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억울하다"
        2010년 11월 09일 09: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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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4층에서 시작된 화재가 38층 꼭대기까지 순식간에 번진 데 놀랐다. 사람들을 더 놀랍고 어이없게 만든 것은 초호화 고층 오피스텔에 청소하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더 참기 어려워 사람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경찰이 화재 책임을 물어 당시 일하고 있던 청소하는 사람들을 입건한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경찰 발표와 관련된 기사에 딸린 댓글에서부터 ‘난리’가 났다. 그리고는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서 처벌 반대 청원이 올라왔고, 순식간에 5,000명이 넘게 서명했다. 트위터도 뜨거워졌다.(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20400)

    하지만 억울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 분명한, ‘실화범’이 된 그들의 목소리는 적어도 ‘사회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가 그들을 만나기로 한 이유다. 수소문 끝에 어렵사리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김광모 진보신당 부산 해운대구 구의원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 사진=부산소방본부

    열여덟 번이나 경찰서에 불려갔다

    그들은 "우리는 시키는 대로 일 한 죄밖에 없다"며 억울해했다. 심지어 불이 난 현장에 있지도 않았는데 입건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들은 “18번이나 경찰서에 불려갔다”고도 했다. 한 미화원은 "온 가족이 몸무게가 몇 키로가 빠질 정도로 시달렸다"고 했고, 또 다른 미화원은 "쓰레기를 치운다고 사람까지 쓰레기로 보지 말아달라"며 호소했다.

    그리고 경찰이 제기한 콘센트 사용에 대해서는 "전자과 나온 관리소장이 콘센트를 설치해줬는데 왜 우리가 입건되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미화원들은 인터넷에서 구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세상에 이렇게 없는 사람도 도와 주는구나"라며 감격했고,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 절이라도 하고 싶다"며 감사해했다.

    이들은 지금도 그 오피스텔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다. 그리고 오피스텔에는 여전히 미화원의 쉼터가 없다. 예전 4층의 어느 한 구석이 쉼터였다면 지금은 지하의 어느 빈 공간이 작업장이고 쉼터가 됐다.

    다음은 해운대 화재 사건으로 입건된 미화원들 인터뷰 전문이다. 이름은 가명이다.

    – 처음 불이 났을 때 상황이 어땠어요.

    주재권: 제가 첫 목격자인데 재활용쓰레기 분리작업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퍽’하고 소리가 나길래 쳐다보니 콘센트하고 대형선풍기 사이에서 불빛과 연기가 나오더라구요.

    최성현: 저도 누가 “불이야” 하길래 같이 돌아봤죠.

    윤채수: 저는 그때 불이 난 현장에 없었고요. 바깥에서 경비팀장하고 얘기하고 있었어요. 불이 났다고 하길래 뛰어 들어갔는데 그 때는 이미 많이 번져서 진압할 여건이 못됐어요.

    – 경찰에서 어떻게 조사를 받았나요?

    불려가다 보니 어느새 범인

    : 해운대 경찰서에서 처음엔 참고인으로 우리를 부르더라구요. 엄청 불렀습니다. 18번이나 다녀왔습니다. 우리야 뭐 부르는대로 간 거죠. 나중에 조사를 받을 때는 내가 진짜 불을 질렀나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런데, 조사를 받다보니 어느 순간에 우리를 피의자로 한다고 그러더라구요. 우린 법적인 거 그런 거 모르잖아요. 그리고 나서 뉴스 보니까 입건을 한대요. 우린 그냥 주어진 일한 죄밖에 없는데 왜 피의자가 되고 입건이 되는지 도저히 이해할수 없고, 황당하고 정말로 마음이 착잡해요. 세 명 다 마음 고생이 심해요. 지금.

    : 하루하루가 바늘방석이예요. 사람을 봐도 심장이 뛸 정도로 불안하고요. 지금 정신이 없고 지쳐있는 상태예요. 빨리 일이 잘 끝났으면 좋겠어요. 우리 집사람이 내가 힘들어 하니까 힘내라고 편지 써놓고 나갔더라구요. 제가 요즘 잠도 않오고 그래요. 놀래서요.

    : 저희가 일하고 있어도 이번 사건이 끝나기 전까지는 안 편하구요. 죄 진 거 같이 항상 불안합니다. 죄를 지었으면 죄를 졌으니까 그렇다 하지만, 우린 일한 거밖에 없는데 우리를 몰아갖고 그렇게 해놓으니까 억울하죠.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예요.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 그런데 경찰 입장에서는 화재가 난 곳에서 세 분이 콘센트를 사용했고, 그 콘센트 때문에 불이 났으니까 세 분을 사법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 불날 당시 콘센트 쓰는 게 별로 없었어요. 선풍기도 안썼으니까요. 콘센트 자체도 우리가 설치하고 꽂은 게 아니에요. 관리소장이 만들어줬고 꽂고 그랬으니까. 거기가 좀 사는 동네니까 전자제품 쓸 만한 게 많이 나와요. 그러면 소장이 거의 매일 와서 꽂아서 쓰게 하고, 고치고 그랬죠. 우리는 전기를 잘 모르니까요. 자기가 전자과 나왔다고 하고, 잘 고치기도 하니까 우리는 그걸 만질 생각도 안해요.

    그리고 우리가 그 자리에 매일 있는 게 아니잖아요. 무슨 일 있으면 뛰어 가야 하고. 거기 있는 시간은 아침 10시 반부터 분리작업 마칠 때까지 있거든요. 문제 생기면 처리해야 하고 그러니까요. 너무 억울하죠.

    : 관리소장도 인정했거든요. 자기가 꼽아줬다고. 그런데 우리를 왜 자꾸……

    콘센트는 관리소장이

    – 그럼 평소에 화재가 난 곳에서 쉬는 시간도 많지 않았다는 말씀이네요.

    : 저희는 쉴 시간 없어요. 우리가 거기서 뭘 해먹고 쉬고 그러는 곳이 아니고요. 불이 난 곳은 아침에 옷 갈아입는 시간에 잠시 들러서 15분 정도 커피를 마시면서 오늘 할 일을 얘기하는 게 전부죠. 주로 전에 일하다 지적 받은 거 다음에 어떻게 하자 이런 얘길 해요.

    그러고 나면 남자, 여자가 자기 위치로 가는 거예요. 한 오전 10시 30분부터는 쓰레기가 다 모아집니다. 여자분들이 쓰레기 다 모으면 쓰레기통에 모아놓고 남자들이 바로 분류 들어갑니다. 그러면 솔직히 담배한 대 필 시간도 없어요. 파지 모아서 담고, 한 명은 폐기물 쓰레기 담고, 한 명은 재활용품 담는 식이죠. 추석 이후라서 양이 많았거든요. 그러고 나면 빨리 끝나도 3시 반이예요. 거기서 노닥거리고 놀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 거기는 옷 갈아 입는 일 아니면 들어갈 일이 없어요. 점심은 여자탈의실에 방이 있는데 거기서 먹어요. 여자분들 방에 쉬고 우리는 한편에 매트 하나 깔고 있구요.

    : 쓰레기 분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유리창 닦기랑 화장실 청소도 해야 되고 하는 일이 많으니까요. 쉴 시간이 없어요.

    – 불이 난 곳은 어떤 곳이었어요? 뉴스에 나온 거 보니 많이 불편하셨을 것 같은데.

    : 우리는 사용하라 해서 사용하긴 하지만 불편했죠. 하루 종일 햇볕도 안 들어고요. 먼지도 많이 나요. 파지도 쌓아놓고, 쓰레기도 있고 그런 곳이죠.

    : 한 4평 안되요. 아줌마들 방이 4평 우리가 4평쯤인데, 4평이면 세명이 앉아서 커피 마실 공간으로도 좁죠. (경찰은 남녀가 같이 쓰는 공간을 합해서 7.26평이라고 밝혔다.)

    : 미화원은 어디든 악조건에서 일을 하고, 그렇게 생활합니다. 모르겠습니다. 나이 먹고 배운 게 없다고 무시해서 그런지 몰라도. 제가 어디 몇 군데 다녀 봐도 보편적으로 악조건에서 생활해요.

    나이 들고, 배운 게 없어서

    – 지금은 어디서 쉬세요?

    : 지금은 지하 2층 아주 협소한 자리서 대충 있어요. 남자 3명 여자 2명이서 같이 쓰는 거죠. 여기도 원래는 지하 주차장 옆에 창고로 쓰는 곳이예요. 원래 쉬는 곳은 아니죠.

    – 그럼 휴게실 만들어준다는 얘기는 없나요?
    : 그런 얘기는 없어요.

    – 인터넷에 사법처리를 반대하는 지지 서명이 5천여 명이 넘었어요. 이 얘기는 들으셨는지요?

    : ‘세상이 이렇게 없는 사람도 도와주는구나’ 했어요. 저도 누가 어떤 일을 당하면 꼭 참여해야겠구나 했죠. 말로 표현을 다 못해요. 정말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 저희 같은 사람을 이렇게 도와주려하니 진짜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저 역시도 인터넷의 힘이 크다는 걸 절실히 느꼈구요.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이나 노조에서 신경써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저희도 그 분들이 우리를 필요하다면 힘을 써야겠구나 했어요. 내가 죽으려고 하는데 이렇게 구해주려고 나서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

    – 마지막으로 바라시는 게 있으면 한 말씀씩 해주세요.

    : 저는 인간은 쓰레기는 치우고 있지만, 인간까지 쓰레기로 보지 말아달라는 얘기 자주합니다. 제가 쓰레기 치우고 있지만 사람까지 그리 보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지금 저뿐 아니라 가족들도 억울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일한 죄, 최초 불을 본 죄밖에 없는데 왜 입건되느냐는 거예요.

    : 저는 이 문제로 6kg이 빠지고 집사람도 4kg 빠졌어요. 온 가족이 떨잖아요. 집에 가도 안 편하고, 일해도 안 편하고. 이런 상황에서 일은 계속 해야 하니까 괴롭습니다.

    : 저희가 바라는 건 일이 마무리돼서 온 가족이 편안했으면 하는 거예요. 저는 이 일이 일어나기 전에 사표내고 그만두려던 사람인데, 일이 마무리가 안 돼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어요. 다른 곳에 가려고 했는데, 이 문제가 해결돼지 않아서 못 가고 있어요.

                                                          * * * 

    아래는 최성현 씨의 아내가 최씨에게 준 편지의 전문이다.

    ㅇㅇ아빠!

    지금 얼마나 힘든지 이루 말로 할 수 없겠지만 ㅇㅇ이와 내가
    옆에서 항상 기도하고 있으니
    힘내시고 이겨 나갔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좋은 일이 있으려고 힘든 일을 겪게 되었는 것 같으니
    희망이 보이니까 힘내세요.
    도움을 못 주어 미안한데
    마음은 아니니까 이겨내세요.
    – ㅇㅇ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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