 손실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회사는 엄청난 손실을 입은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손실 정도가 아주 미미하다.

    회사의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903억의 매출손실은 올해 예상되는 37조원의 매출액의 0.24%에 불과하다. 그리고 흔히 오해되는 것과는 달리, 903억의 매출손실이 고스란히 회사의 이윤 감소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매출손실 가액에는 각종 원재료나 중간재 가격이 포함되어 있어서 부가가치는 이보다 훨씬 적고, 다시 이 부가가치 중에서 상당부분은 노동자 임금으로 지급되어야 할 부분이 포함되어 있으니 자본의 이윤손실은 진짜 얼마 되지 않는다.

    더구나 자본이 제정신을 차려 협상에 임해 파업이 단기간 안에 끝나기라도 한다면 그 동안의 대기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동자들이 차를 평소보다 더 만들어 그동안의 매출손실과 생산차질을 대부분 보전해 줄 것이니 자본이 입을 손실은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회사측은 정규직화 수용으로 인한 손실이 있다고 할텐데, 그것은 이제껏 훔쳐간 것을 되돌려 주는 것이니 그것을 손실이라 한다면 그야말로 도둑 중 상도둑이라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파업이 장기화될 때 회사는 일정하게 손실을 입을 텐데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면 되는 것이다.

    매출손실 없는 파업은 없다

    현재 자본이 진지하게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렴하지 않는 이유는 파업으로 인해 자신이 입을 손실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도 크게 잘못된 것을 아닐 것이다. 자본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게도 파업이 전 공장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는 결국 자본에게 ‘충분한’ 손실을 주기에 다른 노동자들의 투쟁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말이다. 

    이에 현대자동차 지부와 금속노조는 이번 투쟁을 승리하려면 파업을 더욱 확대시켜 자본이 입을 실질적, 잠재적 손실을 대폭 키워 자본이 노동자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거기까지 가는 동안에라도 파업이 계속되어 매출손실과 생산차질이 조금씩 늘어간다면, 이는 노동자의 힘을 과시해 그만큼 회사의 협상장으로의 복귀 및 노조 요구의 수용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파업손실 관련 뉴스가 나오면 노동조합으로서는 실제 파업손실액이 과장되었다느니 하는 등의 움츠러든 반응보다는 오히려 당당히 반겨야 할 뉴스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런 뉴스에 주눅이 들어 ‘매출손실과 생산차질이 없는 파업’이라는 묘수(?)를 생각한다면, 이는 노동조합 자신의 묘혈을 파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파업 때면 으레 등장하는 고임금론이다. 강호돈 현대차 부사장이 현대차 비정규직 임금이 4천만 원이라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래서 조합원들로부터 "주야 12시간 맞교대에 토요일, 일요일 특근을 빠지지 않고 해야 연봉 3,000만원을 조금 넘게 받아간다", "회사가 주장하는 4년차 4,000만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는 등의 항변이 잇따랐다. 그리고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밝혀졌다.

    연봉 20억원 받는 자가 펼치는 고임금 비판

    그런데 여기서 우리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실제와 괴리가 있긴 하지만 4천만원 고임금론을 당당히 펼치는 강호돈 이사를 포함한 사내 이사들의 임금은 얼마나 되는가이다.

    금융감독원에 등재되어 있는 현대자동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4명의 사내 이사들(정몽구, 정의선, 양승석, 강호돈)이 올해 9월까지 평균적으로 받은 급여액은 약 15억 2백만원이다. 지금까지 받은 정도로 연말까지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봉이 20억이 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작년 연봉은 17억 2천1백만원이었다. 4명의 사내 이사(및 이들에 비하면 별로 받지 않는 사외 이사)에게 보수한도액이 150억이 잡혀 있고 올해 실적이 엄청나게 개선되었으니, 보너스라도 받는다면 이 숫자는 더욱 커질 것이다.

    급여인상률은 어떤가? 연말 보너스가 없다 하더라도 인상률이 16%가 넘는다. 주주총회에서 결정되는 임원의 보수한도액 기준으로 본다면 작년 100억에서 올해 150억으로 무려 50%나 인상되었다. 두 수치 다 노동자들의 최근 년도의 임금인상률 5% 내외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다.

    이뿐일까? 이들 중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 이외에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엔지비에서 상근(네 군데에서 다 상근을 한단다.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유비쿼터스의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을 하면서 각각 수억에서 십수 억의 급여를 또 받는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에서 상근을 하면서 급여를 받는다. 현대모비스만 해도 올해 9월까지 이사들에게 평균 10억1천1백만 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연봉으로 치면 13억이 넘는다.

    여러 곳에서 동시에 상근을 하기도 하지만, 몇 군데에서는 비상근이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정몽구는 한국경제신문과 현대파워텍에, 정의선은 기아자동차, 엔지비, 오토에버시스템스에 비상근으로 일을 하는데, 이런 곳에서도 약간(?)의 급여를 받을 것이다.

    또한 이들은 이런 급여 외에도 부수적으로 속칭 ‘판공비’라 불리는 제반 비용을 비교적 넉넉히 쓸 것인데, 그 정확한 액수는 알려져 있지 않다.

    엄청난 자본 이윤이 새나가는 곳

    이제 ‘판공비’를 제외하고, 다른 회사에서 받는 급여도 제외하고, 순수하게 현대자동차에서만 이들이 받는 급여를 비정규직 임금과 비교해 보자. 앞서 이야기한대로 사실과는 괴리가 있지만 비정규직의 임금이 강호돈 부사장 주장대로 연봉 4천만원이라면, 사내 이사들의 평균임금은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50배를 받고, 만약 3,000만원이라면 이들의 임금은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거의 70배에 이른다.

    그런데 이런 어마어마한 급여를 받으면서 이들이 하는 일은 도대체 무엇일까? 다른 노동자들보다 자동차를 50배 내지 70배 더 빨리 조립해 내거나 더 많이 조립해 낼까? 그럴 리가 없다! 단편적으로나마 알려진 이들의 일을 보자.

    이들의 일 중의 일부는 비자금을 조성하다가, 조성된 비자금이 들통 나면 재판소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정몽구). 그리고 구사대를 직접 지휘하면서 노조 탄압에 열을 올리는 게 또한 이들의 일이기도 하다(강호돈).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임금이 노동의 댓가 혹은 노동력가격이라고 믿는 이들이 여전히 있을까?

    한편 이렇게 많아 보이는 이사들의 급여는 자본의 이윤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3/4분기, 즉 9월까지만 벌어들인 순이익이 약 3조 9천억원이다. 3/4분기까지의 이익만 쳐도 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이익을 냈던 2009년 전체 이익 약 3조원보다 9천억이나 많다. 그리고 2008년 이전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낸 해 전체 순이익의 2배가 넘는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면 이는 3/4분기까지만 쳐서 그렇다.

    그런데 이 엄청난 이익과, 앞서 이야기한 임원들의 고액연봉은 다 어디서 온 것일까? 모두 현대자동차 관련 노동자들의 노동의 결과다. 특히 보수적인 법원이 불법이라 판결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말리는 장시간 고강도 주야 노동의 기여는 절대적이었을 것이다.

    이에 회사는 낡을 대로 낡은 대규모 파업손실액 홍보 및 고임금 이데올로기전을 거둬들이고 이들 불법 파견 판정을 받은 비정규직들을 제대로 된 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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