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 비정규직 연대 전면파업 결의
    By 나난
        2010년 11월 22일 11: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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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투쟁에 함께 하기 위해 전면적인 연대파업을 결의했다. 금속노조는 22일 울산 북구 오토벨리 복지센터에서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참석 대의원 401명 중 302명(75.3%)의 찬성으로 이 같이 결정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는 일부 대의원들의 반대 의견도 있었으나, 절대 다수가 ‘투쟁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여 파업에 찬성했다. 하지만 이번 대의원대회 결정이 향후 각 현장에서 실질적인 파업으로 성사되기 위해서는 과제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조합의 동참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권력 투입시 전면 파업

    금속노조는 이날 결정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울산 1공장에 대한 공권력 및 구사대 진압시 즉각 전면 파업에 돌입하고 △오는 30일까지 현대차가 불법파견 관련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12월 초에 파업을 하며 △구체적인 파업 계획 12월 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결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일 분신한 황인화 현대차 4공장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오는 23일부터 사업장별 중식투쟁을 진행하고, 오는 24일에는 확대간부 파업을 벌이며, 울산공장 앞에서 금속노조 결의대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는 또 26일을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행동의 날로 정해 잔업거부 투쟁도 벌인다는 계획이어서 현자에서 얼마나 실천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속노조는 또한 민주노총에 제안해 오는 27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울산공장에서 개최하고, 확대간부 48시간 농성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 22일 울산 오토밸리 체육관에서 열린 노조 28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노조 대의원들이 ‘현대차 비정규직 세 지회 투쟁 지원 건’에 대한 표결을 하고 있다.(사진=금속노동자 ilabor.org 제공)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는 서영우 현대차지부 대의원 등 81명의 서명으로 ‘현대차 비정규 3지회 투쟁지원 건’이 현장 발의로 올라왔다. 이들은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 투쟁 승리를 위해 15만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하자”며 △구사대 및 공권력 진압시 즉각 전면 총파업 △11월 25일부터 잔업거부 투쟁 △12월 1일 금속노조 1차 총파업 전개 및 울산에서 결의대회 진행 등의 구체적인 안을 올렸다.

    대의원 현장 발의안 채택

    이후 조합원 분신 이후 상황이 달라진 것을 감안해 파업 일정 등을 조정한 2개의 수정안이 제출됐으나, 박유기 위원장이 의안 발의자들과의 조정 과정을 통해 단일안으로 대의원대회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한편 금속노조가 연대를 위해 전면파업을 결의했다는 소식이 전달되자, 울산 1공장에서 투쟁 중이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리며 이를 환영했다. 8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 비정규직 조합원은 “금속노조가 나서서 안 싸워주면 누가 같이 싸우겠느냐”며 “금속이 결의한 만큼 다 같이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의원대회가 끝난 이후 오후 9시 30분경 진행된 1공장 보고대회에서도 흥분된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조합원들은 대의원대회 결과 보고가 이어지자 그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와 고양된 표정으로 함성을 질렀다. “우리는 정규직이다, 정몽구가 나와라”는 구호에도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실었다.

    하지만 금속노조의 전면파업 결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현장 투쟁 조직 사업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지난 11일에도 구미KEC 사태와 관련해 전면파업을 선언했지만, 4시간 부분파업에 그치고 말았으며, 이 역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실천이 담보되지 않은 파업 선언”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투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사업장 가운데 하나인 현대차의 이경훈 지부장은 “주장만 해놓고 책임 없는 행동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오늘 결의했지만 파업은 뻥이 되고, 실천은 안 되면 과연 비정규직이 이를 감수할 수 있겠느냐”며 “(정규직-비정규직이) 함께 할 수 있는 아름다운 투쟁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 부탁한다”며 전면 파업에 반대 입장을 밝혀 현대차의 전면 파업 동참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훈 지부장, 책임지는 파업 강조

    이 지부장은 “투쟁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며 “(파업에는) 책임이 수반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그간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휘날린다’는 푸념을 해왔다”며 “현장에서 결국 주장만 있고 책임은 없어지게 될 것이다. 전체 조합원 총회를 묻는 과정은 각 사업장별로 해야 한다"며 조합원이 참여하는 결정을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과정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투쟁 승리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이 지부장의 이 같은 발언이 “정규직 조합원 정서에 대한 우려와 이번 파업의 모든 성패가 현대차지부로 집중될 것이라는 부담감, 실천이 담보되지 못할 경우 후과 등의 문제 때문에 나왔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안건이 현장 발의로 올라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그만큼 실천도 뒤따라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수 현대차 울산사내하청지회장은 대의원대회 결과와 관련해 “환영한다”며 “오늘의 결정이 실천으로 옮겨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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