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시위
        2010년 11월 21일 09: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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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려 20년 동안 매주 수요일 12시 일본대사관 앞에선 시위가 열리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시위인 수요시위다.

    『20년간의 수요일』(윤미향 지음, 웅진주니어, 12,000원)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시위인 수요시위를 이끌고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의 윤미향 대표가 청소년들을 위해 쓴 책이다. 이 책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보여준 경이로운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한다.

    대부분 10대였던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 의해 강제 연행된 ‘위안부’ 할머니들은 ‘위안부’ 시절의 모진 학대와 고통뿐 아니라 해방 이후에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오랜 세월 고통 속에 살아왔다. 이 책은 어떤 과정을 거쳐 할머니들이 ‘위안부’가 되었는지, 어떤 고통을 감내했는지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배경을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증언과 역사 자료를 토대로 생생하게 파헤친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위대한 발걸음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할머니들을 단순히 피해자의 시선에 가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 가까이서 할머니들과 함께했던 저자는 스스로 자신의 고통을 벗어나 진실을 위해 노력하는 할머니들의 위대한 발걸음을 감동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바로 생존한 전쟁 피해자들이 아니라 용기 있는 고백과 세상을 향한 사랑을 통해 인생의 당당한 주체이자 위대한 인권 운동가로 거듭난 할머니들의 역사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끔찍한 전쟁 성폭력의 한 사례다. 남성중심주의와 가부장적 성 인식이 전시로 연장되는 전쟁 성폭력의 문제는 일본군만이 자행한 문제가 아니다.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에 의해 자행된 잔혹한 성폭력 범죄, 국가 외화벌이를 위해 일본인 관광객의 ‘기생관광’을 용인하고 동두천 기지촌을 용인했던 사례 등에서 볼 수 있듯, 왜곡된 ‘성 인식’이 국가주의와 결합할 때 ‘위안부’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 책은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는 ‘전쟁 성폭력’의 문제이며, 그 이면에는 남성중심주의적 성 인식과 국가주의가 도사리고 있음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집필된 책이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역사와 전쟁성폭력에 문제를 느끼는 성인독자들이 접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책이다. 정보 하나를 덧붙이자면 이 책의 인세 전부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 기금에 기부된다고 하니, 연대의 마음으로 책을 구입하는 것 역시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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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 대표를 맡고 있으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를 개최하고 있다. 1992년 정대협이 처음 결성되었을 당시, 간사로 활동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찾아 증언을 녹취하고 이를 세상에 알렸다.

    “온 세계가 우리 문제를 알아 줬으면 좋겠다.”는 강덕경 할머니의 유언은 그에게 “믿고 가세요. 끝까지 싸울게요.”라는 강한 의지와 소신으로 남았다. 현재 고등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이기도 한 그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미래 세대들에게 물려줄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오늘도 수요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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