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PD의 '고독한 투쟁'
By mywank
    2010년 11월 17일 12:07 오후

Print Friendly

KBS의 한 PD가 ‘G20 정상회의 후속 프로그램’ 제작을 종용한 회사 측 업무 지시를 거부해 눈길을 끌고 있다. KBS는 PD·기자들을 ‘동원’해 보도·교양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오락 프로그램까지 G20 정상회의 관련 내용을 집중 편성해 ‘MB정부 홍보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G20 정상회의 후속 프로그램 제작을 거부한 주인공은 최근까지 KBS 2TV 어린이 프로그램인 ‘후토스(Hutos)’를 연출했고, 현재 언론노조 KBS 본부 조합원인 기훈석 PD이다. 그는 지난 16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tv_on_kipd)를 통해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KBS PD도 거부한 ‘G20 프로그램’

기훈석 PD는 트위터에 “또 쥐20 특집 하라기에 국장에게 난 못하겠소. 말하고 ‘농성’ 중. 이마 당에 쥐20 AS까지 하겠다는 간부들의 작태도 짜증나지만, 3일이면 2시간짜리 프로 하나 나온다는 방송에 대한 관점은 참… 그들도 한땐 피디였을 텐데”라며 무리한 제작 지시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회사 측은 오는 20일 오전 KBS 1TV에서 생방송될 예정인 ‘아침마당’에 G20 정상회의 참가 요리사, 자원봉사자 등을 초청해 대담하는 형식의 ‘G20 정상회의 후속 프로그램’ 제작을 기훈석 PD 등에게 지시했으며, 유일하게 이를 거부한 기 PD는 항의 차원에서 현재 관련부서 간부들의 업무 지시 전화를 받지 않고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는 등 개인적으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기훈석 PD는 17일 오전 <레디앙>과의 전화 통화에서 “회사 측 업무 지시로 인해, 그동안 ‘특집기획 국가탐구 G20’이란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고, G20 정상회의 이후엔 ‘부역 방송’을 더 이상 하지 않을 줄 알았다”며 “그런데 G20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또 ‘후속 프로그램’ 제작을 지시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후배들한테 미안해서라도 그런 지시를 하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회사 측을 비판했다.

그는 또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 하지만 일선 PD들이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G20 정상회의 관련 프로그램을 다시 맡는 건 참담한 일”이라며 “물론 공영방송에서 국가적인 행사인 G20 정상회의를 다룰 수 있지만, 최소한 긍정적인 점과 비판적인 점을 동시에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 홍보 일색의 G20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건 전파 낭비”라고 지적했다.

"부역 방송 다시 맡는 건 참담한 일"

17일 오전 현재, 기훈석 PD의 트위터에는 회사 동료들의 격려도 이어지고 있다. @nevermind1970는 “인사고과 따위 괘념치 말길. 그래봤자 돈 몇 푼 더 받고, 혹시나 간부 질하며 목 줄 매일 바엔, 차라리 자유로운 영혼으로 떳떳이 사는 게 훨씬 낫다네! 선배로서의 조언이네”라고 밝혔다.

@calmdownjin는 “에공 빡치겠네요. 선배 기운내세요. 조만간 올라가 ‘농성’ 거들게요”라고, @souppd는 “훈석 고생이 많다. 그동안 너 충분히 ‘뺑뺑이’ 돌았던 것 같은데, 또 야? 진짜 해도 너무들 하시네”라고 밝혔다. 기훈석 PD는 18일 KBS TV 편성위원회에 참석해, 이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한편 회사측은 기훈석 PD가 제작을 거부한 것과 관련, 프로그램 제작팀에서 그를 제외한 채 다른 인원으로 만들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