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지부 "파업, 조합원 총회 붙인다"
    By 나난
        2010년 11월 23일 10: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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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가 대의원대회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전면파업을 결정한 가운데 현대차 정규직 노조(현대차지부)가 파업 돌입 여부를 조합원 투표에 붙일 것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은 23일 새벽 12시 30분경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9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울산1공장을 찾아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이 지부장은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속노조의 결정은 쟁의발생 결의이고, 총회를 통해 조합원 의사를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1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도 “파업에는 책임이 수반돼야 한다”며 “각 사업장별로 조합원 총회를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경훈 지부장 "아직 최종 확정판결 안 났다"

    이어 그는 “우리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보자”며 24일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3개 지회가 함께 구체적 방안을 논의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 지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의 상황을 금속산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현대차 ‘내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경훈 지부장은 금속노조를 직접 겨냥 비판 발언을 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금속노조 중앙교섭의 ‘원청의 사용자성에 대한 제시안’에 따르면 ‘회사는 관계기관에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로 확정 결정된 이후에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교섭 요청에 대해 업체와 공동으로 교섭 당사자로 참여한다’고 돼 있다”며 “중간에 계류 중인 사항을 완전 승소한 것처럼 조합원의 눈과 귀를 다 막아버리는 상황이 언제까지 재현될 것인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2일 대법원이 최병승 현대차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에 대해 “불법파견, 근로기간 2년 이상 정규직 지위” 인정 판결을 내리며 고법에 파기 환송한 것이, 산별중앙 협약에 ‘확정 결정된 이후’라는 내용과 배치된다는 의미다. 금속노조가 ‘파기 환송’을 마치 ‘확정 판결’인 것처럼 잘못 선전했다는 것이다.

       
      ▲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이 23일 새벽 사내하청지회가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울산1공장을 찾아, 금속노조 전면파업 결의에 대한 조합원 총회 개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사진=이명익 기자 / 노동과세계)

    이에 대해 금속노조 관계자는 “이 지부장이 지적한 내용은 올해 초 산별중앙교섭 과정에서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제시했던 안”이라며 “지난 7월 대법원 판결이 나고 나서 노조는 ‘더 이상 이 같은 안이 필요없다’며 거부했고, 최종 의견 접근안에서는 빠졌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지부장이 농성장을 방문한 자리와 21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 “한미FTA 파업와 노조법 개정투쟁 때도 조합원 총회를 물었다”며 “금속 규약 69조에 따라 ‘조합의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전국 쟁의행위는 재적조합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되, 그 방식은 조합원의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에 의한다’고 돼 있어, 당연히 총회는 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로 대신할 수 있다"

    그는 “한미FTA 총파업 결정 당시, 금속노조 중앙위에서 ‘조합원 총회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찬반논란이 있었지만,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이라며 파업을 진행했다”며 “당시 현대차도 총회 없이 파업에 참여했으며, 당시 이상욱 현대차 지부장은 수감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규약 69조와 관련해서도 “규약 제20조 총회 기능과 26조 대의원대회 기능에서 ‘전국 노동쟁의에 관한 사항’은 대의원대회로 갈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다만 이 지부장이 지적한 제 69조의 조합원 투표 조항과 20조 26조가 상충되는 부분은 있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자신이 그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 근로조건 개선에 대해 노력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비정규직의 성과금이 60%에서 70%로 오른 것과 관련 이는 기아차보다도 높은 인상률이라며 “그 동안 (사내하청 노조 건설 후) 7~8년간 못한 걸 1년 만에 해왔는데 이래도 비정규직 내동댕이치는 활동가로 내가 오인 받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권력 투입돼 만에 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강제로 끌어내면 나도 감방 간다”며 “신성한 노동현장에 공권력 들어오게 되면 4만5천 조합원의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며 지회의 1공장 점거농성장 엄호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경훈 지부장의 이 같은 일련의 발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지부의 조합원 총회 결과가 이번 투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은 분명하다. 현재 일정상으로는 오는 29일 지부 대의원대회가 예정돼 있어, 조합원 총회를 통한 찬반 투표는 12월 초 경에 열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지부 총회 12월 초에 가능

    한편 이상수 현대차 사내하청 지회장은 이 지부장의 이 같은 발언이 있은 후 조합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속노조 15만 조합원 총회를 거치든지, 어떤 형태의 총회가 되건, 어떤 게 (우리에게) 유리할지는 고뇌할 수밖에 없다”며 “약이 두 개 있다. 현대자동차라는 약과 금속노조라는 약이, 달지 쓸지 모른다. 둘 다 같은 약이라고 본다. 집행부는 진짜 몸에 좋은 약으로 만드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사내하청 지회로서는 이경훈 집행부가 투쟁의 ‘외연 확대’를 바라지 않고,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 요구 투쟁과 ‘동성기업 사태’의 분리 처리를 주장하는 입장에 동조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실제로 이번 투쟁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인 지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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