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불법파견 2년 경과 정규직"
    By 나난
        2010년 11월 12일 02: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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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연달아 내 주목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대법원이 현대차 울산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 “불법파견, 정규직 지위 확인”을 판결한 데 이어 현대차 아산 사내하청 노동자 4명에 대해서도 같은 판결을 내린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판결은 지난 대법원 판결보다 불법파견 범위를 더욱 확대 해석하고, 업체의 변경과 상관없이 입사일을 기준으로 계속근로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아산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소송

    12일 서울고등법원 민사 제2부(재판장 황병하, 이종림, 장경식)는 현대차 아산 사내하청 노동자 7명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정규직”이라는 1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7명 중 근로기간 2년이 넘은 4명에 대해 현대차 정규직으로 확인한 셈이다.

    앞서 지난 7월 22일 대법원은 현대차 울산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 씨가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에서도 이 같이 판결했다.

    이날 고법은 파견근로 관계 성립 여부와 관련해 “김준규, 김기식, 심수진, 오지환 등 4명에 대해 파견 2년을 넘었음에 따라, 구 파견법에 따라 현대차 노동자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자동차 조립, 생산작업은 대부분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인 원고들은 대부분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공정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며 이유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묵시적 근로관계에 대해서는 “피고(현대차)와 사내협력업체가 별도의 독립적 법인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활동해 왔다”며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기에, 묵시적 근로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법원은 현대차가 ‘구 파견법의 ‘2년 초과 근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보는 고용의제 조항이 경제 질서에 반한다’며 낸 위헌법률 심판제청에 대해서도 기각했다. “구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은 ‘파견근로자 보호를 위한’ 조항이기 때문에 비록 현행법이 고용의무로 바뀌었지만, 경제적 사정, 사회환경 변경 등을 고려할 때, 별 문제가 없다”는 이유다.

    고용의제 넓게 인정

    법원은 “이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불법파견에도 고용간주규정이 적용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간의 정한이 없는 근로자로 본다”고 말했다.

       
      ▲ 자료=금속노조

    이번 판결은 지난 7월 대법원 판결보다 적용 당사자 범위를 더 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민사재판 특성상 판결 내용이 당사자에게 특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난 대법원 판결은 당사자인 최 씨가 소속된 조립(의장)라인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번 고법 판결 당사자 4명은 의장, 의장 서브라인, 차체, 엔진 등으로, 해당 공정 범위가 더 다양해졌다. 특히나 근무기간 2년이 경과하지 않아 정규직 지위 인정을 받지 못한 나머지 3명에 대해서도 불법파견이 인정돼, 그간 현대차가 ‘서브공정 등은 독립적인 공정’으로 구 파견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온 것이 잘못됐음을 확인시켰다.

    여기에 사내하청업체 변경과 상관없이 계속근로기간을 인정했다는 점도 주목되고 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사내협력업체와 사이의 근로자파견 관계는 단절되지 아니한 채 새로운 사내협력업체에 그대로 승계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계속근로시간은 최초 입사일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씨의 경우 지난 2001년 5월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태승기업에 입사했으며, 2002년 대영기전으로 소속이 변경됐다. 김기식 씨 역시 2000년 8월 주식회사 대근에 입사해 2002년 유성기업으로, 2003년 다시 진성기업으로 소속이 변경됐다.

    김준규 씨는 “이번 고법 판결은 대법원 판결보다 그 판단기준이 보다 명확해지고, 당사자 범위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특히 법원은 김 씨 등 원고 4명이 이미 사내하청업체로부터 해고된 점과 관련해 현대차와의 고용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서 법원은 “사용사업주인 피고(현대차)와의 관계에서 고용간주의 효과가 발생한 이우에 파견사업주인 사내협력업체에 의하여 해고되었던 것이므로, 그러한 해고는 사용사업주인 피고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간주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고용간주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사용사업주와 근로자와의 관계가 원칙적인 근로관계”라고 밝혔다.

    지난 7월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최 씨가 ‘이미 사내하청업체로부터 해고됐기에 고용간주 규정이 적용되더라도 고용관계가 없다’는 현대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향후 대법원 파기환송심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내하청 1940명 집단소송 제기

    이번 판결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투쟁 역시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대법원 판결 이후 현대차 사내하청 노조(울산․아산․전주 사내하청지회) 조직률이 급증했으며,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940여 명은 지난 4일 현대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노동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특히나 김 씨와 같이 근무기간 2년이 넘은 사내하청 노동자가 현대차에만도 7,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조 가입과 집단소송 참여 역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대차 사내하청 3지회가 현대차의 교섭 해태에 쟁의행위 절차에 들어간 상태라, 하반기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파견 투쟁에도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법원이 ‘묵시적 근로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그간 노동계는 ‘2년 이하의 노동자도 정규직으로 봐야한다’며 묵시적 근로관계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난 1심에 이어 이날 항소심에서도 법원은 구 파견법에 따라 ‘근로기간 2년’을 기준으로 삼아, 2년 이하 노동자에 대해서는 정규직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 씨는 “합법적으로 파견했을 당시 근로기간 2년을 넘은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으로 인정한다면, 불법파견의 경우 당연히 합법파견보다 앞서 고용의제가 인정돼야 한다”며 “근로기간 2년이 도래하지 않은 불법파견 노동자에 대해서도 현대차 직원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보수적인 법학자들도 불법파견의 경우 합법파견보다 더 세게 규제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며 “불법파견이 발생한 즉시 직접고용 책임을 주는 게 더 공정하다”고 말했다. 그는 “합법파견과 불법파견 모두의 경우에서 ‘근로기간 2년’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사용자들은 굳이 합법파견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준규 씨등 7명은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로, 지난 2003년 노조결성을 이유로 사내하청 업체로부터 모두 해고됐다. 이에 이들은 지난 2005년 12월 현대자동차와 이들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다며 현대차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했으며, 이날 고법은 구 파견법의 ‘직접고용간주 규정’에 따라 2년 이상 일한 4명에 대해 현대차 정규직으로 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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