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스타’, 정용진에 군입대 물었더니
    2010년 11월 11일 04: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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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장경제주의자로서 이마트 피자 논쟁이 두려운 이유?

요 며칠 불면의 밤을 보냈다. 내 무지를 자책하며. 발단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나우콤 문용식 대표간의 트위터 설전이었다. 사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난 정 부회장의 충실한 팔로어였다. 그가 누구보다도 먼저, 그리고 충실히 트위터 하는 걸 봐 왔다. 물론 그 일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트위터는 자기 이미지 관리와 자사 홍보를 위한 도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난 그가 간 맛집과 산 신제품에 홀려 있었다. 동시에 한 ‘대물’급 연예인의 전남편으로만 알고 있던 그에 대해 은근히 호감마저 갖게 됐다.

그래서였을까? 처음에는 문용식 대표의 문제 제기에 별로 공감하지 못했다. 물론 이마트 피자 사태의 전말은 알고 있었다. 그게 동네 피자가게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그런데 마음 한 편으로는 그 문제에 대한 상식에 반론을 제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사업 영역을 제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일까? 시장 경제주의자로서 자연스럽게 그런 의문이 생겼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문제를 포함해, 우리 사회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역 구분을 둘러싼 논란이 많다. 그러나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규제해야 하고, 중소기업이라고 보호해야 할까? 좋은 제품을 값싸게 공급받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이해를 생각하면 무조건 그래야 한다고 주장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거의 모든 산업이 성숙 시장에 접어든 선진국에서 이런 논쟁은 늘 있어왔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역 구분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접근법이 달랐다. 이마트 피자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주변 사람들과 논쟁을 벌였던 것도 그래서였다.

(2) 유치한 발상, 그보다 더 유치한 대응

양자간 설전 초기, 난 엉뚱하지만 고약한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의 어투마저 문제 삼으며 점잖게 구는 정 부회장. 그는 과연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해왔을까? 그런 의문이 생긴 것이다. 트위터를 통해 물었다. ‘정 부회장이 군대는 과연 다녀왔을까?’ 특별한 악의(惡意)나 정보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이마트 피자 논쟁보다 그게 더 유익하지 않을까 하는 판단 때문이었다.

내 트위터는 정 부회장측에 의해 곧 ‘블록’ 당했다. 역시 유치한 대응이었다. 트위터를 철저히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것만 알리는’ 식의 PR에만 활용하겠다는 의지의 반증이었다. 이어 그의 군대 면제 사유와 그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에 대한 여러 제보와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왜 우리 사회의 잘 난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은 한 번도 틀리는 법이 없을까?

(3) 논쟁에 대한 답변, 회사 기회의 원칙(corporate opportunity doctrine)

서둘러 스스로 정 부회장을 둘러싼 논란을 매듭지었더라면, 적어도 불면의 밤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찜찜했다. 며칠간 이마트 피자 논쟁을 주변 동료들과 수없이 벌였으면서도, 쉽사리 결론 내릴 수 없어서 답답했다.

그 무렵 이마트 내에 피자를 공급하는 업체가 정 부회장의 여동생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때는 뭔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우선 이마트 피자를 운영하는 업체는 신세계그룹 비상장 계열사인 조선호텔 베이커리다. 5년 전 조선호텔에서 분리되면서, 정 부회장의 여동생이 지분 40%를 사들였다. 간단히 얘기하면, 오빠 회사인 이마트에서 동생 회사가 피자를 팔고 있다. 이렇게 해서 벌어들이는 돈이 전체 매출의 무려 93%를 차지한다.

즉 조선호텔이나 아니면 다른 피자 공급업체, 이마트 등이 벌 수 있었던 돈을 정 부회장의 여동생이 벌고 있다는 얘기다. 주주 일가가 신규 사업에 진출함으로서 주식회사가 돈을 벌 기회를 침해했다는 뜻이다. 이것이 일부 언론에서 지적하고 있는 회사 기회의 편취(혹은 유용)이다.

회사의 대주주들이나 이사, 경영진은 주주들에게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Fiduciary Duty)를 진다. 이는 크게 두 가지다. 관리자로서 책무를 다해야 하는 것(duty of care)과 더불어 회사의 이해에 반하지 않아야 하는 것(duty of royalty)이다. 회사의 기회를 앗아가는 것은 두 번째 의무, 충실의 의무에 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 기회의 원칙을 뒤흔드는 것은 기업의 기본 명제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것이다. 미국에서 회사 기회의 원칙이 기업과 주주간의 관계를 규정해주는 근간이라고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미국법 전문가들은 이 원칙이야말로 ‘미국 주식회사’를 지탱해주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 대기업들은 툭하면 시장경제를 외친다. 그러면서 회사 기회의 편취(Usurpation of Corporate Opportunity)를 일삼는다. 대개 이런 식이다. 유망한 사업에 대해 지배주주, 즉 오너 일가가 지분을 갖게 한다. 동시에 모기업과의 사업을 통해 인위적으로 매출을 부풀린다. 그렇게 성장한 자회사의 지분을 모기업이나 시장에 되팔면, 오너 일가는 큰 부자가 된다.

정 부회장 여동생의 경우는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은 셈이다. 회사 기회 편취는 우리 대기업 오너 일가의 전유물이다. LG, 효성이 이런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실형 언도로까지 이어졌던 글로비스 사태도 이 문제가 배경에 깔려 있다. 현대차는 2000년 말 물류회사 글로비스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정몽구 회장 부자가 50억원을 내서 100% 출자했다. 그 후 현대차그룹이 물량을 몰아주는 바람에 매출액은 10년만에 16배가 뛰었다. 50억원의 지분가치는 현재 3조 5천억원이다. 이런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가 어디 있을까?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현대자동차로서는 물류사업의 기회를 최대주주인 오너 부자에게 편취당한 것에 다름 아니다. 삼성에버랜드 사건 역시 크게 보자면 회사 기회의 편취라는 면이 있다. 신세계 역시 2007년 광주백화점 유상증자와 관련해 참여연대로부터 고발당한 적이 있다.

물론 신세계는 삼성의 편법 의혹 후 1조원대의 상속세를 내고 떳떳하게 승계하겠다고 공언한 적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구상은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않았다. 현재 그룹 지주회사격인 신세계 지분 17%가 정 부회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 소유다.

회사 기회의 원칙은 우리 상법의 정신에도 계승돼 있다. 그러나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문화해 형사처벌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2007년 법무부가 회사 기회 편취 금지조항을 신설하는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대기업 이해집단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크게 반발했다. <한국경제>를 비롯해 친대기업 신문들도 사설을 동원해 맹비난했다. 그 결과 3년째 국회에서 표류중이다.

그들의 반론 근거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법 조항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근거 없는 반대였다. 회사 기회의 원칙은 미국 회사법의 근간일 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 일본에서도 중시하는 원칙이다. 심지어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에서도 엄격히 회사 기회의 편취를 금하고 있다. 이 문제는 우리 대기업들이 필요할 때만 시장경제라는 명분을 자의적으로 꺼내든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4) 정용진의 부당한 영향력 조장하는 언론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전형적인 대기업 오너다. 그것도 자신이 가진 부와 직위 모두를 부모, 특히 어머니(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삼성 이건희 회장 여동생-편집자)로부터 물려받은 이다. 다른 오너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트위터를 이미지 관리나 홍보에 잘 활용한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그걸 위해 남보다 약간 더 부지런하거나 아니면 ‘트위터 팀’을 별도로 운영중일 것이다.

이런 그의 위상을 고려하면 그에게 집중된 영향력은 부당하게 비대하다. 그 영향력이 온전히 7만명 가까운 팔로워 때문에 생긴 것이라면, 그런 비판은 온당치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팔로워 수 이상의 영향력이 있다. 그의 말 한 마디에 촉수를 곤두세운 언론들 때문이다.

트위터에 올리는 족족 그의 말은 기사화가 된다. 그 기사는 우리 사회와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트위터에 올라온 그의 말이 어디 그냥 말인가? 철두철미하게 기획되고 용의주도하게 걸러진 것이다. 정부 대변인의 말만 받아 적는 ‘관변 기사’나 3김이나 정권 실세의 말만 옮겨 쓰던 ‘대변 기사’를 연상하게 하는 기사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요 며칠새 거의 모든 언론이 받아 쓴 삼성 갤럭시탭의 사용 후기를 생각해보자. 정 부회장은 갤럭시탭을 쓰면서 워낙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태블릿PC의 성능을 제대로 평가할 만한 능력이 있을까?

평가를 객관적으로 수행할 만한 위치에 있을까? 정 부회장의 사용 후기를 받아 적은 언론들은 이 문제에 대해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평가에 대한 반론 한 줄 적지 않았다. 이건 저널리즘이라기보다는 숫제 초등학생의 받아쓰기다.

정 부회장이 회사 바깥에서 가지게 된 부당한 영향력의 원인은 두 가지다. 대그룹 회장의 화려한 사생활을 동경하고 질시하는 대중의 호기심과 그를 부추기는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회사 안에서 누리는 영향력의 상당 부분이 증여 과정에서 부당하게 편취한 회사 기회에서 비롯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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