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의장국’ 한국, 인권국격은 참담
    2010년 11월 11일 09: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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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월 11일)G20 정상회의가 시작된다. 세계 주요국가의 정상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다. 11일자 주요 아침신문에는 G20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이 담겨 있다. 중요한 국제행사를 한국이 유치했다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언론의 찬사 일변도 보도는 G20에 대한 올바른 접근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엄청난 홍보전을 가동시켰던 G20은 내일이면 마무리된다. G20 정상회의를 한 번 유치했다고 한국의 국격이 갑자기 급상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격을 말하고자 한다면 사회의 여러 분야가 개선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G20 의장국’ 한국의 인권 국격은 참담한 수준이다. 언론의 G20 장밋빛 홍보에 가려진 한국의 현실은 세계의 눈을 피해야 할 만큼 부끄러운 단면도 있다. 그 중 하나가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다.

다음은 11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기사다.

경향신문 <MB ‘인권위 마이웨이’>
국민일보 <세계가 주목…서울의 아침이 밝았다>
동아일보 <오바마 "미, 세계경제 회복 최대한 노력">
서울신문 <"G20 웰컴 투 서울"…코리아서 환율분쟁의 답 구한다>
세계일보 <글로벌 금융사 ‘규제강화’ 새틀 짠다>
조선일보 <세계의 눈은 서울로…G20 정상회의 막 오르다>
중앙일보 <"미국 경제가 강해져야 글로벌 경제회복 도움">
한겨레 <결국 ‘쇠고기‘ 마저 내주나>
한국일보 <해군 고속정 침몰>

서울신문 "MB 실리외교 ‘뜨거운 밤’"

   
  ▲ 동아일보 11월 11일자 1면.  

 

   
  ▲ 서울신문 11월 11일자 3면.  

 

주요 신문의 1면은 물론 종합면, 사설까지 G20 관련 소식으로 채워졌다. 11월 12일자, 13일자 신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사안의 한 단면만 보지 말고 입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지만, 국내 언론의 보도 태도는 ‘장밋빛 전망’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서울신문은 11월 11일자 3면 <MB, 가스·원전·FTA 빅딜 추진…실리외교 ‘뜨거운 밤’>이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위기 넘어 다함께 성장할 ‘서울선언’ 기대한다>라는 사설에서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면서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에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면서 “G20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우리나라의 브랜드가치가 높아지는 등 국격은 자연스럽게 향상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말했다.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또 다른 언론의 관전 포인트는 국민이 G20에 더 감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국민이 협조해야 한다는 얘기도 언론이 강조하는 대목이다.

조선일보 "한국이 세계주역 한국인은 몰라"

   
  ▲ 조선일보 11월 11일자 6면.  

 

조선일보는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을 다시 세계에 보여주자>라는 사설에서 “국민도 G20 서울회의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6면 <해외 언론의 G20 보도>라는 기사에서 <"한국이 세계경제의 주역 된 것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뉴욕타임스>라는 제목을 뽑기도 했다.

중앙일보도 <역사가 G8로 돌아갈 수는 없다>라는 사설에서 “G20 서울회의는 한국인에겐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면서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는 한국의 동선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서울에서 울려 퍼지는 ‘세계 조타실’의 소음은 세계 최악의 폐쇄국가 북한에 충격적인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G20 의장국으로서 세계 속에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는 언론의 ‘주장’은 한국의 현실을 간과했거나 외면한 측면도 있다. 선진국 대열에 참여하려는 국가의 ‘국격’에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안이 인권 분야이다.

경향신문 "인권위 뇌사상태, MB는 마이웨이"

   
  ▲ 경향신문 11월 11일자 1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는 이유는 인권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2면에 <상임·비상임위원 줄사퇴…인권위 ‘뇌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인권위가 ‘뇌사’ 상태에 빠진 이유는 인권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국가기관 역할보다는 대통령 입맛에 맞는 행보에 초점을 맞춘 인권위원장의 인식 때문이다. 시민사회, 심지어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현병철 위원장의 거취를 압박하고 있지만, 현 위원장은 요지부동이다.

현 위원장의 버티기는 윗선의 ‘보호막’ 없이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주목할 대목은 이명박 대통령이 현병철 인권위 체제를 사실상 묵인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경향신문은 1면 <MB ‘인권위 마이웨이’>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공석인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김영혜 법부법인 ‘오늘’ 대표변호사(51)를 내정했다”고 보도했다.

김영혜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 모교인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보수성향 인사다. 경향신문은 “이번 인사는 최근의 인권위 사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인권위의 파행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보다는 친정부적 기존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인권 개념 없는 위원장은 비극적 코미디"

   
  ▲ 한겨레 11월 11일자 30면.  

 

한겨레는 30면 <굿바이 현병철>이라는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칼럼에서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이 당연하고 천부적인 인권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이해하고 싶어하지도 않는 이가 인권위원장이라는 건 비극적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인권위원장 경질하고 새판을 짜라>라는 사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평소 인권문제에 깊이 관여하지 않은 현병철 위원장을 임명한 후 인권위는 인권 보호 및 향상이란 사명을 다하기는커녕 정부 눈치만 살피며 부담을 주는 사안은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면서 “인권위 존재이유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의 인식변화가 필요한 사안은 인권위 문제뿐이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정부의 태도에는 국민의 뜻을 반영하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는지 의문이다. 2008년 ‘촛불 정국’에서 국민은 검역주권 확보를 위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쉼표 하나 안 고친다더니 자동차에 쇠고기까지 양보?

   
  ▲ 한겨레 11월 11일자 1면.  

 

협정문을 고친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강경한 태도였다. 그토록 완강했던 정부의 원칙은 미국의 요구 앞에서 무너졌다. 경향신문은 3면 <쉼표 하나 안 고친다더니…미 요구대로 협정문 ‘받아쓰기‘>라는 기사에서 “정부는 손대지 않겠다던 협정문을 결국 수정하기로 했고,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큰 폭의 양보를 했다. 하지만 미국은 내친김에 쇠고기 시장의 빗장을 열라고 큰소리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한미FTA 재합의가 임박한 것처럼 보였지만, 쇠고기 문제가 변수로 떠올랐다. 한겨레는 1면 <결국 ‘쇠고기’마저 내주나>라는 사설에서 “정부의 설명과 달리,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안전 및 환경기준 완화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 문제도 사흘 동안 열린 양국 통상장관 회의에서 따로 논의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자동차에 이어 ‘쇠고기’도 내줄 참인가>라는 사설에서 “오늘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제까지 알려진 내용으로 재협상 타결 선언을 한다면 ‘제2의 촛불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앙일보 "협상 타결 전망 밝아"

   
  ▲ 중앙일보 11월 11일자 6면.  

 

중앙일보는 6면 <한·미 FTA 타결 못해 최대 쟁점은 쇠고기>라는 기사에서 “도축 당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한다는 월령제한을 풀라는 게 미국 측의 핵심 요구 사항”이라면서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정치 일정상 이번이 아니면 FTA 문제를 재론하기 어렵다는 점도 협상 타결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라고 보도했다.

쇠고기 문제가 변수로 떠올랐지만 타결 전망은 밝다는 분석이다. 조선일보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면서 1면과 3면을 통해 관련 소식을 전했다. 조선일보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뤄졌다.

조선일보는 <"한·미 FTA, 세계 무역의 기준 될 것">이라는 1면 기사에서 “G20 회의에 참석차 이날 저녁 서울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본지와의 단독 서면 인터뷰에서 ‘한·미 FTA는 양국 간의 더욱 향상되고 강하고 공정한 교역의 발판을 만드는 잠재력이 있다’며 이같이 말해 11일 회의에서 한·미 FTA 논의가 최종합의에 이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 쇠고기 사수 의지?

   
  ▲ 조선일보 11월 11일자 6면.  

 

한겨레와 중앙일보-조선일보의 기류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쇠고기 문제가 불거진 것은 분명한데 협상타결 전망은 밝다는 주장은 어떻게 봐야 할까. 쇠고기 문제가 갑자기 쟁점화 된 데는 다른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조선일보는 6면 <MB "쇠고기 건드리면 FTA 안 해도 좋다">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김종훈 본부장에게 ‘미국이 쇠고기 문제를 건드린다면 이번에 FTA를 안 해도 좋다’는 협상 지침을 내렸다고 10일 정부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쇠고기 문제는 사수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는 이미 2008년 협상 당시 한국이 상당히 양보했다 그래서 국민이 촛불을 들고 일어났던 것 아니겠는가.

정부는 일본 대만 등 주변국보다 한국의 수입조건이 불리하면 나중에 조정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일본 대만보다 불리한 수입조건은 개선되지 않았다. 정부가 재협상에 준하는 한미FTA 재논의를 하고 있다면 당연히 한국 입장에서 유리하게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미국에 쇠고기 문제를 더 양보하지 않는다고 해도 성과로 포장하기에는 참 어색한 일이다.

동아일보 "미국, 자동차 압박용 카드로 쇠고기 활용"

   
  ▲ 동아일보 11월 11일자 2면.  

 

동아일보는 2면 기사에서 “미국이 자동차에서 양보를 더 얻어내기 위한 압박용 카드로 쇠고기 카드를 들이민 것으로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쇠고기 문제를 압박하면서 추가 양보를 요구하는 모습, 한국은 쇠고기 현상 유지를 위해 추가양보를 고심해야 하는 상황은 한미FTA 논의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이번 한미FTA 논의를 ‘굴욕협상’으로 보고 있다. 한미정상이 11일 합의를 한다고 해도 국회 비준 과정이 순탄할 리 없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추가 협상이 어떻게 타결되든 한국이 새로 얻은 것도 없이 일방적으로 양보만 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국회 비준동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결론은 독특했다. 한국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것으로 비친다해도 타결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체면을 살려주는 걸로 2007년 6월 협상 타결 이후 3년 넘게 낮잠을 자고 있는 한․미 FTA가 햇볕을 보게 할 수 있다면, 그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식의 계산도 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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