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성 노동자에 문자로 '해고' 통보
    By 나난
        2010년 11월 21일 03: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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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7일째 맞고 있는 가운데 관리직과 물리적 충돌에 이어 노동자 황인화 씨가 분신까지 시도하는 일이 발생했으나, 노사 간 교섭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사내하청업체들이 문자를 통해 농성 노동자들에 대해 해고 통보를 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맞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 회사 쪽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7일째 점거하고 있는 울산 1공장에 대해 폐쇄 조치를 진행하고 있어 현장에서 극단적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어 안팎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회사, 1공장 폐쇄 조치 진행

    민주노총은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 등과 함께 21일, ‘현대차 사내하청 정규직화 투쟁 및 분신대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 쪽에 교섭을 촉구하는 한편, 투쟁 결의도 함께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파업농성에 대한 폭력침탈 즉각 중단, 용역과 구사대 모두 철수 △농성현장에 대한 인도적 물품지원 방해 중단 △금속노조와 직접교섭, 정규직화 논의 시작 △정부의 정치적 책임 촉구, 노동악법 개악 중단 및 전면 재개정 △대법판결 취지에 따른 사법절차의 조속한 매듭 등을 요구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교섭을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살라야 하는 현실”을 규탄했다. 김 위원장은 KEC 투쟁 과정에서 발생했던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의 분신 사실을 언급하면서, 두 명의 노동자가 교섭을 촉구하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환기하시키며, 회사 측의 교섭 거부를 거듭 비판했다. 

       
      ▲ 민주노총이 21일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및 분신 대책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이은영 기자)

    한편 점거 농성 일주일을 넘기고 있는 1공장에는 식료품 반입도 제때 이뤄지지 않고, 공장 문은 봉쇄됐으며 난방 시설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관리자들을 동원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공장문 봉쇄, 식료품 반입 어려워져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하러) 오는데 한 아주머니가 ‘위원장님, 제 아이를 꼭 살려주십시오’라고 했다”며 “현재 공장 안에서는 수천 명의 관리자가 버스와 사무실에 대기하며 (점거 공장으로의) 물품 공급과 의사들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고 있는 현대차는 이 사회의 공공의 적인가 지배자인가”고 반문하며 “내일(22일) 대의원대회 장소를 울산으로 옮기고, 총파업 총력 투쟁을 결의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도 “지금의 투쟁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비정규직이 현장으로 돌아가고 정규직화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3년 비정규직 노조가 생긴 후 2005년 극심한 탄압과 혼란을 겪은 지 5년”이라며 “아직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으로 인한 )우려 사항이 있지만 지부는 이를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규직 지부에서만 할 수 있는 공장 엄호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가족대책위 피켓시위(사진=이은영 기자)

    한편, 이날 울산공장 앞에서는 현대차 사내하청지회 가족대책위도 피켓시위 등을 진행하며 현대차 측에 조속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김경자 가족대책위 부대표는 “현대차 노사 간 갈등을 넘어 가족사에서도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며 “무엇보다 가족들이 생이별한 상태에서 생계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남편 역시 울산 1공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가족대책위 "벼랑 끝, 물러설 곳도 없다"

    그는 “며칠 전, 남편이 ‘해고 통보 문자를 받았다’고 전화했다”며 “본인이 죄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족에게 미안해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벼랑 끝이다. 물러설 곳도 없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남편들에게 응원해 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걱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농성 노동자들의 건강이다. 추운 날씨 속에 이불 하나 없이 비닐을 덮고 자야 하는 남편들 생각에 가족들은 “의식주는 제대로 해결돼야 하는 거 아니”라며 “이것은 인권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부대표는 “공장 안에서는 햇빛도 보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며 “지금은 난방만 안 되고 있지만 전기마저 끊겨 전화까지 안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밥 먹었다’, ‘살만하다’고 말하는데 그 말이 더 가슴아프다”며 “건강한 모습으로 정규직돼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 가운데에는, 농성으로 인해 자녀의 돌 잔치도 치르지 못했거나, 상견례를 앞둔 예비 신랑도 있는 등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한편 분신을 시도한 황인화 씨는 현재 부산의 베스티안 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에 있으며, 얼굴과 귀 쪽에 3도 화상을 입은 상태다. 다행히 몸 속으로 화기가 들어가지 않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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