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노조 추진 박종태씨, "유서까지 썼다"
    By 나난
        2010년 11월 11일 06: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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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노동조합 불모지인 삼성그룹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나 최근 “민주노조를 건설하자”는 취지의 글이 메일과 사내 전산망을 통해 게재된 데다, 노동계가 삼성그룹 내 노조 건설을 위한 논의에 들어간 상태라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깨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와 일부 직원의 노조 건설 움직임으로 굳건히 닫힌 삼성의 문을 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사내전산망에 “법에 보장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을 건설”하자는 내용의 글을 올린 삼성전자 박종태 대리(41)는 ‘나 홀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가 노동조합 결성을 주장한 배경에는 노사협의체인 한가족협의회 사원 측 위원으로 활동하다 면직 조치되고, 건강상의 이유로 거부한 해외출장으로 인해 제조그룹으로 강제발령되는 등 회사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는 목 디스크, 우울증, 신경부 물혹 등의 병을 얻었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결국 지난 8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노사협의회 활동했다고 면직

    지난 9일과 10일 양일간에 거쳐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박 씨는 회사와의 어려운 관계를 호소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3시경 노사담당자와의 면담이 진행됐다. 그 자리에서는 최근 그가 사내 전산망에 올린 내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갔다.

    박 씨는 당시 해당 글에서 해외 출장 거부를 이유로 한 제조그룹으로의 발령의 문제점과 해외출장 중 사망 및 임신한 여사원의 장시간 노동에 따른 유산 등이 본인의 과실로 치부되는 상황에 대해 지적했다. (관련 기사 : “삼성에 민주노조 만들자” )

       
      ▲ 박종태 씨는 지난 10일 노사담당자와 경영진 등에 강제발령 등에 대한 문제점 등을 호소하는 메일을 전송했다.(자료=박종태)

    그는 “노사담당자는 제조그룹 발령과 관련해 ‘강제발령이 아니다. 부당하면 일하지 마라. 부당하면 발령했을 때 가지 말지 왜 이제 와서 그러느냐’고 말했다”며 “하지만 발령 당시 분명히 ‘제조그룹은 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출장 중 사망과 여사원의 유산을 본인 탓으로만 돌린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노무담당자는 ‘허위 사실’”이라며 “(이 같은 내용에 대해) 회사가 현재 가만있는 게 아니라 어떻게 (대응)할 건지 논의하고 있으니, (박 대리도) 잘 생각하라고 말했다”고 당시 대화내용을 전했다.

    “노무담당자는 ‘회사도 손해고, 박 대리도 손해’라며 ‘잘 생각해서 판단하라’, ‘이제 선을 넘을 때까지 넘었다’, ‘집에 가서 생각해봐라’고 말했다. 결론은 조용히 있으라는 이야기다. 또한 해당 내용을 올렸다는 것으로 징계를 하거나 행동을 취하겠다는 이야기다. 그 자리에서 나는 ‘유서까지 써 놨고, 집사람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측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출장 중 사망한 직원의 산재처리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당시 삼성 측의 태도 등과 관련된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그는 “회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또한 여사원의 유산과 관련해서도 “하루 종일 서서 작업하다보니 가장 조심해야 하는 임신 초기 때 유산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2008년 내가 협의회 위원이 되기 전 2년에 걸쳐 10명 정도가 유산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2년 동안 10명 유산

    그는 발령 과정에서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한 어쩔 수 없는 해외출장 거부였고, 부서장이 원하는 진단서를 제출한 데다, 이미 출장자 명단이 확정된 상황에서 느닷없이 ‘동반 출장’이며 사전 예고가 없던 출장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 측의 요구로 의사 소견서도 제출했다.

    당시 주치의는 “현재 보전적 치료 중인 분으로, 통증이 심해 2개월간은 외박을 동반한 출장 등 심한 업무적인 활동은 삼가함이 좋으리라 사료됨”이란 소견을 밝혔다.

    이에 그는 “회사를 상대로 (징계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보니, 해외에 어떻게든 내보내려고 한 것 같다”며 “현재 부서 관리자에게 ‘향후 건강해지면 (힘든 일도) 다 하겠다. 그때가지만 배려해 달라’고 했는데도 몸에 무리가 가는 박스 포장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출장 거부를 이유로 직무대기 지시를 받았으며, 한 달간의 정신과 치료 이후 지난 10월 4일부터 기존의 제품기술 부문이 아닌 제조그룹 메인으로 발령이 났다. (관련 기사 :삼성노동자, 스트레스 끝에 정신병원 )

    그는 현재도 30여 개의 약을 복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몸보다 자신으로 인해 가족이 고통 받는 현실에 더욱 괴로워했다. 박 씨는 “아내도 스트레스와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며 “더군다나 지난해 출장 거부로 날아온 징계위원회 참석 우편물을 아이들이 받아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징계위 참석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공문을) 받고 보니 마음이 찡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아빠 그게 뭐야? 아빠, 삼성 이건희 회장은 돈도 많은데, 왜 사람을 자르려고 해? 잘릴 것 같으면 기분 나쁘니깐 먼저 나와’라고 말했다. 그때 마음이 좀 아팠다. 그 뒤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박 씨는 “결국 회사는 항복하고, 시키는 대로 하면 조용히 넘어가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며 “인사상 불이익을 다시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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