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노조 기자회견 보이콧 압력
    11개 노조 대표자, 핑계대며 전원 불참
    By 나난
        2010년 11월 11일 12: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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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 본입찰 마감 시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대차, 현대증권, 현대건설 노조는 물론 퇴직 임직원들 역시 “과도한 차입금으로 인한 현대건설의 부실화” 및 “편법적 경영승계의 도구” 등을 우려하며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인수 우선 협상자 발표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이 같은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그룹차원의 압박 역시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최근 “(현대건설을 )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쓰지 않겠다”는 내용의 TV 광고를 내보내며 여론전을 펼치는가하면, 현대차그룹은 노조의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기자회견 보이콧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 대표자들은 11일 오전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의 주체인 11개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 대표자들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이날 기자회견은 해당 그룹 출신 금속노조 임원단으로 진행됐다. 현대차 지부는 애초 기자회견에 참석하려 하였으나 기자회견 장소를 제대로 통고받지 못해 불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속노조에 따르면 최근 기아차는 본사 사장이 직접 각 계열사에 노동조합에 전화해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현대차의 경우 일부 사업장에 ‘클레임(Claim)을 들어갈 것이다’는 등의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 11일 오전,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 대표자들이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회사 측의 압력으로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사진=<금속노동자 ilabor.org>제공)

    금속노조는 “어제부터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에서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기자회견 참석이) 부담스럽다는 연락이 왔다”며 “회사가 적극적으로 방어책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계열사 노조의 경우 이번 인수와 관련해 회사 사활이 걸릴 수도 있어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단 한 명도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며칠 전부터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관련 금속노조의 행동에 대해 매우 민감하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1개 노조 대표들 불참

    반면 금속노조는 “오늘 진행되는 기자회견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와 사전에 의논한 것”이라며 비록 기자회견에는 이들이 참석하지 못했지만,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반대 입장은 분명함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 역시 “기자회견문은 사전에 조정한 것으로, (각 계열사 노조의 인수 반대) 입장에는 크게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계획에 대해 “현대차그룹 출범 당시의 경영 가치는 ‘자동차 산업 전문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었다”며 “현대건설 인수는 자동차산업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으며, 현대기아차 계열사 내 8만 조합원의 미래도 불투명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지금까지 사내비정규직에 대한 심각한 차별 내지는 열악한 조건을 이용해 이윤을 쌓아온 게 사실”이라며 “이러한 이익은 실제 자동차 산업의 발전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불평등한 차별 철폐, 불공정 거래를 없애는 데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노조의 당기순이익의 분배 요구에 ‘미래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 환율 문제, 연구개발투자 등에 대비하기 위해 유보금을 쌓아야 한다’며 거부해 왔다. 그 결과로 현재 12조 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분배 요구는 외면한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세계적인 종합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2020년까지 인수자금 6조 원 외 총 1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계가 현대차그룹의 인수계획을 반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회사 말대로 불확실한 미래의 자동차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동차 부문에 투자해도 모자랄 판국에 자동차 부문과 전혀 관계없는 건설에 10조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건설 인수 자금을 자동차 발전에 쓰라"

    이어 이들은 현대건설 인수에 쓰일 자금으로 △연구개발 및 국내설비 투자 △현대차그룹 산하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 △장시간 노동 해소를 위한 주간연속2교대 시행 △납품단가 후려치기 중단 △조합원 복지 증진 △급변하는 자동차시장의 대비 등에 먼저 투자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현대차 외에도 현대그룹 계열사 노조의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다. 앞서 현대증권 노조도 “현대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현대건설 입찰에 참여하려 한다”며 “현대증권의 현대건설 인수참여 결정은 전면 철회돼야 한다”며 인수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현대건설 노조 역시 “우량기업이던 대우건설이 잘못된 M&A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매각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현대건설 퇴직 임직원 모임인 ‘현대건우회’가 주요 일간지에 “현대건설 매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지면 광고를 통해 인수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광고에서 “과도한 차입에 의존한 인수로 현대건설이 다시 부실화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최근 인수합병(M&A) 실패 사례에서 보듯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과도한 차입금에 대한 부담과 합작 투자자에 대한 이권 보장 등으로 인수 기업이 부실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건설의 기술과 노하우가 해외로 유출된다면 현대건설뿐 아니라 국내 건설산업, 국가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며 “현대건설이 해외 투기자본에 의해 국외로 유출돼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현대건우회’는 현대건설 통합구매실장을 역임한 김주용 씨가 회장으로 있으며, 1,000여 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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