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G20인가?
    2010년 11월 11일 08:02 오전

Print Friendly

G20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국가적인 행사를 진행한다고 하니, 국민들은 조용히 지낸다. 언론 기사들은 G20에 관한 정보를 쏟아 내는데, 정작 어떤 의제를 왜 논의하고 그 중요성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자료를 뒤져보니 이렇게 큰 행사에 관한 연구자료도 턱없이 부족하고, 토론도 별로 된 것 같지 않다.

G20는 국가와 세계를 걱정하고 준비하는 행사라기보다는, 무난히 치르고 넘겨야 하는 하나의 국가적 이벤트로 정부가 준비하고 국민도 받아들이는 인상이다. 정부는 서울회담으로 도출되는 ‘서울 정상선언’을 국제경제체제의 획기적인 이정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자주 드러냈다. 과연 서울회담이 그러한 수준의 의미 있는 성과를 낼지 점검해 보자.

   
  ▲ 지난 6일 삼성동 코엑스 G20 회의장을 방문해 준비상황을 점검 중인 이명박 대통령 (사진=청와대)

핵심의제는 환율

지금 서울회담의 핵심의제는 환율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주 재무장관 회의에서 시장결정적(market determined) 환율을 합의함으로서 “환율 논쟁은 이것으로 종식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6,000억불 규모의 제2차 양적 완화를 발표하자 환율문제는 더욱 가열되고 말았다.

그동안 정부가 환율문제의 발화성을 외면하고 서울 정상회담을 준비한 결과, 이 쟁점에 대한 준비와 조정기간을 확보하지 못한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울회담’은 내년 파리회담 혹은 그 이후 회담을 위한 ‘과도기 회담’으로 전락할 것 같다. G20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있는 핵심 쟁점 몇 개를 간략히 살피며 평가해 보겠다.

서울 정상회담의 주요의제는 이미 과거 회담부터 정해진 의제인 △지속가능 균형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 △금융규제 개혁 △국제금융기구 개혁 △무역 등 여타 의제와, MB 정부가 주요의제로 삼을 것으로 밝힌 △국제금융 안전망 △개발(개도국 발전)이다. 특히 MB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환율 △국제금융 안전망 △국제금융기구 개혁 △개도국 발전을 핵심 의제로 다루겠다고 선언하였다.

G20 경제 프레임워크: 문제를 뒤틀은 미국과 무능한 MB

지난 6월 토론토 정상회의는 세계경제의 지속가능하고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선진국-신흥국, 적자국-흑자국을 기준으로 4개 국가군에 대한 거시경제정책을 합의하였다. 이에 따르면 선진적자국인 미국은 적자감축을 위해 저축을 촉진하고 재정적자를 감축하여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서울회의를 앞두고 환율문제를 부각시키면서 경상수지 적자 개선을 위한 자구 노력보다 타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향으로 프레임을 뒤틀고 말았다.

국제불균형(Global Imbalance), 즉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는 세계 경제가 안고 있는 핵심적 문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 경상수지 적자 = 흑자국의 환율 저평가’로 등치할 수 없다. 불균형은 미국의 과소비 성향(낮은 저축율), 재정적자, 통화팽창과 과도한 신용창출 등 다양한 문제가 복합되어 발생한 문제로서 흑자국에게만 책임을 넘길 수 없는 현상이다.

또한 구조적으로는 기축통화국이자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서 미국의 이해가 반영된 질서로 보아야 한다. 즉 위안화가 20~40% 가량 평가절상 된다고 해서 미국의 제조업이 부활하지 않고, 국제불균형이 해소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미국이 달러체제와 금융중심 경제를 전환하지 않는 이상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그런데 미국은 미-중 환율 갈등에 뒤 이어 제2차 양적 완화를 통해 이 문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과거 미국의 악명 높은 일방주의가 다시 부활한 느낌이다. 제2차 양적 완화로 늘어난 달러로 인해 달러의 평가절하 기조는 지속되고 약간의 경상수지 개선효과는 얻을 수 있다.

미국, 악명높은 일방주의 부활

그러나 중국의 환율제도가 달러화를 포함한 복수통화바스켓 제도이기 때문에 위안화 평가절상보다는(달러 절하 효과와 유로, 엔 등 절상 효과로 상쇄) 여타 국가의 통화절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 내 경기부양 효과는 미흡하고(유동성 함정) 오히려 원자재 가격의 급등, 신흥 개도국 시장이 불안해지는(인플레와 외환불안)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미-중 환율 갈등의 피해자가 중국이 아닌 여타 국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여러 G20 회원국의 반발이 거센 이 이유이다.

우리와 같이 대외경제 상황에 취약한 경제는 외화유출입의 급증,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으로 더욱 불안정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거나 대비하지 못하고, 경주합의로 환율문제가 끝났다고 선언하고 말았다.

그리고 정부는 ‘경상수지 4% 목표제’를 구체화하려는 야심찬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합의가 되더라고 이행수단이 없는 헛구호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치밀하게 준비 및 조정된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4%를 달성하기 위해서 각국이 재정, 환율, 통화 등 각종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이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합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조급하고 준비 없는 MB 정부에게는 의제를 전환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이미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는 다른 대안인 기축통화의 다변화나 SDR(IMF 특별인출권)을 국제통화로 도입하는 의제 등은 정부의 의지가 있더라도 서울에서 합의하기에는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

결국 G20 프레임워크에 관한 서울선언은 지난 토론토 선언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환율 문제는 앞으로 나타날 미국과 중국의 환율 줄다리기, 미국의 제2차 양적 완화의 효과, 달러에 대한 신뢰도 저하 등과 연계되어 확전될 것이다. 당초 정부가 환율을 의제로 삼지 않았고, 삼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처럼 의제를 뒤늦게 파악한 무능의 결과이다.

국제금융안전망: IMF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MB

우리를 비롯한 외환위기를 경험한 국가에게 국제금융안정망 구축은 시급하고 핵심적인 주제이다. 그러나 G20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책은 과거 제도보다 진전이 있기는 하지만 사전 예방보다는 사후 처리에 강조점이 놓여있다.

사전 예방을 위해서는 토빈세나 이미 공론화 되어 있는 은행세 등의 도입이 핵심적이다. 이러한 것들이 과도한 단기자본의 진출임을 통제하여 외환불안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회의에서 이 쟁점을 건너뛰고 IMF 대출제도 개선을 중심으로 안전망 구축이 논의되고 있다.

토론토 회담 이후 IMF 대출제도 개선을 통한 국제금융안전망 구축은 이미 합의가 완결되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IMF가 도입한 탄력대출제도(유성성 위기시에 과거의 조건부 대출 대신 조건 없이 대출해 주는 제도)는 이미 그 대출한도를 폐지하고 인출기한을 연장하기로 결정되었다.

좌파정책, 국제사회에서 공론화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예방적 차원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예방적 대출제도 역시 이미 도입하기로 합의되었다. 다만 보다 발본적인 IMF가 주도하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글로벌 금융안정 메카니즘(GSM)은 이미 차기 파리 회의로 이월되었고,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와 같은 지역 통화안정망과 글로벌 안정망과 연계를 구축하여 안전망을 두텁게 하는 방안도 IMF의 주도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일종의 좌파정책으로 여겨지던 토빈세나 은행세 도입이 국제사회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것은 격세지감이다. 이러한 방안은 대외경제 환경에 취약한 한국 경제를 위한 필수적 조치이며, 정부의 의지가 있다면 낮은 수준에서라도 합의를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

MB 정부는 방향을 잘못 잡았을 뿐이다. 미국의 제2차 양적완화를 전후하여 브라질, 인도네시아, 태국 등 여러 국가가 외국자본 유입을 통제하기 위해 개별행동을 시작하였다.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우리 정부도 과거에 폐지한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면세를 철회하고 은행세를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외자를 통제하려는 국제적 흐름을 의제화하여 국제금융망 구축을 확고히 하지 못하고 있는 MB의 무능이 아쉬울 뿐이다. 며칠 후 이미 결정된 IMF 대출제도 개선으로 국제금융안정망이 완성된 것처럼 핏대를 올리며 홍보할 MB 정부가 눈에 선하다.

여타 의제: 의미 없는 재판

금융규제개혁 의제는 2008년 세계금융 위기의 반성과 방지의 측면에서 비교적 빠르게 진척된 의제로서 서울회의는 이미 진척된 내용을 확인하는 자리이다. 미국이 지난 7월 금융개혁법을 통과시킴으로서 이 의제는 종결되었고, G20는 미국법을 국제규범으로 전환하는 국제화 성격을 가질 뿐이다.

즉 G20의 한계는 미국 금융개혁법의 한계와 맥을 같이 한다. 위기를 유발한 대형은행을 근본적을 규제하기보다는 금융감독 강화나 위험투자를 제한하는 수준이다. 이미 과거 회담을 통해 구체화된 바젤III(은행 자기자본 강화 등)도 서울에서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다.

국제금융기구 개혁 의제는 이미 경주 재무장관회의에서 확인되었듯이 IMF 6%의 지분을 신흥국으로 이전함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다. 정부가 주도하여 추진한다는 개도국 개발의제는 G20의 정당성과 대표성을 보완할 곁가지로 그칠 것이다.

무엇을 위한 G20인가?

우리의 실물경제는 이미 어두운 그림자가 뚜렷하게 내려왔다. 올해보다 내년의 성장률을 2%포인트 이상 낮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과열되고 부동산 시장마저 들썩이고 있다.

실물과 금융이 괴리되며 우리 경제는 당분간 불안정성과 변동성이 커질 것이다. 돈이 많이 풀리고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물가 상승도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G20 개최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소란만 피웠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정상회담 결과는 곧 나올 것이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러한 평가를 내리는 것을 조급할지 모른다. 그러나 성과 없는 회담, 지나가는 회담이 될 서울회담을 정부가 성공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을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다.

MB 정부가 G20의 무난한 ‘성공적 개최’에 연연한 나머지, 쟁점을 회피하고 과감한 돌파를 시도하지 않음으로 인해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의 이해뿐만 아니라 누구의 이해도 반영하지 못하는 회담이 될 것 같다. 사람들은 별 의미 없고 무난히 지나간 회담으로 서울회담을 기억할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