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구가 정규직 시켜? 어림없을 걸요"
        2010년 11월 22일 07: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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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철폐 영남권 노동자대회가 열리는 현대차 울산 공장 정문 앞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집회현장으로 간다고 하니까 기사가 "법원에서 판결이 났다고 정몽구 회장이 비정규직을 정규직 시켜주겠어요? 어림도 없어요" 잘라 말한다.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자기 돈은 절대 뺏기지 않으려고 할걸요? 삼성 이건희도 3대 세습하는 거 보세요. 정상이 아니잖아요? 그래도 막 밀어붙이고 있잖아요" 이런 게 울산에서 택시 짬밥을 먹은 시중의 상식인가 보다.

    울산 택시 운전기사의 전망

    시작 시간 보다 약 2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정문 앞 도로 2차로를 차지한 가운데 대회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대회장 주변에는 진보신당 농성 천막을 비롯해, 비정규직 지회 농성 천막, 민주노동당 농성천막이 줄지어 설치되어 있고, 길거리에는 "노동자는 하나다" 등등의 주장을 담은 격려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첫 연사로 나선 민주노총 정의헌 부위원장은 지난 11월 7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세상을 끝장내야 한다는 취지로 노동법재개정 범국민운동본부 구성을 각계에 제안한 사실을 환기시키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은 "이명박 정부가 비정규직화와 고용불안을 전면 확대해 노동시장 유연화의 완결판을 들이밀고 있는 것에 대한 전국적 투쟁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의 싸움이 갖는 전국적, 계급적 의미를 짚고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1공장을 점거하고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지회 이상수 지회장을 연결해 투쟁 결의를 들었다. 이 지회장은 "오늘도 사측 구사대, 용역 깡패들과의 한 판 싸움이 있었고, 지회원 10여명이 폭행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우리는 도발에 맞서 끝까지 싸워 농성장을 사수하겠습니다. 대화엔 대화로 물리력엔 물리력으로 대응하겠습니다. 그러니 사측은 성실히 교섭에 응해야 합니다. 금속조노 현대차지부 동지들이 연대해 주고 있습니다. 이들이 보여준 연대의 모습이라면 우리들의 정규직화 투쟁은 승리를 이룰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울산 노동자 몸짓패의 공연으로 집회 분위기가 달아 올랐다. 이어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로 조직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밤낮으로 비정규지회 투쟁을 지켜 보고 있습니다. 답답하고 힘들지만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그간 현대차지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끝까지 하나가 되는 투쟁을 만들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갖고 있습니다. 현대차 지부는 회사측에 대해 폭력행위를 중단할 것과 성실히 교섭에 나설 것,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열시킬 수 있는 휴업은 절대로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 두었습니다"며 "투쟁이 아름답게 마무리될 때까지 연대하겠습니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진=진보신당

    동생의 문제, 자식의 문제, 후대의 문제

    진보 3당의 대표들도 연대의 의지를 밝혔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는 "11월 노동자대회에서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자고 했습니다. 오늘 그것은 무엇입니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우린 모두는 40년 전 전태일이 되어야 합니다"며 연대투쟁을 호소했다.

    "이대통령이 입만 열면 법대로를 외치는데 누가 법을 어기고 있습니까? 정몽구가 어기고 있지 않습니까? 제발 법대로 하란 말입니다" 며 대법에서 현대차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있는 현대차와 이를 방관하는 정권을 싸잡아 규탄했다. 이어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와 논의했는데 야당들과 의원들이 이 문제를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고 밝혔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지금 이 문제는 사내하청 노동자나 민주노총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850만 비정규직을 두고 어떻게 선진, 복지 사회로 갈 수 없으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만이 복지사회, 인간다운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형님이 정규직이고 동생이 비정규직입니다. 아버지가 정규직이고, 아들이 비정규직입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정규직의 문제, 자식의 문제고 다음 세대의 문제이기에 연대하는 것입니다. 밤마다 이 지역 주민들이 먹을 걸 들고 옵니다. 투쟁이 지역 주민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40년 전 전태일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사회 야만의 상징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에서 연대투쟁합시다"고 호소했다.

    실제 이 지역에서 식당을 하는 한 자영업자는 자기 아들이 1공장에서 농성하는 비정규직이라며 제발 아들을 살려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식당주인 "우리 아들 농성 중, 제발 살려달라"

    안효상 사회당 대표도 "우리 모두가 함께 투쟁하지 못할 때 모두가 비정규직이 되고, 비인간적 처지로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연대투쟁을 호소했다. 집회의 열기가 점차 고조되고 사회자의 제안에 따라 ‘파도타기’ 함성이 일어나고 있는 순간 돌발 사태가 벌어졌다. 

    현대차 4공장 드림산업 소속 황인화(34세) 비정규지회 조합원이 신나를 끼얹고 무대 뒤로 올라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것이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 따르면 황 조합원은 "노동자는 하나다"를 외치며 분신을 시도했다고 한다.

       
      ▲1공장에서 있었던 황인화 조합원의 분신 보고대회(20일)에서 현대차비정규지회 이상수 지회장이 승리를 다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노동과 세계 이명익기자)

    현대차에서 비정규직 직장생활 10년, 끊임없는 고용불안과 차별대우에 시달려 온 그에게 대법원 판결은 희망의 빛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지막지한 막가파 자본은 대법원 판결조차 무시하고 정규직 전환을 거부했다. 동일 노동 차별임금, 10년간 억눌러 온 인고의 세월이었다. 이제 종착지까지 왔는데 다시 한 번 자본의 벽을 만나 좌절할 것인가? ‘굴리다 못 다 굴린 덩이’를 이제 자신을 살라 벼랑 끝으로 밀어버리려 했던 것일까?

    다행히 주위에 있던 노동자들이 옷으로 덮어 불을 끄고 울산대학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금속 대의원대회 울산 개최

    집회는 중단되었다. 너무 충격적인 장면을 목도한 일부 참석자들은 울분을 억누르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 후에야 다시 집회가 속개되었다. 다음 연사로 나선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운을 뗀 후 "냉철한 이성으로 조직대오를 정비하고 냉철한 머리로 투쟁을 결의"하자고 강조했다. 

    박유기 위원장의 연설 이후에 다시 집회는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사회자가 일단 영남권대회는 여기서 공식적으로 중단한다고 선언하고, 이 시간 이후 비정규 철폐를 위한 48시간 공동행동을 위한 연좌 농성에 들어갈 것을 요청했다.

    대열의 동요는 없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사태로 인해 대규모 농성을 지휘할 새로운 지휘자가 얼른 나타나지 않았다. 그동안 비정규 지회 간부가 구호와 노동가를 선창했다. "파업가"가 밖에 배우지 못한 비정규지회 간부는 내리 파업가만 서너번 불렀고, "불법파견, 비정규직 철폐하라"는 구호만 또 서너번 똑 같이 외쳤다. 과녁이 단순하고 분명했다.

    농성장에 어둠이 깔렸다. 조합원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참석한 정당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결의 발언과 공연들이 이어졌다. 밤 9시 가까이에 현장 쟁의대책위원회 결정 사항 보고가 있었다. "첫째, 승리를 쟁취하기 전에는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 둘째 사측의 침탈에 대해서는 결사 대처하겠다. 셋째,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를 울산에서 개최해 줄 것을 요구한다"

    밤이 깊어지자 자발적으로 나서는 발언자도 나왔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현대차 비정규직 정리해고자는 그동안 일인시위를 해 왔다는 변모씨. 그의 노가바로 이 취재기를 마무리하려 한다. 

    "불법 파견에 응답하소서 혀 잘린 현대차
    우리 기도 들으소서 불법의 현대차
    판결을 무시하는 불법파견 현대차
    그래서 당신은 하나 뿐인 착취의 자본가
    현대차 당신은 죽어 버렸나
    판결을 무시하고 웃고 있을까
    쓰레기 더미에 묻혀버렸나
    불법의 현대차
    판결을 무시하는 불법파견 현대차
    그래서 당신은 하나 뿐인
    착취의 자본가"

    -<민중의 아버지> 개사곡

       
      ▲11월 21일 울산 북구 명촌공원에서 열린 ‘불법파견 규탄! 폭력탄압 중단!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촉구 민주노동당 총력결의대회(사진=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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