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20의장국의 국격은 파병 ‘외화벌이’
        2010년 11월 10일 10: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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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대중동원운동’과 갖가지 감시통제시스템의 가동으로 G20정상회의를 맞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6․70년대 총화단결의 분위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워낙에 지상파방송들과 매스미디어들이 선전을 해대는 통에 정말 그렇게라도 해서 G20정상회의를 성공리에 마치면 갑자기 국격이 급상승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UAE 파병은 원전수주의 “경품”(?)

    그런 와중에 다른 문제로 인해 국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정부가 UAE(아랍에미리트연합)에 한국군의 파병방침을 정하고 11월9일에는 국무회의에서 ‘UAE 국군 파병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한국군의 UAE 파병에 대해서는 보수진영에서조차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마저 “원전수주 경쟁에서 군대파병이라는 경품을 붙여 수주를 따낸 국가라고 국제사회에서 평가를 받게 된다면 이 나라의 품격은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국익 가운데 중요한 것은 국격이다. 사업수주로 몇 푼 벌더라도 품격을 떨어트린다면 안 함만 못하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 2009년 3월 파병부대를 환송하는 이명박 대통령 (사진=청와대)

    파병이 원전수주의 “경품”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김황식 국무총리는 원전수주와 파병은 별도 문제라고 답했고(4일 국회대정부 질문), 또한 원전수주를 위한 상업목적의 국군파병이 헌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 “수주와 파병을 직접 연계시켜 진행되었다면 그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경제적(상업적) 이익을 위해 군대를 해외에 파병하는 것은 ‘위헌’임을 인정한 셈이다.

    반면에 청와대의 설명을 보면 오히려 파병과 원전수주가 패키지였다는 점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 11월5일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UAE가 어떤 프로젝트를 할 때 아쉽게 생각하는 것이 군사협력”이며 “군사협력을 해 줄 수 있는 나라에게 경제협력이나 프로젝트 과정에서 우대를 한다. (파병을) 조건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고려요소로 삼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UAE 파병, ‘해외용 삽질’에 군을 동원한 것이 될 수도

    그런데, UAE 원전 프로젝트가 신기루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다. 덤핑 가격에 입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그 의혹은 아직도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원전 건설과 관련해 실제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어렵게 어렵게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민중의 소리> 기사 “UAE 원전수주는 하나의 신기루” http://www.vop.co.kr/view.php?cid=A00000334747 참조).

    결국, UAE 원전 프로젝트가 ‘4대강 사업’ 못지않은 ‘삽질’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원전수주를 위해 한국군을 파병한다면, 4대강 사업이라는 ‘국내용 삽질’에 군을 동원한 것처럼 UAE 원전 프로젝트라는 ‘해외용 삽질’에 한국군을 동원한 것에 다름아닌 셈이 된다. 이명박 정부의 허황된 치적 쌓기에 우리 젊은이들의 피와 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원전(기술)의 개발 및 확장과 해외수출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점사업 중의 하나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각종 국제회의에서 ‘원전(기술) 세일즈맨’을 자처해왔다. 그 중에서도 UAE 원전프로젝트는 이명박 정부가 자랑하는 치적 중의 하나이다. KBS는 자사의 대표 아나운서를 내세워 원전수주를 기념하는 음악회를 특별 편성해 방송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파병 문제와 UAE 원전 수주 문제를 ‘패키지로 해서’ 그 치적은 정말로 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혹시 그 치적 쌓기를 위해 오고간 뒷거래는 없는가에 대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도대체 그들이 얘기하는 국익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나 한 것인지 말이다.

    더욱이, 파병지가 중동이라면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부 보수신문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UAE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군으로서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 파병하고, 이제는 (김태영 국방장관이 얘기한 것처럼, 미국과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한 사람이 많아서 서방과도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UAE 지도층’의 요청으로 군대를 파병해 주둔시킨다면 중동과 이슬람 세계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더 이상 파병군과 원전설비, 원전 관계자 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동지역에서 생업에 종사하고 매일 매일의 일상생활을 보내야 하는 평범한(!) 교민들의 안전이 걸린 문제이며, 더 나아가서는 한국의 안전보장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군대로 ‘외화벌이’

    뿐만 아니라, 이번 파병 논란에서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국방부가 만들어낸 “새로운 개념의 파병”이라는 조어가 갖는 함의다.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을 빌리면, “분쟁지역에 대한 PKO 또는 다국적군 파견과는 달리 전투위험이 없고 안전한 비분쟁지역으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국익을 창출하는데 기여하는 새로운 개념의 부대 파견”(강조는 필자)을 뜻한다.

    그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파병”이 그리고 있는 이윤창출의 ‘비전’에 대해서는 김태영 국방장관이 스스로 언급하고 있다(11월4일 국방부 기자실 간담회).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 10개월 동안 UAE에서 무려 14번이나 왔고 그 사이에 정보, 군수, 과학기술, 방산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MOU를 맺었다”면서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 우리 예비역을 UAE에서 헬기 조종 및 정비, 군의관 등으로 취업시켰으면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서, “전투부대에게 경비 임무를 맡길 수는 없다”면서 “우리 예비역이 가서 취업하는 형태로는 할 수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군대’를 활용해서 ‘외화벌이’를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산 전차 ‘흑표’를 터키에 판매하기로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쿠르드족 자치지역에 한국군을 파병해 놓고 쿠르드족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터키에 전차를 판매해 우리 국산 전차의 총부리가 우리 군을 향하게 할 수도 있다는 논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제기되었던 것이 ‘무기수출규제’와 관련한 법제 정비의 필요성이었다. 특히, 분쟁지역과 분쟁당사자들에게는 무기수출을 금할 필요성을 시민사회 차원에서 제기했던 바가 있다.

    그런데, 이제 이명박 정부는 방위산업을 아예 신성장동력으로 규정하고 방위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기술개발과 수출 독려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그러더니, 급기야 군대와 군자원까지도 ‘외화벌이의 전선’으로 내보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기우나 과장이 아니다. 조선일보의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는, UAE 파병 논란에 대해 평하면서 “한국형 민간군사기업”의 설립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조선일보 2010년 11월7일).

    그러한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빨리,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이다. 또한, 법적 테두리 내에서 군사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이 생긴다면 막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실제 군인을 수출하는 ‘용병회사’는 아닐 지라도, 경비, 보안, 첩보 및 정보수집 활동, 군수지원 등에 관여하는 민간군사기업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앞서 인용한 김태영 국방장관의 발언을 보면, 국방부가 나서서 군사․전쟁 비지니스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사로까지 비쳐진다.

    무기 수출과 ‘군대’ 수출이 국격을 높여 줄까

    “G20 정상회의 의장국 대한민국의 위상과 역할은 날로 높아지고 커지고 있다는 관점에서 좀 더 포괄적인 안목으로 대한민국의 좌표와 국익을 고려해야 한다(…) 파병동의안이 제출되면, 야당의 초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 논평 중에서)

    혹자는 무기수출, 군사관련 사업, 용병사업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이른바 ‘선진국’들도 다 하고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세계여론으로부터 가장 많은 질타를 받고 있는 부분이 ‘전쟁 장사’로 피묻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격이라는 표현을 응용해 본다면, 그들 국가가 ‘강대국’ 소리는 들을 수 있을지언정 ‘격 있는 국가’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선진국을 닮고 싶어 한다고 그들의 치부를 모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군사집단 혹은 준(準)군사집단이 민간기업의 형태로 민영화되어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변용되는 순간 ‘민주적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ルポ貧困大国アメリカ(츠츠미 미카 지음,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문학수첩, 2008)』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츠츠미 미카는, 대테러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시 행정부가 행한 ‘전쟁의 민영화’의 결과를 고발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생활 체험과 취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즉, 그는 다양한 종류의 군사비지니스로 이윤을 창출하는 ‘전쟁청부회사’들은 미국 국내외 빈곤층의 희생 위에 서있으며, 특히, ‘전쟁청부회사’들에 군사비지니스가 위탁되면서 책임소재가 애매모호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민영화된 국제적 군사(혹은 전쟁) 비즈니스는 한 국가의 통제가 미치지 못하고, 국제사회 여론의 시선도 닿지 않는 영역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90년대 초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학회세미나를 하면서 ‘세계화’라는 말은 영어로 “Segewha”라고 쓴다는 정부 자료를 읽고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모든 단어가 영어로 번역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대중화하려고 한다면 그에 걸맞는 그 무엇인가는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점이다.

    ‘국격(國格)’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영어로 잘 번역되지도 않을뿐더러, 국어사전에도 없던 말(사실, 국격이라는 말은 신조어는 아니다. ‘국격’이라는 제목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본에서 먼저 유행이 되었다)을 유행시킨 이명박 정부가 대한민국을 무기 수출, 원전 수출, 그리고 이제는 ‘군대’ 수출로까지 끌고 가려고 한다.

    대한민국을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는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국격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니, 이명박 정부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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