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당거래는 울산에도 있다"
        2010년 11월 22일 07: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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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포스터. 

    영화 ’부당거래’ 포스터 사진에 찍힌 대사가 나오는 장면 "너 오늘부터 범인해라." 미성년자 연쇄 강간 살인 범인을 잡지 못하고 여론의 따가운 뭇매를 맞고 있던 경찰이 조폭 출신 건설업자와 뒷거래로 범인을 잡는 게 아니라 범인임직한 ’배우’를 만들어 내는 장면이다.

    법치의 수호자가 되어야 할 검찰과 경찰이 법을 우롱한다. 그러나 이 장면은 우울하게도 픽션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현실은 오히려 이 보다 훨씬 더 막장이기 때문이다. 

    영화보다 스펙터클한 현실

    최근 대포폰 사건이 그것이다. 이 건은 ‘부당거래’의 스케일이 영화보다 훨씬 스펙터클하다. 청와대가 총리실의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영포라인 중심의 사정 권력을 조종해서 촛불 이후 민간 사찰을 비롯해 공무원뿐만 아니라 영포대군의 심기를 건드리는 여권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정치 사찰 하다가 꼬리가 밟히자 국가기관인 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를 아예 박살을 내버리는 무지막지한 증거인멸을 자행했다.

    여기에 비해 영화에서 특수부 형사 최철기가 자신의 범행 증거를 인멸하는 모습은 차라리 안쓰러울 뿐이다. 게다가 어둠의 세계에서 사용되는 대포폰까지 풀어 증거 인멸 과정을 지휘하고, 정치 검찰은 법무장관을 제치고 청와대에 직보하고, 빗발치는 재수사 요구는 기소를 독점하고 있으니 ‘배째라’ 완강히 거부하고, 이인규 등 몇몇 깃털에 솜방망이 구형을 한다.

    영포라인은 의연히 살아 있는 권력이며 이 과정 전체를 완벽히 장악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인규를 조종한 청와대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의 윗선이 누구인지만 밝혀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를 왜 풀지 못하고, 아니 안 풀고 있겠는가? 워터게이트보다 더 스텍터클한 초대형 게이트가 현실에서 에일리언의 부화장처럼 무시무시하게 숨쉬고 있다. 현실은 슈퍼 울트라 캡숑 하드보일드 호러물이다. 저기 어디에 법치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는가? 

    최근 언론 지면을 달구고 있는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철폐 싸움을 응원하는 촛불집회에 다녀왔다. (’철폐’라는 전투적 표현이 좀 이물감이 있어도 참으시라) 검찰은 비정규직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간주하고 엄벌에 처하겠다고 협박을 하고 있는 중이었고,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사법권도 없는 용역깡패들이 불법 체포해 경찰에 인도하는 무슨 조선시대 ’추노’와 같은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여기서도 검찰은 의연히 준법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법을 어기고 있는 거악(巨惡)은 짐짓 못 본 체 한다.

    파업 사태의 발단은 현대차가 법을 어기고 2년이 지난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는 불법에서부터 시작된다. 소나타의 오른 쪽 문을 다는 노동자는 현대차 직영 노동자들이고, 왼쪽 문을 다는 노동자는 이른바 사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에게는 동일노동에 대해 동일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명약관화한 명제도 그냥 좋은 얘기일 뿐이다.

    사법권력 위에 있는 재벌

    이들 노동자들은 그나마 실효적인 구속력이 있을 것이라고 믿은 대법원의 판결에 기댔다. 다행히도 대법원은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내하청’ 소속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고, 따라서 자신들은 책임질 일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민 현대차에 대해 사내하청은 ‘불법 파견’에 불과하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최종심급인 대법원이 이렇게 판결하면 말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사법권력 보다 더 센 게 시장권력인가? 뚝심의 CEO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버티기로 법의 권위를 돌파하려는가? 회사는 옛 파견법이 “경제질서에 반한다”며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냈다. 법원은 기각했다.

    회사는 대법판결이 의장부 조립라인 사내하청 노동자만 해당된다는 말도 흘렸다. 법원은 “의장, 의장 서브라인, 차체, 엔진 등도 포함된다”고 명백하게 밝혀두었다. 불법파견이니 현대차의 직접고용관계를 인정한 것이고, 비정규직 2년 지났으니 정규직 전환하라고 하는 요구는 지극히 당연하고, 직접 고용관계에 있는 현대차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대법 판결도 무시하고 ‘배째라’고 버티는 사측에 대해 쟁의를 벌이는 것은 말 그대로 적법이다. 대법원의 권위를 위해서도 당연히 검찰은 회사측을 먼저 조져야 한다.

    그런데 어떤 ‘부당거래’가 있었는가? 스폰서 검찰인가? 왜 정당한 요구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범법자로 모는가? 이것이 공정사회와 법치를 수호하는 검찰인가? 아니면 무소불위의 시장권력을 수호하는 충견인가? “부러질지언정 녹슨 칼은 되지는 않겠다”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검사의 결기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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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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