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10년, 이제 굴레를 벗고 싶다"
By 나난
    2010년 11월 18일 05: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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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현대차 비정규직이라는 꼬리표가 언제나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며, 또 당연하다고 느끼며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의 판결을 보고 “아, 나도 정당한 현대차 정규직 직원이지, 비정규직이 아니었구나”하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비정규직 10년 세월

그 전까지는 나는 비정규직이니 정규직 관리자나 업체 관리자 눈을 벗어나면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조심, 또 조심하며 일이 힘들고 고달파도 묵묵히 침묵을 지켰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지난 일이기에 과거를 되돌려받지 못하지만, 이제부터라도 현대차는 우리들에게 붙은 ‘비’라는 호칭을 떼어주길 바라며 지금 이 투쟁에 임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지금 우리가 벌이는 투쟁이 불법이라며 관리자와 용역을 동원해서 우리를 공장 밖으로 쫓으려 하고 있는데, 정말 서글픈 생각에 눈물이 글썽거립니다. 얼마 전까지는 함께 일하며 인사 나누던 큰형님이나 부모님 같던 관리자분들이 멱살을 잡으며 욕을 하는 이런 상황이, 관리자 분들 또한 저와 비슷한 마음이시라 생각되네요.

파업 첫날 1공장에서 관리자 분들과 대치하며 차마 멱살을 잡을 수도, 폭력을 쓸 수가 없었기에 서로 서로에게 “때리지는 마세요”라며 서로를 진정시키며 힘겨운 싸움 아닌 싸움을 했었죠. 생전 처음 해보는 대치라서 두렵기도 하고 겁도 났지만, 서로가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 것이 사실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알기에 더욱 그러했던가 봅니다.

오늘(18일)로 1공장 농성 4일째. 그리 큰 충돌은 없었지만 저희는 배고픔과 추위 그리고 두려움과 걱정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끔씩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소식과 격려차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용기를 얻어 이겨내고는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걱정에 하루하루가 무척이나 힘이 듭니다.

현대차에 하고픈 말은 이제라도 우리들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싶네요. 현대차는 불법을 자행하면서 우리의 파업이 불법이라며 불법을 운운하는 모습은 참 보기가 안쓰럽네요.

"작은 힘이라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정규직 조합원들께 하고 싶은 얘기는, 지금 우리의 파업이 비정규직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는 겁니다. 지금 내가 비정규직이 아니니, 내 자식들은 공부를 잘하니 비정규직이 될리 없다고 생각하고 계시다면 그건 커다란 오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비정규직이 되고 싶어 비정규직이 된 것은 아니니까요. 지금부터라도 비정규직을 내 자식처럼 동생처럼 가족처럼 생각해주시고 대해주신다면, 그리고 비정규직 철폐에 동참해 주신다면, 그것은 지금 투쟁하는 저희들만을 위한 투쟁에 동참해주시는 게 아니라 내 자식, 내 형제자매들을 비정규직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힘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지금 힘들게 싸우고 있는 저희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어 주실 수 없을까요?

2010년 11월 18일 현대차비정규직지회 1공장 조합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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